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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간 곳 폐쇄는 과잉조치? “공포심만 조장” 비판 나와

중앙일보 2020.02.11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환자가 나올 때마다 이들만큼이나 주목받는 게 동선이다.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현재 증상 발현 하루 전날부터 확진되기까지 감염자의 이동 경로가 공개된다. 이들이 거쳐 간 마트나 음식점, 인근 지역의 학교 가운데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한다. 그런데 이런 폐쇄가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할 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세부 동선 공개하더라도 “과학적 근거 없는 폐쇄 불필요”
“2차 피해 우려”..외국은 감염병, 나라 따라 동선 공개 등 달라

10일 오전 대한예방의학회ㆍ한국역학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거나 효과 없는 과잉대응을 조장해선 안 된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의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히려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째 확진자가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 인근 서울 가락초등학교 정문에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째 확진자가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 인근 서울 가락초등학교 정문에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이날까지 27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동안 이들이 방문했던 곳으로 확인된 상점과 영화관 등은 대부분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3번 환자가 1시간 가량 쇼핑하고 간 뒤 사흘 휴점했다. 이어 전국 51개(백화점 31점·아울렛 20점) 중 교외형 아울렛 9개 점포를 제외한 42개 점포가 10일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현대백화점 13개 점포, 신세계백화점 12개 점포도 마찬가지다. 확진자가 예배를 본 교회도 한동안 문을 닫았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의 경우 지난 6일 조희연 교육감이 “확진자 관련 동선에서 반경 1㎞ 정도를 기준으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학교들은 국지적 휴업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공개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12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이 확인돼 2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오종택 기자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12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이 확인돼 2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오종택 기자

두 학회는 그러나 “확진 환자가 방문한 시설과 직장환경의 적정 소독으로 충분하며 장기간 폐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방역 당국에서 동선에 따라 공간 전체를 방역한다. 그 공간에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제로다. 방역하는 시간이 서너 시간 걸린다고 하면 이를 감안해 하루 정도 출입을 규제할 필요는 있다. 며칠씩 하는 건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필요한 선을 넘고 있다. 불필요하게 진행되는 면이 있다. 그로 인해 2차적 피해가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도 “백화점은 경영상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과도한 조치를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9번 환자 다녀간 송도 프리미엄 아울렛.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9번 환자 다녀간 송도 프리미엄 아울렛. [중앙포토]

휴교에 대해서도 김동현 회장은 “확진자가 다녀간 일부 지역에서 휴교하는 건 과학적 이유에서보다 학부모들의 심리 방역 차원인 것 같다. 휴교는 지역사회에서 더 큰 불안을 2차적으로 만들어내고 지역사회 경제나 여러 가지 어려움 만들어낼 수 있다. 심리적인 공포에 따라 문을 닫는 건 공중보건학적 조치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건당국 역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10일 브리핑에서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나 접촉자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확진환자가 방문한 장소는 역학조사를 하는 과정에 파악이 돼 모두 철저한 소독조치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상 노출표면을 깨끗이 소독하면 사실상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독제 사용에 따른 유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소독한 다음 날까지는 사용제한을 하고 있다. 이후에는 안전하게 해당 장소를 사용할 수 있다. 과도하게 공간 폐쇄를 하거나 기피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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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어떨까. 감염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것은 감염병의 종류,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선 감염자 개인의 신상이나 이동 경로 등을 상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홍역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지난달 감염자의 동선을 시간까지 박아 홈페이지에 공개한 적이 있다. 
 
기모란 위원장은 “미국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 때 동선을 세부적으로 공개한 적이 있다. 폐쇄회로TV(CCTV)로 사람의 얼굴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 동선을 공개해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근무했던 직장을 폐쇄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신종코로나 감염자의 동선을 지도를 그려 공개한다. 연령과 직업, 직장, 증상 발현일, 병원을 방문한 이력 등을 알린다. 이번에 17,19번 확진환자가 싱가포르 그랜드하얏트호텔 컨퍼런스에 갔다가 감염됐다. 하지만 호텔명은 공개됐지만 호텔이 문을 닫지 않았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을 통해 신종 코로나 확진자의 연령과 성별, 거주지, 증상 경과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동 경로는 알 수 없다. 당연히 점포가 문을 닫는 일은 없다. 
 
게다가 선진국에서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2014년 에볼라 사태 때 미국 오하이오주 초등학교가 5일 문을 닫은 적이 있다. 그 학교의 초등학생 부모가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어 소독하기 위해 문을 닫았다. 교육 당국이 나서 특정 지역 학교 전체에 휴교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신종코로나 확진환자의 세세한 동선 공개는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아픈 교훈이다. 당시 사태 초기 질병관리본부가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아 ‘병원 내 감염’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일었고 대폭 강화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동선 정보를 공개한다. 정은경 본부장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노출 가능성을 알려 자신의 증상 발생 여부를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의심증상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신고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환자가 들른 지역과 업소를 세세히 공개하는 이유는 같은 시간에 업소를 간 사람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목적이 강하다. 감염자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해당 업소=가서는 안 될 곳'이라는 낙인 효과가 생긴다. 그러다보니 업체가 먼저 문을 닫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15년 메르스 당시 복지부 부대변인을 지낸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확진자가 거쳐간 곳을 공개하는 것은 메르스 이후 개정된 법률에 따라 당연한 조치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쉽지는 않지만 역학조사 속도를 높여서 공개 시기를 좀 당기는 게 좋다. 정부가 공개할 때는 이미 해당 장소의 소독 등 조치가 끝난 상황인데, 그때 이름이 나오면 낙인을 찍는다. 역학조사와 정보공개 시차를 최대한 줄여야 소비자 불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윤상언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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