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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미애 장관, 언제까지 궤변으로 국민 우롱할 건가

중앙일보 2020.02.12 00:32 종합 30면 지면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에 대해 또다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관행일지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면 과감히 고쳐 나가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공소장 공개를 막는 것이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울산시장 선거 부정에 연루된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공소사실 공개가 인권 침해라는 억지 주장 되풀이
반성·사과 없으면 사상 최악의 법무장관으로 기록

검찰의 기소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오히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국가가 개인이나 법인을 처벌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기소다. 정부가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검찰·법원 관계자와 당사자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누가, 왜 재판을 받는지 알 수가 없다. 그 13명에 대한 공소장의 경우처럼 언론사가 어디에선가 입수해 공개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계속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민주국가에서는 공소장 공개를 원칙으로 삼는다.
 
공소장 공개를 국회법에 넣어 명문화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검찰이 언론에 아무것도 알리지 않으며 수사하고 기소까지 하는 ‘깜깜이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독재 시절에는 그런 일이 꽤 있었고, 그 이후에도 안보 등을 이유로 삼아 검찰이 간간이 기소 내용을 감추기도 했다. 공소장이 비밀문서가 되고, 피고인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재판 시작 때까지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수사와 기소가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다. 특히 이 정부에선 기자의 검사 접촉, 검찰의 수사 내용 브리핑까지 막아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진보적 성향의 변호사가 많이 포진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회원조차 “민주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독재정권을 꿈꾼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피의사실 또는 공소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인권 보장 측면에서 옳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권리 침해보다 공공의 이익이 큰 경우 피의사실 공개는 헌법이나 법률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이미 여러 차례 내놓았다. 법률가인 추 장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많은 국민은 추 장관이 청와대의 조직적 울산시장 선거 개입을 감추기 위해 인권 운운하며 생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법치 수호의 책임을 진 장관이 위법성이 짙은 행동을 하며 얼토당토않은 궤변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사과하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조국 전 장관보다 더 크게 국민에게 해악을 끼친, 역대 최악의 법무부 장관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수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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