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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앙꼬’ 대신 ‘팥소’를 넣어요

중앙일보 2020.02.13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찐빵에 앙꼬가 빠진다면? 아마도 맛이 밍밍하기만 할 뿐 달콤한 찐빵의 묘미를 살려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나 현상, 생각 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진 경우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표현을 관용구처럼 쓰곤 한다.
 
이 말이 흔히 쓰이다 보니 ‘앙꼬’를 우리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일본어 표현이다. ‘앙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떡이나 빵 안에 든 팥’으로 풀이돼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선 ‘다듬은 말’을 통해 ‘앙꼬’는 ‘餡子(あんこ)’에서 온 말이므로 ‘팥소’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팥소’는 팥을 삶아서 으깨거나 갈아서 만든 것을 의미한다. 빵에 들어가는 것부터 떡에 들어가는 것까지 팥소가 들어가는 음식은 다양하지만, ‘팥소’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앙꼬’라고 쓰는 일이 허다하다.
 
‘팥소’라는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사람들이 여기 쓰인 ‘소’를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소’는 송편이나 만두 등을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해 익히기 전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말한다. 통김치나 오이소박이김치 등의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를 때도 ‘소’를 쓴다. 간혹 ‘만두속’ ‘김칫속’과 같이 ‘속’을 쓰는 경우도 볼 수 있지만, ‘만두소’ ‘김칫소’가 바른 표현이다.
 
‘팥소 없는 찐빵’이라 하면 말맛이 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른 말을 제대로 알고, 보다 많은 사람이 정확한 표현을 쓴다면 언젠가 ‘앙꼬 없는 찐빵’보다 ‘팥소 없는 찐빵’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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