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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건축 불허 부당” 판결했지만…구청만 바라보는 평창동 노른자위 땅

중앙일보 2020.02.12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땅 주인 이모씨가 종로구청이 4년 전 내줬다가 취소한 개발행위 허가서를 보고 있다.

땅 주인 이모씨가 종로구청이 4년 전 내줬다가 취소한 개발행위 허가서를 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 2만2000㎡(7600여 평)의 노른자위 땅 개발을 놓고 토지 소유주와 종로구청 간에 3년간 진행됐던 행정 소송이 일단락됐다. 토지 소유주가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승소함으로써 택지 개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가 행정 소송에서 이겨도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사업 허가를 계속 미루면 달리 다툴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청, 주택허가 뒤 “녹지보존” 번복
땅 주인 승소했지만 허가 미지수
“환경보전 명분 재산권 제약 안 돼”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제의 평창동 425-1~10번지 일대 2만2000㎡의 땅은 북악터널 인근, 형제봉 매표소 입구에 위치해 있다. S부동산 개발 회사 대표 이모씨가 2015년 지인들과 공매로 매입했다. 종로구청은 이듬해 7월 토지 개발 행위(토지형질변경)허가와 단독주택(1세대 156평) 건축허가를 순차적으로 내줬다. 하지만 2017년 5월 느닷없이 직권으로 허가를 취소했다. 이유는 ‘녹지 보존’. 구청 측은 “단독 주택 건축허가 결정은 1971년 10월 건설부가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이 지역을 북한산 국립공원을 지키는 방파제로 보고 원형 보존과 녹화 사업지로 판단해 내려졌다”며 “이는 당시의 건축허가 기준을 종로구청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내린 ‘하자있는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설명했다.
 
최종 승소한 분쟁 대상 땅의 지적도와 추가 소송 현황.

최종 승소한 분쟁 대상 땅의 지적도와 추가 소송 현황.

이씨는 인허가 절차와 종로구 도시계획위원회 및 건축위원회 심의를 모두 통과한 직후라서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구청의 갑질로 판단하고 행정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쟁점은 이 일대 땅을 ‘제척(除斥) 지구’로 표기한 한 부동산개발업체의 문건이었다. 구청 측은 “녹지 보존을 위해 개발지구에서 제척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고 측이 찾아낸 서울시 고시 967호엔 제척 사유가 ‘민영주택건설승인 예정지’라고 명시돼 있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건축허가 부지가 녹지축을 보존해야 하는 국립공원 보존 지역과는 무관한 지역이며 단독 주택 개발행위 허가가 하자 있는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종로구청장은 위법한 행정을 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가 지난달 31일 구청 측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환경 보전 등의 명분으로 사유재산권을 부당하게 제약한 지자체의 행정권 남용 갑질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재판 과정에선 구청의 이중적 행태가 드러났다. 문제의 토지 중 3630㎡(1100평)에 쓰레기 적환장을 불법 신축한 후 무상으로 사용했다. 이와 관련된 민사 재판에선 보상금 4억원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 일대 도로 7개 노선 중 일부에 구청 측이 주차구획선을 긋고 주차료를 받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글·사진=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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