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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시장부터 살리자

중앙일보 2020.02.12 00:18 종합 28면 지면보기
 장정훈 산업2팀장

장정훈 산업2팀장

연초부터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단 열흘 만에 우리 증시에선 104조원이 날아갔다. 현재보다 미래를 보는 증시에서 한 해 예산의 5분의 1이 날아간 셈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생산 현장은 이미 상황이 심상치 않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배터리 등의 공장은 한 달 내에 가동 중단 위기에 직면한다. 중국 내 확진자 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중국 당국이 실질적인 감염 차단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부품 조달이 끊긴 국내에선 이미 현대차·쌍용차의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소비 시장은 이미 패닉에 가깝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은 발길이 끊겼다. 각종 모임과 회식 최소가 잇따라 골목길 자영업자도 고사 직전이다. 더구나 4, 5월 행사나 이벤트를 취소하는 기업도 줄을 잇고 있다. 너나없이 서로에게 공포를 전파, 확대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나서 이 공포를 차단하지 못하면 경기 한파는 최소 상반기까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노트북을 열며 2/12

노트북을 열며 2/12

사실 정부는 지난해 4분기에 경제성장률 2.0%를 지키느라 눈물겨운 총력전을 폈다. 그 과정서 지나친 건설 경기 띄우기 논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2.0%에 목을 맸던 건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분투로 이해한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저조한 성장은 구조적 문제에 미·중 무역갈등이나 일본 수출규제 같은 변수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치부하고 대응책 마련에 소홀했다가 힘든 연말을 보낸 셈이다.
 
우리는 한 해 수출입을 합쳐 약 1조 달러인 교역을 통해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25%가 넘는다. 이 같은 상황서 정부가 우왕좌왕해선 올해 좋은 경제 성적표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 추경안 편성 카드를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 500조원이 넘는 올해 슈퍼예산안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총선을 코앞에 두고 돈을 푸는 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세금에서 끌어오는 추경 자체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성과는 달리 그 전파의 공포감은 매우 심각하다. 정부의 각오도 그만큼 비상해야 한다. 정부는 미적거리지 말고 국민의 동의 하에 추경 등 과감한 카드를 내놓고, 투명하게 집행해 시장부터 살려놓고 볼 일이다. 이미 우리는 2003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 때 경제가 맥없이 추락했던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장정훈 산업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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