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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 감염자 174명, 日 정부 대응 이해할 수 없다"

중앙일보 2020.02.12 14:08
11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앞에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앞에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새로운 환자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12일에만 확진자 39명이 새로 확인되면서 누적 환자 수만 174명에 달한다. 크루즈선 내에 격리 중인 승객 3700여명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엔 한국인 탑승자 14명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감염 확산 방지라는 이유로 이들을 그대로 배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일본 보건당국의 조치는 맞는 방향일까.
 
바다 위 크루즈선은 내부 구조상 감염병 환자가 쏟아지기 쉽다. 좁고 폐쇄적인 구조가 감염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다. 좁은 통로와 객실, 한정된 동선, 승객·승무원이 몰리는 다중이용시설 등이 바이러스 노출에 영향을 미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크루즈선은 내부가 굉장히 좁아서 승객 동선 고려하면 확진자가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새로운 환자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기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것이고, 격리 조건도 좋지 않을 것이다. 승객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데다 영양 공급도 부족해 추가 환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1일 낮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접안해 있는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大黑)부두에 일본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11일 낮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접안해 있는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大黑)부두에 일본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초기 대응이 미흡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일본 정부가) 처음부터 별 거 아닐거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유행) 초기에 방치한 중국 우한시와 똑같은 오류를 범한 거라고 본다"면서 "좁은 지역에서 비말(침방울)이든 접촉이든 굉장히 많은 사람이 노출됐을텐데 노출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느슨하게 대응한 거 같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선 크루즈선 환자들이 일본 대신 '기타'로 집계되지만, 최종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본 크루즈선 내에는 아직 검사를 받지 않거나, 확진되지 않은 사람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환자와 밀접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 크루즈 여행 특성상 고령자나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 많아 환자 중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더 철저한 격리로 크루즈선 내부의 교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같은 크루즈선에 격리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완벽한 격리는 어렵다. 1인1실 격리를 하거나 하선 후 자택격리 등 안전한 조치를 취해서 서로 섞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 선실에 각자 격리된 승객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만 현실적으로 수천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을 한번에 격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격리자들을) 제대로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한꺼번에 3000명 넘는 사람을 격리할 시설도 마땅치 않을 것이고, 관리 인력 준비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본인을 자가격리하면 일본 전역에 퍼져 살텐데 어떻게 이송할지 문제이고, 외국인 격리도 쉽지 않다"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건 분명한데 해법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 탑승자 14명을 별도로 빼내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엄 교수는 "앞으로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크루즈선에서) 자국 국민을 데려가겠다는 국가가 있으면 빨리 송환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나서 남은 사람들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급박한 위험이 현재까지는 없기 때문에 (배에) 계신 분들의 (이송)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4명 중에선 한국에 연고가 없는 경우도 상당수"라면서 "우리 국민 상황, 다른 나라의 대응 동향, 일본 정부의 대응 동향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어떻게 도울 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로선 아직 구체적인 이송 준비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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