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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17일만에 퇴원 3번 환자 "스트레스 심해 정신과 상담"

중앙일보 2020.02.12 17:44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이 3번 환자가 치료받는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이 3번 환자가 치료받는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몸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박상준 명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잠이 잘 안오는 편입니다."(3번 환자)
"지금은 몸 회복하는 것에만 (집중)하시고. 뉴스 많이 보지 마시고 딴 거 보세요."(박 교수)
"예."(3번 환자)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의 국가지정 격리병상(음압병실)에서 오간 대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번째 환자(54세 남성)는 26일 확진 판정 후 이 곳에서 홀로 치료를 받아왔다.

3번 환자, 강남-일산 이동 경로에 거센 비난
의료진 "처음부터 불안 심해, 안정제도 투여"
비난 삼가달라는 부탁 "증상 숨긴 거 아니다"

 
3번 환자에겐 질병만큼이나 힘든 게 외부의 '시선'이었다고 한다. 중국 우한에서 들어온 그는 증상 발현 후 서울 강남, 고양 일산 지역을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주치의인 박상준 교수는 당시 "환자가 뉴스와 댓글을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걸로 보인다.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다. 수면제 처방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와 싸워온 3번 환자가 12일 병원 문을 나섰다. 확진 17일 만이다. 당초 증세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슷한 시기 확진 판정을 받은 1번(36세 중국인 여성), 2번(56세 남성), 4번(56세 남성) 환자보다 완치가 늦어졌다.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진이 임상 소견,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치의에게 호소했던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그가 신종 코로나 치료 중에 정신과 진료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명지병원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3번과 17번, 28번 등 담당 환자들의 치료 경과를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3번 환자의 상황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3번 환자가 처음 입원한 이후 불안 증세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보였다. 입원 며칠 뒤부터 정신과 교수가 협진을 통해 아침 저녁으로 심리 상담을 하고, 안정제도 투여했다"고 말했다.
 
이 환자에 대한 각종 소문이 퍼지자 병원 측은 인터넷, TV 사용을 하지 않도록 권했다. 이 때문에 환자도 바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 했다고 한다. 다만 중국에서 사업을 했기 때문에 업무 차 휴대전화는 계속 갖고 있었다. 종종 휴대전화로 뉴스 검색을 했다. 또한 친구나 친지가 그에게 연락을 하면서 여러 이야기가 전해졌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격리음압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의 시료를 다루고 있다. 공성룡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격리음압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의 시료를 다루고 있다. 공성룡 기자

환자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병원 측에서도 더 신경을 썼다. 이왕준 이사장은 "(정신과) 진료 외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지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격리 병상에 있는 환자를 위한 원격 음악회를 제공하고, 대화도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도시락처럼 제공되는 식사 메뉴도 상황에 맞춰 바꿔줬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의료진들은 부탁의 말도 전했다. 신종 감염병의 피해자에게 지나친 비난을 삼가달라는 것이다. 이왕준 이사장은 "3번 환자는 1차적으로 피해자다. 2주 이상 좁은 공간에서 혼자 격리된 상황에서 굉장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는) 가벼운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신종 코로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혹시나 문제되지 않을까 해서 본인이 제 발로 보건소에 찾아가 검사받고 병원 격리 상태로 기다리다 확진됐다"면서 "(증상을) 숨기고 피해다녔다는 것에 대해 억울해한다는 걸 대신 말씀드린다. 이런 팩트(fact)가 좀 알려졌으면 좋겠다. 퇴원 후에 혹시 (뉴스들을) 보게 되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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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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