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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결국 “상환계획 이행 못한다”

중앙일보 2020.02.12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 연기 당시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기존 상환계획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제공 증권사가 선순위로 대출금을 회수하고 나서, 일반 투자자들이 나머지 금액을 투자금 비율에 따라 나눠 돌려받게 된다는 사실도 공지했다.
 

일반 투자자에게 안내문 공지
“펀드 실사, 예상회수율 50~77%
증권사 대출 갚고 남는 돈 배분
구체적인 회수금액 답변 어렵다”

라임운용은 지난 10일 판매사들에 배포한 ‘고객안내문’과 ‘고객안내문 Q&A’를 통해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라임운용은 지난해 10월 펀드 환매 연기 당시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상환계획을 이제는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시 상환계획은 투자자산이 건전하다는 전제로 세웠지만, 회계실사 결과 투자자산 건전성이 훼손됐다는 점이 알려져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라임운용은 고객안내문에서 “펀드 실사 결과 예상 회수율이 최소 50%에서 최대 77%”라고 밝혔다. 원종준 라임운용 대표는 안내문에서 “2019년 10월 31일을 기준으로 자산별로 건전성에 부정적 요소가 있는지 따져 기초자산을 A, B, C 및 기타 등급으로 분류했다”며 “이 등급에 따라 회수 추정금액의 최소값과 최대값을 담았다”고 했다.
 
국내 사모 헤지펀드 1위 업체였던 라임은 플루토와 테티스 등 모(母) 펀드 3개를 다양하게 조합해 수십 개의 자(子)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때문에 투자자가 수익금을 돌려받으려면 우선 ▶모펀드가 투자한 자산을 현금화하고 ▶모펀드가 자펀드에 투자금을 투자 비율대로 분배한 뒤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이 판단한 모펀드 회수율부터 원금의 반 토막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플루토의 평가액을 9373억원, 테티스의 평가액을 2424억원으로 도출했다. 회수율의 경우 플루토는 최소 50%에서 최대 65%, 테티스는 최소 58%에서 최대 77%로 봤다.
 
라임운용은 당초 실사 결과를 참고해 펀드의 기준 가격을 조정(상각)하기로 했다. 원 대표는 “기준가격이 조정된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인 손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추가적인 자금회수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이 상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수익스와프(TRS)와 관련, TRS 계약을 제공한 증권사가 선순위로 채권을 회수해간다는 점을 시인했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주식, 채권,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자산운용사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을 말한다. 펀드의 투자 자산을 담보로 증권사가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주식 담보대출과 비슷한 성격이다. TRS 증권사는 채권자로서 다른 투자자보다 선순위 담보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손실 위험이 발생할 때 먼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경우 나머지 투자자들의 손실률은 더 커진다.
 
모펀드는 TRS를 쓰지 않았다. 원 대표는 “자펀드에서 TRS가 레버리지로 활용된 경우는 상품별 판매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추후 예정돼있는 자펀드별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펀드의 TRS 활용비율에 따라 개별 투자자의 손실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상환계획은 개별 자펀드 실사결과를 받는 시점(21일)으로부터 1개월 이내 판매회사에 통지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다. 라임운용은 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라임운용은 “현재 회계실사 결과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상환계획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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