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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측 "졸피뎀 카레 먹어봤다, 힘 안빠진다" 끝까지 부인

중앙일보 2020.02.12 05:00

"전남편, 졸피뎀 먹고 살해된 것 아니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 오른쪽 사진은 고유정이 3차 공판 당시 제주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뉴시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 오른쪽 사진은 고유정이 3차 공판 당시 제주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뉴시스]

지난 10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7) 측 변호인이 최종변론을 했다. 그는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넣은 카레는 맛이 변해서 금방 알아챌 수 있다”며 “졸피뎀은 의도적인 살인 계획에 쓰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이 카레에 졸피뎀을 넣어 전남편 강모(사망당시 36세)씨를 무력화한 후 살해했다는 검찰·경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추적]
고유정, 최후까지 "전남편 성폭행" 주장
제주지법, 8개월 11차례 공판 마무리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사형 선고될까

고유정 측 변호인인 남윤국 변호사는 이날 “제가 직접 카레에 넣어 먹어 보았기에 알 수 있다”며 “졸피뎀은 그저 잠을 돕는 약으로, 힘을 빠지게 하거나 몽롱하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전남편은 졸피뎀 투약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고유정)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전남편 살해의 결정적 증거로 꼽은 졸피뎀이 범행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고유정 측이 11차례 공판 끝에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범행을 부인함에 따라 1심 선고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제주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3월 2일에는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 A군(사망당시 5세)을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고유정이 취재진 앞에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오른쪽은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 [중앙포토]

고유정이 취재진 앞에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오른쪽은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 [중앙포토]

고유정, "이 저주스러운 몸뚱이" 울먹

고유정은 결심공판에서도 전남편을 살해한 것은 성폭행 시도를 피하려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이 저주스러운 몸뚱아리(몸뚱이)가 뭐라고. 차라리 (전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할 때) 다 내어줘 버렸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
 
변호인도 “(전남편이 숨진) 펜션에서 발견된 혈흔은 검찰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도망가려는 피해자를 쫓아가며 찌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흉기에 한 번 찔린) 피해자가 도망가는 피고인을 뒤쫓으며 흘린 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해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 중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다. [뉴스1]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해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 중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다. [뉴스1]

 

사체 옮길 가방, 나중에 구입 

아울러 변호인은 ^전남편과의 만남이 대낮에 여러 사람에게 공개된 자리였던 점 ^사건 현장이 여러 개의 단독주택과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둘러싸여 범행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 ^사건 현장에 아들이 함께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고유정도 평소 재판 때와는 다르게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재판부에 피력했다. 고유정은 이날 의붓아들 죽음과 관련해 "제 목숨과 제 아이를 걸고 아닌 건 아니다"며 "재판부는 저 여자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봐 달라. 정말 믿을 곳은 재판부와 변호사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유정은 의붓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재판부의 추궁이 이어지자 “판사님과 뇌를 바꿔서 보여주고 싶은데…”라며 답답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지난해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며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모습. [뉴스1]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지난해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며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모습. [뉴스1]

고유정, 판사님과 뇌를 바꾸고 싶다

이날 결심공판은 지난해 7월 1일 시작된 고유정 사건의 재판을 마무리한 자리였다. 8개월 여(225일) 동안 11차례에 걸친 공판이 끝나면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뒤 이후 20년 넘게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여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국가라고는 하지만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고유정이 최후진술에서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고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사형이 선고된 사례는 지난해 11월 27일 경남 진주시 방화 살인범인 안인득이 있다. 안인득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유정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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