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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혁신금융’ 홍보한 P2P 업체, 금감원 사기 혐의 수사 의뢰

중앙일보 2020.02.13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파주 팝펀딩 물류창고에서 혁신금융사례를 공유하는 간담회를 했다.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파주 팝펀딩 물류창고에서 혁신금융사례를 공유하는 간담회를 했다. [뉴스1]

금융위원회가 ‘혁신 금융’ 모범 사례로 선정한 P2P(개인 간) 대출 업체 ‘팝펀딩’이 사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중기에 동산 담보로 대출 ‘팝펀딩’
은성수 위원장 사업장 찾아 소개
사모펀드 2곳 투자금 못 돌려줘
팝펀딩 대출연체율 45% 치솟아

12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P2P업체인 ‘팝펀딩’의 대출 취급 실태를 검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팝펀딩이 사기와 자금 유용 등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포착해 최근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결과 팝펀딩 운영 과정에서 ‘사기적 행위’가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팝펀딩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동산 담보 대출을 주로 취급했다. 기업이 대출금으로 상품(담보)을 만들어 팝펀딩 물류 창고에 입고하면, 상품이 쇼핑몰에서 팔릴 때마다 팝펀딩이 배송을 대신 해주고 판매 대금으로 대출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동산금융은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 사항이다. 2018년 3월 문 대통령이 “비부동산 담보 활성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언급한 뒤 금융위는 동산금융 활성화에 앞장서왔다.
 
팝펀딩 로고. [뉴스1]

팝펀딩 로고. [뉴스1]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말 경기 파주시 팝펀딩 물류 창고를 직접 방문해 ‘동산 금융의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팝펀딩 상품이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 관행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아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팝펀딩의 사기 혐의가 포착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부실 업체를 혁신금융으로 홍보해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원장 방문 전에 금감원에 평판 조회를 했다”며 “당시엔 팝펀딩에 대한 검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문제점이 없어서 일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팝펀딩 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지난해 인기를 끌면서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이미 많이 팔렸다는 점이다. 만기가 6개월 정도로 짧은 데다 5%대의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팝펀딩 사모펀드 중 2건은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했지만 투자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상환을 연기했다. 70억원 규모의 ‘자비스팝펀딩 홈쇼핑 벤더 5호’와 50억원 규모의 ‘코리아에셋스마트플랫폼 3호’이다. 팝펀딩 측은 “겨울 날씨가 따뜻해서 대출받은 업체가 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롱패딩이 잘 팔리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대로 팝펀딩의 자금운용 자체에 부실이 있었다면,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다른 사모펀드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앞으로 만기가 돌아올 예정인 팝펀딩 사모펀드 투자액은 수백억원 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까지 10% 미만에 불과했던 팝펀딩의 대출 연체율(한 달 이상 상환이 지연된 연체액  비율, 사모펀드 투자액 포함)은 12일 현재 45.23%로 치솟은 상황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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