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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놀이하다 부품 없어 막혔다, 쇼핑 어떻게

중앙일보 2020.02.12 12:00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4)

 
지난 시간까지 브릭 아트는 무엇이며 브릭 아트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심오한 브릭 아트의 세계를 3개의 짤막한 칼럼 안에 모두 담기에는 무리겠지만, 전문적인 동호회 활동이나 개인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일반 독자에게 브릭 아트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정보를 드린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래의 브릭 아티스트를 꿈꾸는 독자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브릭 구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집에 있는 브릭 제품으로 여러 가지 창작놀이를 하다 보면 점점 브릭의 종류에 대해 알게 됩니다. 어떤 브릭이 어떤 형태에 적당한지 터득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제조사의 매뉴얼을 따라 조립하는 것만으로도 이 노하우는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조립한다면 말이죠. 그래도 역시 자신이 상상한 것을 창작하다 보면 브릭에 관한 이해와 노하우가 훨씬 빠른 속도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차 욕심이 생기게 되죠. 그것이 예술에 관한 열망, ‘창작 욕구’입니다. 브릭 아트에 대한 창작 욕구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단계가 바로 오늘 이야기할 ‘브릭 구하기’입니다.
 
이 ‘브릭 구하기를 별도로 소개하는 이유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브릭 구하기가 왜 어려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타깝게도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덴마크의 레고사는 개별 브릭 부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습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으시죠? 레고사에서 웹사이트를 만들어 엄청나게 많은 브릭을 분야별로 정리하고 전 세계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이 필요한 브릭을 쇼핑할 수 있게 하면 너무나 좋을 텐데 말이죠. 얼핏 생각하기에 레고사의 판매 수익도 엄청 클 것 같고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칼럼에서 레고사가 왜 브릭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는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브릭 구하기에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지금부터 브릭 아트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대략 머릿속으로 구상한 것이 요즘 우리나라 핫 트렌드 ‘펭수’라고 가정합시다. 펭수의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대략 스케치를 하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브릭으로 펭수의 특징을 잡아 봅니다. 독특한 눈매, 동그란 콧구멍,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 노란 부리, 발그레한 핑크빛 볼이 특징적으로 보이겠네요.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되는 헤드폰도 빠져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소품이겠죠.
 
펭수의 묘한 눈빛과 가장 어울리는 원형 브릭을 골랐습니다. 너무 맘에 듭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 부품이 한 개밖에 없네요. 펭수의 볼 터치에 적당한 모양의 브릭은 찾았지만 역시 안타깝게도 컬러가 파란색밖에 없습니다. 이런, 펭수의 노란 발을 상징할 납작한 타일 브릭도 검은색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창작에 도전하면 당연히 자신을 만족하게 할 모양의 브릭이 무조건 필요합니다. 그래서 브릭 구하기에 총력을 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이승훈 작가가 만든 브릭 펭수입니다. 너무 훌륭하게 특징을 표현하였지요. 심지어는 앉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브릭 펭수 작품. [사진 브릭 아티스트 이승훈]

브릭 펭수 작품. [사진 브릭 아티스트 이승훈]

 
그렇다면 브릭 작가는 어떻게 필요한 브릭을 구하는 걸까요? 본격적으로 브릭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가장 1차원적인 방법인데 ‘지인의 집에 방문해 뒤지기’입니다. 대부분의 가정, 특히 중학교 이하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레고 브릭이 있습니다. 친구 집에서 브릭을 모아 둔 상자를 뒤지다가 내가 꼭 필요한 브릭을 발견했을 때의 그 반가움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4가지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좋고 경제적이기도 하지요. 이 1차원적인 방법이 진화한 것이 바로 동호회입니다. 브릭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급속도로 많아졌습니다. 다른 취미도 그렇듯 자연스럽게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전문적인 정보 교환과 함께 활발한 브릭 교환 및 중고 브릭 구매가 이루어졌지요. 수많은 브릭 마니아에게 자신이 필요한 브릭을 알려 구매 혹은 기부받는 방법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 방법이 더 발전해 일부 동호회는 오프라인에서 중고 브릭을 사고팔거나, 회원 간 브릭 교환을 할 수 있도록 비정기적으로 ‘브릭 플리마켓’을 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브릭 동호회를 소개하자면 브릭인사이드, 브릭동네, 브릭나라 등이 있습니다. 가입은 별로 어렵지 않고 여러분이 활동을 열심히 하는 만큼 다양한 정보와 함께 필요한 브릭도 구할 수 있으니 관심 있다면 꼭 가입해 둘러보기 바랍니다.
 
[사진 브릭인사이드]

[사진 브릭인사이드]

 
두 번째 방법은 레고사에 정식으로 주문하는 방법입니다. 위에 분명 레고사는 일반 소비자에게 별도의 개별 브릭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건 무슨 말일까요. 레고사는 2009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레고 동호회들을 지원하기 위해 ‘LUG (LEGO USER GROUP)’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일반인 대상이 아닌 정식 동호회에서 결성한 크고 작은 규모의 LUG 중 레고사가 인정한 커뮤니티에 한해 1년에 한 번씩 필요한 브릭을 구할 수 있도록 직접 주문을 받는 것입니다. 브릭 창작을 하는 작가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죠. 국내에도 이 LUG가 10여개 정도 존재하는데요, 가입 절차도 까다롭고 또 구할 수 있는 브릭의 종류와 수량에도 한계가 있어 시원한 해소 방안은 아닙니다. 더구나 일반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어서 아쉽기만 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일반인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법인데요, 레고사와 관련 없는 사설 브릭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방법입니다.
 
[사진 브릭링크]

[사진 브릭링크]

 
위 사진은 전 세계 브릭 유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브릭링크 사이트 화면입니다. 레고사가 제조한 거의 대부분의 브릭이 카테고리별로 존재하는 곳이죠. 전 세계 브릭 유저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브릭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구매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하고 배송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신품 및 중고 브릭뿐만 아니라 제품, 관련 액세서리까지 판매되는 ‘브릭계의 종합 쇼핑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판매하는 ‘셀러’도 아주 많아 단종된 제품부터, 한정판, 희귀 부품은 물론 신상품까지 웬만한 브릭은 모두 구할 수가 있습니다. 현재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대부분이 사이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해 브릭 쇼핑을 할 만큼 왕성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2000년에 설립자 다니엘 예제크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CtoC (consumer to customer) 장터인데 오랜 세월을 거쳐 거대한 브릭장터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 사이트를 국내의 한 기업가가 인수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레고사가 이 사이트를 그 기업가로부터 인수했다고 합니다. 레고사가 이 사이트를 인수한 목적을 두고 현재 많은 설왕설래가 있고,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아무튼 현재까지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필요한 모든 브릭을 구할 수 없고, 주문에서 배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그리고 주문에서 결제까지 영문으로 돼 있어 일부 유저가 다루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국내에도 몇 개의 브릭 쇼핑몰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아래 사이트는 ‘브릭투게더’입니다. 우리말로 돼 있어 주문이 쉽고 배송이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부품이 새 제품이다 보니 브릭링크보다 가격이 높다는 단점과 종류가 그만큼 많지 않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해당 사이트 관리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요, 계속해서 부품 수를 늘리고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국내 창작자도 많이 애용하고 있더군요.
 
[사진 브릭투게더]

[사진 브릭투게더]

 
마지막 방법으로는 유사 브릭의 사용입니다. 유사 브릭이란 덴마크의 레고가 아닌 다른 완구사의 브릭을 말합니다. 세계 모든 브릭 완구는 레고 브릭과 완벽하게 호환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작품을 제작할 때 활용되는 방법입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브릭 브랜드로는 옥스포드가 있고 캐나다에는 메가블록, 폴란드에는 코비블록 등이 있습니다. 이들 회사는 덴마크의 레고보다는 일반인에게 개별 브릭을 판매하는데 인색하지 않다고 합니다. 한국 브랜드 옥스포드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기본적인 브릭에 한해 개별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에 출품하는 전문적인 브릭 작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작품을 만들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레고 브릭이 워낙 고가이고 또한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 네 번째 방법은 이런 경우 주로 활용됩니다.
 
[사진 옥스포드, 코비블럭, 메가블럭]

[사진 옥스포드, 코비블럭, 메가블럭]

 
물론 ‘레고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작가도 적지 않습니다. 레고사의 브릭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브랜드 브릭을 사용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레고 브릭으로 제작된 대형 작품은 사실 레고 랜드가 아니면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L.C.P가 제작한 작품이 아니고선 더욱 그렇습니다. L.C.P가 무엇인지는 다음 시간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자, 이제 브릭을 구하는 방법을 얼추 다 소개한 것 같습니다.그럼 다음 시간에는 브릭 작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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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기 장현기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필진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 전시, 콘서트, 뮤지컬 등 라이브 콘텐츠의 프로듀서이자 연출가. 20여년간 수백 편의 라이브 콘서트, 쇼, 뮤지컬, 전시 등을 제작 연출했다. 2014년부터 전시 기획자로 변신하여 활동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브릭 아트에 매료되어 4년간의 준비 끝에 세계 최초의 브릭 아트 테마파크 ‘브릭캠퍼스’를 오픈, 현재 제주와 서울에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브릭이 최고의 예술 소재가 될 수 있고,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재미있고도 놀라운 사실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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