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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돌잔치 연기되나요” 외식·웨딩업체들 코로나 직격탄

중앙일보 2020.02.12 05:00

"대목인데…" 외식, 예약 80% 취소 '직격탄'

22번 확진자가 근무했던 광주우편집중국이 임시폐쇄된 모습. 이곳은 지난 5일부터 직원들이 자가격리됨에 따라 위탁 노동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2번 확진자가 근무했던 광주우편집중국이 임시폐쇄된 모습. 이곳은 지난 5일부터 직원들이 자가격리됨에 따라 위탁 노동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1일 광주 지역에서 외식업계를 운영하는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1~2월은 겨울 비수기를 견뎌낸 외식업계에 찾아오는 첫 대목인데도 신종 코로나로 인해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슈추적]
"참석 어렵다"…결혼식·돌잔치 직격탄
외출 자제…광주 버스·지하철도 급감
노인, 일자리·무료급식 등도 일시중단

 
A씨는 "매년 1~2월은 기업 신년회나 창립행사, 동창회가 몰리는 대목"이라며 "대부분 행사가 100~200명이 참석하는 적잖은 행사인데도 지난 4일 광주에서 16번째 확진자가 나온 뒤부터 행사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이미 1월 말부터 주문 전화가 끊긴 상태에서 기업이나 기관에서 하는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고 보면 된다"며 "외식업은 꾸준히 행사를 줬던 거래처와의 계약이 많은데 섣불리 위약금을 달라고 하면 다음 일거리를 뺏길까 봐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저지하고자 주민이 꾸린 방역단이 9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저지하고자 주민이 꾸린 방역단이 9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혼식·돌잔치 "축소·연기되나요?"

예비신랑 B씨(32·광주광역시)는 최근 예식장에 전화를 걸어 결혼식 연기를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후 대학 동기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참석이 어렵다'는 전화가 많이 와서다. 하지만 예식장 측은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심 끝에 B씨는 결혼식을 축소하는 쪽으로 신부 쪽과 합의를 했다. 당초 250명이던 식사 인원을 200명으로 줄여 오는 15일 결혼식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한 것이다. B씨는 "일정 연기가 어려운 데다 인륜지 대사라는 점에서 예정대로 결혼식을 하기로는 했지만, 양가 부모님까지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혼식과 돌잔치 등도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확진자 발표 이후 행사 연기나 취소, 예약축소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광주 지역 예식장 관계자는 “지난 4일부터 예약 변경이나 연기 여부를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신종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은 있지만,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를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저지하고자 주민이 꾸린 방역단이 지난 8일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 주변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저지하고자 주민이 꾸린 방역단이 지난 8일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 주변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는 친척집에…버스·지하철도 안 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시민들이 집 밖에 나서는 일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16번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141만2784명이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하기 전인 1월 30일부터 2월 3일까지 닷새간 버스 이용객(179만7986명)보다 21%(38만5203명) 줄어든 수치다.
 
광주지하철도 신종 코로나 발생 전 닷새간 총 23만4365명이 이용했으나, 발생 뒤 닷새 동안에는 24%(5만7897명)가 줄었다.
 
16번째 확진자가 거주했던 광주 광산구나 인근인 북구 일대에서 미취학 자녀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광산구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오는 17일까지 399개 어린이집과 87개 유치원이 문을 열지 않아서다. 광주 북구에 있는 400여 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11일까지 휴원한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41·여)씨는 "아이를 맡기던 유치원이 휴원해서 임시로 자녀 돌봄 도우미를 구할까 싶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친척 집에 맡기고 출근한다"며 "유치원에 보낼 때보다 출·퇴근 시간이 훨씬 바빠졌다"고 했다.
 
22번 확진자가 근무했던 광주우편집중국이 임시폐쇄된 모습. 이곳은 지난 5일부터 직원들이 자가격리됨에 따라 위탁 노동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2번 확진자가 근무했던 광주우편집중국이 임시폐쇄된 모습. 이곳은 지난 5일부터 직원들이 자가격리됨에 따라 위탁 노동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노인 일자리에…무료급식까지 중단

전남에서는 22번 확진자가 발생한 나주시를 중심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이 중단됐다. 나주는 노인 2000여 명이 아동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지원 시설에서 월 60시간을 일하고 최대 59만원을 받았지만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 전체적으로는 이날 현재 8개 시·군에서 2만1896명에 대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중단했다. 광주 서구도 4450여명이 참여하던 노인일자리 사업을 지난 6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22번 확진자가 근무했던 광주우편집중국이 임시폐쇄되면서 위탁 택배 노동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광주우편집중국 정규직과 시간제 실무원 등 520명은 지난 5일부터 유급휴가에 들어가고 자가격리됐다. 하지만 소포 배달에 따른 수수료로 생계를 이어가는 위탁 택배 노동자 107명은 유급휴가 대상이 아니어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취약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도 일시 중단됐다. 전남에서는 22개 시·군에서 5195명의 노인에게 급식을 제공했으나 신종 코로나 여파로 12개 시·군이 중단했다. 전체 급식 지원 대상자 중 절반(2642명)에 달하는 규모다. 전남도 관계자는 "급식을 일시 중단하는 대신 일선 시·군과 함께 햇반과 빵 등 대체식을 자원봉사자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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