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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기생충 오스카 휩쓴 뒤 “이젠 날 칸의여왕 부르지 말라”

중앙일보 2020.02.13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로 열연한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로 열연한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이제 더는 ‘칸의 여왕’이라는 말은 그만하라고 했어요.”
 

새 영화 ‘지푸라기… ’ 19일 개봉
“기생충이 좋은 자극 됐어요”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웃으며 말했다. 19일 개봉하는 신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위한 인터뷰 자리였다. 거액의 돈 가방을 둘러싼 범죄 스릴러인 이 영화에서 그는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여주인공 연희 역을 맡았다.
 
1997년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전도연은 2007년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전날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석권에 대해 그는 “아카데미 시상대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좋은 자극이 됐다”며 “새로운 도전”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생충’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너무 놀랐다. 솔직히 각본상만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실감이 안 난다. 그동안 아카데미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한 발짝 다가온 것이고 눈앞에 현실이 됐다. 모든 영화인이 ‘열심히 하면 나도 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봉준호 감독에게는 연락했나.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수상했을 때는 봉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지금은 우와… ‘축하해요’라는 그런 말도 안 나오는 역사적 순간이다. 제가 지인들에게 ‘이제 칸의 여왕이라는 말은 그만해달라’고 했다. 좋은 자극을 받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웃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는 윤여정, 정우성, 배성우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했다.
“많은 배우가 나오는 작품 갈증이 늘 있었다. ‘묻어가고 싶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저는 그런 배우다. 홍보하기도 좋다. (웃음) 제가 수습이 안 될 땐 정우성씨가 쫙 정리해준다.”
 
영화 시작 50분 만에 등장한다. 악녀로서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절반 정도 찍은 상태에서 들어갔다. 현장 분위기가 낯설어 힘들었다. ‘연희’라는 캐릭터는 나 아닌 누가 했더라도 파격적 캐릭터로 힘을 받았을 것이다.”
 
개봉 전부터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관객들이 편하게 다가가는 배우는 아니다. 이 작품이 대중에게 재미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김용훈 감독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간다고 했을 때는 ‘하아…’ 그랬다. 재밌는 영화인데 ‘전도연’, ‘국제영화제’ 이러면 또 작품적으로 어렵게 인식될까 봐 걱정이 됐다. 아침에 눈을 뜨니 김 감독으로부터 ‘상 받았다’고 문자가 왔더라.”
 
배우로서 더 성취하고 싶은 게 있나.
“더 올라서고 싶다. 굉장히. 아까 ‘연기를 잘한다’고 했는데 더 잘할 수 있다.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도 나의 극복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 바꾸며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제 연기는) 장르적으로 굉장히 국한돼 있다. ‘천만 영화’도 찍고 싶다. 제가 한때는 충무로에서 ‘영화나라흥행공주’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 같은 영화에 잘 안 불러주신다. (웃음)”
 
연출이나 예능프로그램 등에 도전할 의향은.
“작품으로 노출되는 것과 달리 내 개인의 생각, 행동이 드러나는 데 대해 두려움이 있다. 데뷔 초기엔 ‘현모양처로 살 거고 일을 오래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이렇다. 생각은 계속 변하는데 사람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하고 다녔는지 기억하고,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각인된다는 것이 두렵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 대중들에게 알려야 할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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