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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 이상 초고층 많은 부산…재해 우려 빌딩풍 연구한다

중앙일보 2020.02.12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바닷가에 조성돼 빌딩풍 피해가 우려되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초고층 빌딩. 송봉근 기자

바닷가에 조성돼 빌딩풍 피해가 우려되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초고층 빌딩. 송봉근 기자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많은 부산에서 ‘빌딩풍(風)’연구가 본격화한다. 새로운 재해로 부각되고 있는 빌딩풍의 위험도와 피해를 예측하고, 시민에게 예·경보를 발령하는 등 피해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부산시 3억, 행안부서 13억원 투입
해안가 마린시티·엘시티 주변 위험
피해 예측, 예·경보 등 예방책 마련
해외선 건물에 바람구멍 내 방지

부산시는 행정안전부가 최근 시행한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기술 개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부산시가 3억2000만원, 행안부가 12억8000만원 등 16억원을 들여, 오는 4월부터 2022년까지 빌딩풍을 연구하는 사업이다. 부산시와 행안부는 오는 3월까지 공모와 평가단 심사를 거쳐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연구 핵심은 빌딩풍 위험도를 분석하고 피해를 예측해 예·경보 서비스를 발령하는 등 피해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 필요하면 보행로에 빌딩풍을 막기 위한 차단벽 등을 설치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빌딩풍을 줄이기 위한 건물배치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빌딩과 빌딩 사이 바람세기와 풍향 등을 실측하고 모형실험을 한다.
 
빌딩풍은 고층빌딩이 밀집한 곳에서 바람이 좁은 빌딩 사이를 통과하며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바람이 소용돌이치거나 위로 솟구치기도 한다. 고층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에서 이 같은 빌딩풍이 확인되고 있다.
 
전국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 114개 동 가운데 35개 동이 몰려있는 부산은 빌딩풍 피해 우려 지역이다. 초고층 빌딩 동수가 많고 밀집도가 높은 마린시티·센텀시티가 그렇다.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해안가에 조성된 마린시티와 엘시티 주변 거주민이 태풍 등이 불 때 빌딩풍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재해 차원에서 빌딩풍을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7월 국민안전처 자료를 보면 부산에선 2001~2010년 발생한 태풍 피해액이 3441억원에 이른다. 그만큼 바람과 비 피해가 크다. 지난 1월 7일에는 해운대해수욕장 앞 101층 엘시티 랜드마크 동의 85층 거실 유리(두께 8)가 강풍(순간 최대 초속 28.9m)에 파손됐다. 유리 파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 오피스텔과 차량을 덮쳐 또 다른 피해를 냈다.
 
빌딩풍 피해가 우려되자 해운대구는 지난해 6월 발주해 이달 말 마무리 예정으로 별도의 빌딩풍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달맞이 고개 등 5개 구역을 대상으로 빌딩풍에 따른 재해 유발요인을 찾아내고 바람직한 건물 배치 방법이나 통경축(건물 사이 열린 공간)을 통과한 바람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려는 시도였다.
 
그 결과 유입 바람에 따라 빌딩풍의 풍속이 해안가에 가까운 지역은 최대 2배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일정 간격으로 건물을 마주 배치한 센텀시티는 건물이 바람을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빌딩풍을 막기 위한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일본 도쿄의 NEC 슈퍼타워빌딩은 건물 중간에 3층 높이의 바람구멍(풍혈)을 두고 지상에 도달하는 강한 하강 바람을 방지하고 있다. 영국·중국에는 빌딩풍을 줄이고 풍력에너지를 생산하는 환경친화적 빌딩 등이 건립돼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모의실험만을 통한 기초연구였다”며 “부산시와 정부가 빌딩풍을 재해의 한 분야로 연구해 피해 예방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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