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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영혼의 단짝, 우즈와 브라이언트

중앙일보 2020.02.12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타이거 우즈(左), 코비 브라이언트(右)

타이거 우즈(左), 코비 브라이언트(右)

타이거 우즈가 호스트인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14일(한국시각) 시작한다. 대회장인 LA 인근 리비에라 골프장 8번 홀 그린의 깃발은 노란색과 보라색이다. 티잉그라운드에는 ‘맘바’라는 글자를 새겨 넣는다. 최근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를 기리기 위해서다. 8은 24와 함께 브라이언트의 등 번호였다. 노란색과 보라색은 브라이언트가 뛰던 레이커스의 상징색이다. 독사의 한 종류인 맘바는 브라이언트가 킬러 본능을 본떠 스스로 붙인 별명이다.
 

데뷔와 성공가도 닮은꼴 두 사람
잘못한 뒤 반성과 변화도 공통점

우즈와 브라이언트는 인연이 있다. 두 선수는 1996년 나란히 프로에 데뷔했고, 2000년에 함께 최고 자리에 올랐다. 우즈는 그해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타이거 슬램’을 시작했고, 브라이언트는 3연속 우승을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재능이 출중했지만, 노력형에 더 가깝다. 브라이언트는 매일 새벽 5시에 훈련했다. 우즈는 새벽 3시에 로리 매킬로이에게 “나는 지금 헬스클럽인데, 너는 무얼 하고 있느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브라이언트는 하루 1000개의 골을 넣어야 훈련을 끝냈다. 우즈는 부상 전엔 36홀 라운드를 하고, 8㎞를 뛰고 또 역기를 들었다.
 
열심히 하다 보니 많이 다쳤다. 우즈는 수술을 8번 했다. 2008년 십자인대가 없는 무릎으로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우즈는 부상과 통증을 구분했다. 통증은 아무리 아파도 그냥 이겨낼 수 있다고 여겼다. 브라이언트도 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격렬한 종목에서 20년을 버텼다. 2014년 아킬레스건이 찢어진 상태로 동점 자유투를 넣던 장면은 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정상에 선 선수는 외롭다. '골프 황제' 우즈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교류했다. 조던으로부터 ‘스타로서 즐기고 스트레스를 푸는 법’을 배웠다. 도박과 밤 문화 등이다. 
 
브라이언트를 응원하는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이언트를 응원하는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이언트와 우즈는 교류가 빈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로 존경했고 만나면 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했다고 미국 골프 채널은 보도했다. 투쟁심, 디테일, 집중력 등에서 다른 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즈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는 조던이 아니라 브라이언트가 아닐까 한다. 우즈는 “우리(우즈와 브라이언트)는 정신적인 면에서 연결됐다”고 했다. LA 출신인 우즈는 어릴 때부터 LA 레이커스의 열혈팬이었다.
 
우즈는 슛 실패 후에도 위축되지 않는 브라이언트의 자신감을 대단하게 여겼다. 이른바 ‘슈터의 심리’다. 슛 성공률이 50%인 선수가 처음 다섯 번의 슛을 놓치면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나’ 하고 공을 피한다. 일반적인 슈터는 그렇다. 진짜 슈터는 그래도 더 던진다. “내 성공률이 50%인데 5번 연속 들어가지 않았다면 앞으로 5번 연속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브라이언트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은 81점이다. 조던의 기록(69점)을 넘어선다. 이유는 하나. 조던보다 많이 던졌다. 브라이언트는 가장 많이 던졌는데 슛 성공률은 최고가 아니어서 역대 NBA 슛 실패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다. 
 
당연히 ‘난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신인 시절 유타 재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5분 동안 에어볼 4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슛연습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실패의 두려움 앞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브라이언트는 "개인적인 분노와 자기 회의, 팬과 미디어의 비난에 대처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브라이언트가 마이클 조던만큼 존경받는 이유다. 우즈는 부상, 칩샷 입스, 약물 중독 등 여러 난관을 이겨냈다. 브라이언트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대형 스캔들을 낸 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전세계의 주목 속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오히려 더욱 사랑받는 인물이 된 것도 공통점이다. 뛰어난 성적만으로는 용서받지 못했을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뉘우쳐 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한 것, 바로 그게 용서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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