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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인권침해'라는데···"국회 공소장 공개 0.001% 안된다"

중앙일보 2020.02.12 17:00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현안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뉴스1]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현안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국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는 공소장은 국민적 관심 사안에 국한돼 있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의 명분으로 피의자 인권 보호와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애초에 국회가 제출을 요청하는 공소장은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총수, 흉악한 살인 범죄 혐의자 등 극히 일부에만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김한규 변호사 "99.9% 일반인 공소장은 국회가 요청 안 해" 

김한규 변호사

김한규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12일 “2019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2018년 중 검찰이 처리한 사건 중 기소한 인원이 71만9980명에 달하는 데, 이 중 국회가 공소장을 요청한 인원은 0.001%도, 100명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9.999%의 일반인들의 공소장은 공개되어선 안 되고 알 필요도 없지만 고위 공직자 등 공인이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에 국회가 한 해 얼마나 많은 공소장 제출을 요청하는지 문의를 해보니 “관련 통계를 관리하지 않아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서 법무부에 공소장을 요청하는 건수는 의원실별로 1년에 가장 많아도 30건이 채 되지 않는다. 또 의원 모두가 법무부에 공소장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법무부 소관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나 주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위 소속 의원들 일부만 요청한다. 
 

요청 가장 많았다던 곽상도 의원실도 지난해 27건에 그쳐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일보DB]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일보DB]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이 법무부에 공소장을 요청한 사례를 살펴보면 2016년과 2017년에는 한 건도 없었고 2018년에 3건, 지난해 27건, 올해 들어서는 8건을 요구했다. 곽 의원은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해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가장 많은 공소장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조국 사태와 관련된 범죄 혐의자들이 기소된 경우가 많아 공소장 제출 요청이 이례적으로 많았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곽상도 의원실이 공소장을 요청한 사건을 살펴보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조국 가족 비리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사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버닝썬 사건 등 모두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사건들이었다. 
 
곽상도 의원은 “추 장관이 일반인들의 공소장이 국회를 통해 공개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데 이것이 오히려 왜곡된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보면 대통령 측근의 범죄행위 공개는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단순 알 권리보다 조금 있다가 알 권리 보장" 

상황이 이렇지만 추미애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소장 비공개 방침에 대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추 장관은 "피의자들에게 끼칠 수 있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형사 사건 공개금지 원칙 절차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공개(공소 요지만 공개)한 것이지 공개를 안 했다는 것은 왜곡"이라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와 같은 공인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냐는 질문에도 “알 권리와 헌법상 대원칙들이 상호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간담회에서 “단순 알 권리보다 조금 있다 알 권리를 보장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기자 브리핑이나 청문회 등의 절차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더욱 보장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인의 경우는 수사 중에도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돼 피의사실 공표죄가 성립되지 않는데, 공소 제기 이후에 정부가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해외 사례를 설명하면서 "미국의 경우 언론의 자유를 더 강조하기 때문에 공소장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 공개 판단의 주체가 법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고, 우리는 무비판적으로 공개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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