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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취업한파···10대 그룹, 상반기 채용 일정도 못잡았다

중앙일보 2020.02.12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2018년 10월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있는 단대부고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2018년 10월 서울 강남구 도곡로에 있는 단대부고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지혜(26) 씨는 요즘 취업관련 네이버 카페인 ‘독취사(독하게취업하는사람들)’나, 자기소개서 작성사이트인 ‘자소설닷컴(자기소개서+소설)’을 체크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김 씨는 유통이나 컨설팅 분야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채용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는 기업들의 공지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보통 취준생들은 여러 기업을 염두하고 준비를 하는데 한 곳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여러 곳이 동시에 미뤄지니 불안하다”며 “취준생들 사이에선 가뜩이나 취업도 어려운데 우리는 코로나까지 뚫고 들어가야 하느냐, ‘코로나 전형’이라는 하소연을 한다”고 전했다. 
 

공채 일정 순차적 연기 가능성 커
취준생 “이러다 채용 줄까 걱정”
학계 “기업 입장은 이해가지만
채용 등 정상적 경영활동 해야”

SK·LG 등 ‘일정 미정 또는 연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기업과 취업 준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뽑을 때 뽑아야 하는 기업들도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고, 취준생들은 좌불안석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한 10대 그룹 중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확정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는 보통 매년 4월쯤에 하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예년과 같은 시기에 그대로 할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또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소프트웨어(SW)역량테스트’를 다음달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 테스트에서 고득점을 얻으면 공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3월 2일 모집 공고를 시작으로 공채 절차에 돌입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의 영향과 그에 따른 대학 개강 연기 등으로 상반기 공채 일정 자체가 2주가량 늦춰질 것 같다”고 전했다. SK그룹은 대학 내 설명회 등도 줄이고, 대신 온라인 채용 설명회 등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4월 말쯤 치러지던 공채 필기시험은 그때까지 신종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연기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다른 평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다음달 초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려 했던 롯데그룹 역시 신종 코로나 여파로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4개 대학에서 진행해던 캠퍼스 리쿠르팅도 올해 최소화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주는 잡카페(Job Cafe) 행사도 중단한다. 대신 계열사별 채용 및 직무 관련 정보를 주는 유튜브 콘텐트를 제작하는 등 온라인 정보 제공에 주력하기로 했다.  
 
LG그룹도 올 상반기 채용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LG그룹은 또한 이달 초로 예정된 계열사 신입사원 합동 교육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에 입사한 인원들이다. LG그룹은 매년 경기도 이천시 LG인화원에서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합동 교육을 진행해 왔다. 
 

시험 D-데이 미뤄지거나 중단

신종 코로나 여파로 채용 절차 연기를 알리는 NS홈쇼핑의 홈페이지 공지 글. [사진 NS홈쇼핑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채용 절차 연기를 알리는 NS홈쇼핑의 홈페이지 공지 글. [사진 NS홈쇼핑 홈페이지]

채용 시험 일정을 바꾸거나, 당초 계획됐던 채용 절차를 중단한 기업도 있다.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6급 신입 행원 필기시험 날짜를 당초 예정됐던 9일에서 오는 23일로 변경했다. NS홈쇼핑은 서류 합격자 발표를 아예 연기했다. NS홈쇼핑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채용 전형을 잠정적으로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진과 GS EPS 등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전형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철도(코레일) 역시 다음 달 21일로 예정됐던 필기시험은 4월 25일로, 4월 중순으로 계획됐던 면접시험은 6월 1~4일로 변경했다.  
 

취준생 “졸업 예정자에서 졸업자로” 

채용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는 ‘일정이 다 틀어졌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다가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취업준비생인 김성호(28) 씨는 “올해 8월에 졸업 예정이어서 올 상반기에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입사하고 싶었는데, 취업 일정이 길어지면서 기졸업자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들의 채용 일정이 미뤄지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일정까지 순차적으로 미뤄지는 형국이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천재지변의 성격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상황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 “기업들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이럴수록 정상적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하고, 그 외의 경영 활동도 평소와 큰 차이 없게 이어가는 평정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면 그만큼 경제 심리가 나빠지고 이는 실제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수기ㆍ이소아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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