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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뉴햄프셔 부티지지에 설욕…대의원 획득은 같은 아홉 명

중앙일보 2020.02.12 11:33
78세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 텃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26% 득표율로 38세 신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에게 1.6%포인트 차로 승리한 뒤 활짝 웃고 있다.AFP=연합뉴스]

78세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 텃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26% 득표율로 38세 신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에게 1.6%포인트 차로 승리한 뒤 활짝 웃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2차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버니 샌더스가 피트 부티지지에게 아이오와 코커스의 패배를 설욕했다. 득표율 25.9% 대 24.4%로 아이오와 1차 투표 때보다 적은 4200여표 차이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19.8%로 선전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9.3%,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8.4%로 아이오와보다 한 계단 아래인 5위로 떨어졌다.

득표율 25.9%, 2016년 힐러리땐 60%
"난 억만장자 돈 받는 후보와 싸워"
부티지지 "양극화 비전, 유아독선"
바이든, 뉴햄프셔에선 5위로 몰락
개표 안 보고 사우스캐롤라이나行
바이든 빈 자리 블룸버그 3위 부상

 
샌더스 후보는 이날 맨체스터 사우스 뉴햄프셔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여기에서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오늘 밤의 승리, 아이오와 일반 투표 승리와 함께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갈 것이고 우리는 이들 주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티지지·클로버샤·워런·바이든 등 상대 후보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우리 민주당 후보 모두는 누가 경선에서 승리하든 미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을 물리치기 위해 단합할 것"이라고 했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11일 밤 뉴햄프셔 개표 내내 1위를 달리자 2000여명의 지지자가 환호하고 있다.[정효식 특파원]

버니 샌더스 후보가 11일 밤 뉴햄프셔 개표 내내 1위를 달리자 2000여명의 지지자가 환호하고 있다.[정효식 특파원]

 
샌더스는 이날 자신은 "억만장자와 억만장자의 돈을 받는 후보들과 싸우는 사람"이라며 2위 부티지지를 겨냥하기도 했다. 지지자인 라산드로 크루즈도 "버니는 기업과 부자들의 기부금을 받지 않고 나 같은 서민과 노동자의 소액 기부금만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며 "억만장자와 월가, 대기업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샌더스로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2016년 힐러리를 상대로도 득표율 60.1%로, 22% 포인트 이상 압승한 텃밭에서 부티지지에게 턱밑까지 추격당한 것은 깔끔한 승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24명의 뉴햄프셔 대의원은 나란히 9명씩 동수로 확보했다. 클로버샤가 나머지 6명을 가졌다. 나머지는 후보는 유효 득표율 15%  미달로 대의원 배분에서 제외됐다.
 
2위를 기록한 부티지지도 내슈아 관전행사 연설에서 샌더스를 정면 겨냥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혁명이냐, 현상유지냐는 식의 양극화된 비전 속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나를 따르든, 아니면 떠나라는 식의 정치는 트럼프가 재선하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또 "취약한 미국인들은 포용적 승리보다 이념적 순수성을 추구할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 했다.
 
그는 앞서 "샌더스는 사회주의자란 꼬리표(label)뿐 아니라 접근법 때문에 본선에서 트럼프를 이기기 매우 어렵다 했다. 샌더스의 민주 사회주의 이념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아이오와 코커스 1위에 이어 뉴햄프셔에선 샌더스 후보에 아깝게 뒤진 피터 부티지지 후보가 내슈아에서 "혁명이냐, 현상유지냐는 식의 양극화된 비전 속에서 미국인은 설 자리가 없다"고 샌더스 후보를 비판했다.[AFP=연합뉴스]

아이오와 코커스 1위에 이어 뉴햄프셔에선 샌더스 후보에 아깝게 뒤진 피터 부티지지 후보가 내슈아에서 "혁명이냐, 현상유지냐는 식의 양극화된 비전 속에서 미국인은 설 자리가 없다"고 샌더스 후보를 비판했다.[AFP=연합뉴스]

 
뉴햄프셔 경선의 최대 사건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5위 몰락을 예상한 듯 예정된 개표 관전 행사(프라이머리 나이트)엔 불참하고 4차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떠난 일이었다. 자신의 여동생 발레리에게 대신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고 떠넘기고서다.
 
바이든은 대신 이 날 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 컬럼비아에서 유세 시작 파티를 열고 "2개 주만 투표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가장 헌신적인 민주당 유권자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빠르게 성장하는 라틴계 공동체로부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투표할 기회를 갖지 못한 아프리카계 유권자 비율은 99.9%"라고도 했다. 40만명에 달하는 지역 흑인 표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패배할 경우 선거를 포기할 거냐'는 질문에 "(1992년) 빌 클린턴은 초반 아홉 군데 경선에서 모두 지고 아이오와 한 군데에서만 이기고도 결국 후보로 지명됐다"고 클린턴에 빗대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폭스뉴스는 바이든이 1·2차 경선에서 4위와 5위로 추락한 것을 "바이든의 폭망"으로 표현했다. CNN조차 "바이든이 뉴햄프셔 지지자를 바람 맞히고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도망쳤다"고 평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재기가 힘들 것으로 본 것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 4위에 이어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5위로 전락하자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전국 지지율이 3위로 급부상했다.[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 4위에 이어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5위로 전락하자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전국 지지율이 3위로 급부상했다.[EPA=연합뉴스]

 
바이든 몰락의 최대 수혜자는 의외로 아이오와 1위, 뉴햄프셔 2위 돌풍의 주역인 38세 신인 부티지지가 아니었다. 초반 경선은 건너뛴 77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전날 공개된 퀴니팩 대학 전국 여론조사에서 샌더스(25%)와 바이든(17%)을 15%의 지지율로 바짝 추격하는 3위로 부상했다. 부티지지는 10%로 워런(14%)에 이은 5위였다.
 
더힐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23%)-샌더스(20%)-블룸버그(16%) 순으로 오차범위 안에서 꼬리를 무는 3강 구도를 형성했다. 부티지지가 전국적으로는 동성애자 대통령 후보인 데다 소도시 시장 경력밖에 없다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웹스터 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지지자 도넬리 보일런은 부티지지가 대통령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이 많은 사람이 염증을 느끼는 워싱턴 정치이고, 아웃사이더인 피트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반박했다. 그는 "워싱턴의 변화와 세대교체는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초선 상원의원 2년 만에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같은 아웃사이더가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맨체스터(뉴햄프셔)=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전통적 코커스 4개주 뿐, 현대식 투표 프라이머리로 전환
11일 뉴햄프셔 맨체스터 웹스터 초등학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신원확인 뒤 민주당과 공화당 경선 투표용지를 교부받아 투표하고 있다. 뉴햄프셔주는 무당파 유권자도 현장에서 한 정당을 선택하면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준폐쇄형(혼합형) 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11일 뉴햄프셔 맨체스터 웹스터 초등학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신원확인 뒤 민주당과 공화당 경선 투표용지를 교부받아 투표하고 있다. 뉴햄프셔주는 무당파 유권자도 현장에서 한 정당을 선택하면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준폐쇄형(혼합형) 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11일 열린 두 번째 뉴햄프셔 경선은 첫 아이오와 경선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주정부가 주관하는 비밀투표 방식의 '프라이머리(primary)'란 점이다. 아이오와는 1800년대 이래 정당이 주관하는 전통적인 코커스(caucus), 즉 풀뿌리 당원집회 방식을 유지했다. 
 
주전역 1700여개 선거구에서 동시에 당원집회를 열어 대선 후보별 지지 비율에 따라 카운티 대의원을 배정한다. 코커스는 현대식 비밀 투표 대신 공개 토론과 공개 지지를 통해 지지자 수를 현장에서 직접 세는 방식으로 1차 투표가 이뤄진다. 이어 15% 생존룰에 미달한 후보 지지자가 1차에서 15% 이상을 얻은 후보자에 2차 투표를 하면 최종 득표율이 정해진다. 여기에 선거구별로 배정된 대의원 수를 곱해 후보자별로 대의원을 할당하는 방식을 거친다. 복잡한 절차를 아이오와 민주당이 도맡아 하는데 2020년 새로 도입한 모바일 집계 앱이 오작동한데다 95개 이상 선거구에서 집계·환산 등 오류가 발견되면서 개표 대혼란을 겪었다. 
 
3일 미국 아이오와 디모인 링컨고교에서 열린 민주당 66선거구 코커스에서 워런 후보 지지자들이 일어서자 직접 투표수를 세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3일 미국 아이오와 디모인 링컨고교에서 열린 민주당 66선거구 코커스에서 워런 후보 지지자들이 일어서자 직접 투표수를 세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이런 번거러운 절차와 오류 가능성 때문에 원래 코커스 주들이 잇따라 현대식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6년까지 코커스를 했던 워싱턴·미네소타·콜로라도·캔자스·메인주가 프라이머리로 합류함에 따라 남은 주는 아이오와·네바다·노스다코타·와이오밍 4개주 뿐이다.
 
반면 프라이머리는 코커스의 복잡한 절차를 한 번의 OMR 용지(또는 터치스크린 방식) 투표로 대체한다. 개표 기계가 투표소마다 후보 득표율을 자동 집계하고, 이를 합산한 비율로 15% 미만 득표 후보를 제외한 유효 후보자에게 주대의원을 배정한다.
 
프라이머리(코커스 포함)도 자신이 사전 등록한 정당의 경선에만 투표할 수 있는 폐쇄형(closed)과 자신이 등록한 정당과 상관없이 원하는 정당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open) 프라이머리로 나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앨래배마·미시건·미네소타 등 22개 주는 오픈 프라이머리, 뉴욕·플로리다·캔자스 등 13개 주가 폐쇄형이다. 뉴햄프셔·캘리포니아 등 15개주는 무당파(independant) 유권자에게 투표소에서 한 정당을 선택해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준폐쇄형 또는 혼합형(hybrid)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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