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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월가의 등장, 2020년 암호화폐 시장이 심상찮다

Join:D 2020.02.11 11:49

[출처: 셔터스톡]

 

[소냐's B노트] 올 들어 {{BTC}} 가격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연초 7500달러 선에 머물던 가격이 서서히 상승하더니 2월 9일 마침내 1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11월 오전 10시 반 기준 9774달러로 다시 내려앉긴 했으나, 아직까지 분위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업계에선 비트코인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만 크립토 시장을 주시하는 건 아닙니다. 세계 금융 시장의 중심지 월가에서도 관심이 남다릅니다. 어쩌면 이들은 크립토 시장의 잠재력을 우리보다 훨씬 더 크게 보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미 시장 진입을 위한 밑작업을 마친 기업도 상당수일 겁니다. 암호화폐 전문가 마크 헬프먼(Mark Helfman)은 2월 7일(현지시간) 블로그에 쓴 글에서 "2020년 월가가 암호화폐 업계를 잠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놨습니다.

 

전통 금융권, 인식이 바뀌고 있다

크립토 시장에 대한 전통 금융기관의 태도는 이미 예전과 사뭇 다릅니다. 독일 대표 은행 도이체방크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거 10년간 암호화폐는 결제와 뱅킹 서비스에 변혁을 일으킬 만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2020년 암호화폐는 주류로 자리잡아 결국 현금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단순히 자산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아예 현금을 대신할 것이라는 과격한 관측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2019년 11월 독일 의회는 시중 은행이 암호화폐 판매 및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도이체방크는 금융권이 이를 계기로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며 암호화폐 위상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도 암호화폐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미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는 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전통 금융 전문가 응답자 중 76%가 지난해 고객들로부터 암호화폐 관련 문의를 받았다"며 "올해 고객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 수가 전년보다 두 배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 성과로 가능성 보여줬다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뀐 건, 그만큼 암호화폐 업계가 가시적인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헬프먼은 설명합니다.

 

예컨대,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BTC 펀드인 비트코인 트러스트(Bitcoin Trust)는 시가총액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밀레니얼 투자자들의 5대 투자처 중 하나로도 부상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와 3iQ, 스위스 핀테크 기업 아문(Amun) 등은 각각 비트코인 관련 펀드 상품을 내놓으며 크립토 금융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죠.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2019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산운용사 스톤리지(Stone Rigde)가 제안한 비트코인 선물 펀드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 ETF 승인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ETF 전문 매체 ETF 트렌즈(ETF Trends)의 톰 린던(Tom Lyndon) 최고경영자(CEO)는 1월 CNBC와 인터뷰에서 "올해 SEC가 비트코인ETF를 승인할 가능성이 60%다"고 전망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죠.

 

골리앗과 다윗 싸움 되나

만약 월가가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오면 기존에 있던 암호화폐 기업들과 마찰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경쟁 구도가 형성될까요? 박빙의 승부 따윈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입니다. '골리앗=월가', '다윗=암호화폐 기업'인 셈이죠. 헬프먼이 흥미로운 예시를 하나 들었는데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중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0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입니다. 결코 적지 않죠.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보유하고 있는 3개월치 현금이면 이 둘을 사고도 남는다네요. 규모 자체가 비교 불가입니다.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며 터를 닦은 건 기존 암호화폐 기업들이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당장엔 서로 상생하자는 분위기일 겁니다. 규제 리스크 등 외부 이슈가 크다 보니 "우선 살고 보자" 또는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 같은 생각이 앞선 거죠.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외부 환경보다는 내부 경쟁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네가 없어야 내가 산다”라는 밥그릇 싸움이 불붙을 겁니다.

 

백트ㆍ에리스X... 월가는 이미 들어왔다

사실 월가는 이미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세계 최대 거래소그룹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는 자회사 백트(Bakkt)를 통해 지난해 현물 기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했으며, 올해엔 비트코인 결제 앱까지 내놓을 전망입니다. 미 증권사 TD 아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의 자회사 에리스X(ErisX)도 지난해 12월 디지털 자산 상품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미 당국으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두 기업이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에 자리 잡자 일각에선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며 호평하고 있습니다.

 

헬프먼은 지금까지 암호화폐 기업들이 일군 것을 월가도 똑같이, 오히려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쉽게 말해 "돈이 그렇게 많은데, 뭔들 못하겠냐"는 거죠.

 

규제화, 시장 판도 뒤흔들까

물론, 아직까지는 기존 암호화폐 기업들이 압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백트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파상상품 거래량은 미국 암호화폐 마진 거래소 비트멕스(BitMEX)에 한참 못 미칩니다. 최근 비트멕스의 비트코인 선물(XBT) 누적 거래량이 2조 달러(약 2369조 원)를 넘었다고 하는데요(거래량 조작, 레버리지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적겠습니다만). 아직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올해 최대 변수는 '규제'입니다. 만약 각국 정부가 크립토 시장 규제에 서두른다면 기존 허가 없이 영업했던 암호화폐 기업들은 점차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그간 규제 불확실성 탓에 멀리서 관망만 했던 월가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액션을 취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번 싸움은 다윗의 물맷돌 같은 이변 없이, 골리앗에게 승산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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