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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선생 손자 중태…병원비 막막

중앙일보 2020.02.13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작년 8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열린 최재형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최 발렌틴. [연합뉴스]

작년 8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열린 최재형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최 발렌틴. [연합뉴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손자(3남의 아들)이자 유족 대표로서 그동안 활발하게 선양 활동을 해온 최 발렌틴(82) ‘한국 독립유공자 후손 협회’회장이 지난달 18일 독일에서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안중근에 권총 준 독립운동가 후손
최 발렌틴 불의 사고로 의식불명
러시아 가족들, 한국에 도움 요청

최재형 선생은 안중근(1879~1910) 의사가 한반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할 때 사용한 권총을 제공하고 의거를 막후에서 기획했다. 러시아 이주 한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현지에서 ‘페치카(벽난로) 최’로 존경받았다.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12일 독립운동가 최재형 기념사업회(이사장 문영숙)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거주해온 최 발렌틴 회장은 딸이 사는 독일에 갔다가 스키장에서 경추 1, 2번 골절상을 입었다. 현지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고, 모스크바로 이송됐지만, 의식불명 상태다.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일본이 1920년 4월 연해주 우수리스크 일대의 독립 운동가들을 학살한 ‘4월 참변’ 100년이 되는 해이자,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년이다.
 
최 발렌틴 회장의 아들 최 표트르는 “연금으로 어렵게 생활해온 아버지의 치료비를 가족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눈앞이 캄캄하다”며 최근 서울에 있는 최재형 기념사업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독립운동가 최재형』을 쓴 문영숙(작가) 이사장은 “지난해 최 발렌틴 회장은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고 올해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년 추모식 행사와 ‘제1회 최재형 상’을 후손 대표로 직접 시상하기로 했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95년 한국독립유공자 후손협회가 설립될 때부터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협회에는 이범진·이동휘·김경천·허위·김규면 등 굴지의 독립운동가 후손 22명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유족연금을 받아 생활하면서 모스크바 독립유공자 후손협회 일까지 맡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6월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안중근·홍범도·최재형·이상설 선생 등 수많은 한국의 독립투사들이 이곳 러시아에 망명해 국권 회복을 도모했다”고 평가했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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