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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감염 없다'는 정부, 근거 있나""중국 믿지말고 신속대응해야"

중앙일보 2020.02.10 15:50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전문가 토론회에서 고려대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전문가 토론회에서 고려대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지역사회 감염은 없다'는 정부 말을 믿을 수 있나. 지금까지 접촉자 검사만 했지, 전체 검사를 한 적도 없다(최재욱 교수·고려대 예방의학과)"

"중국에서 유입되는 인원을 엄격하게 제한하라. 바이러스 확산을 대비해 지역별 치료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전병율 교수·차의과대 예방의학과)" 

 

10일 국회서 긴급 전문가 토론회
"'독감 진단 기트' 방식의 코로나 검사 확대"
"선제적 대응 주도할 리더십 부재" 지적도


10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대해 쏟아진 전문가들의 쓴소리와 제언들이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선 자유한국당의 '우한 폐렴 대책 TF'(위원장 신상진)가 주최한 전문가 초청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의 대응 방식 등을 비판하면서 보다 현실적인 문제 인식과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 인정…진단 키트 검사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 교수는 정부가 확진자·접촉자 중심의 방역에서 한발 더 나가,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인정하고 방역 대상을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호흡기 증상으로 의원을 찾으면 독감 A,B형 키트 검사 모두 하듯이 코로나바이러스도 전체 키트검사로 감염자를 빨리 찾아내 빨리 치료하는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기술이라면 코로나 진단 키트도 금방 만들 수 있다"며 "지역사회 전체 검사를 ‘굳이 필요 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독감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걸 고려해야 필요한다"고 말했다. 치사율이 독감(0.02%)보다 100배 정도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 추정)도 검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9일 복지부는 중국 여행력이 없어도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까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확진환자는 정부의 방역망 하에서 발생하거나 관리됐다"“정부가 놓친 지역사회 감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국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까지 접촉자 검사만 했지, 지역사회 전체 검사를 한 적 없다. 그런데도 ‘확산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근거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아울러 최 교수는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에서의 전파를 수 차례 경고했지만 질본에서는 환자 사례 정의 바꾸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고도 꼬집었다. 최 교수는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환자 발생 후 지역사회 감염만큼은 예방 가능했는데, 초기단계 검역과 확산방지에 실패했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유입 인원 엄격하게 제한해야"

참석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방역 노력을 주문했다. 해외 유입 환자의 차단을 강조한 전병율 교수는 “중국은 대도시와 14개 성‧시를 봉쇄할 정도로 바이러스가 퍼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최선의 방역은 해외 환자를 막아 국내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고위험군인 중국에서 유입되는 인원은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성순 일산백병원장도 “검역(quarantine)이란 단어는 13세기 이탈리아에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배의 입항을 막고 격리시킨 데서 유래했다. 모든 전염병에 있어서 중요한 건 검역과 방역”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  (영종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2.5  see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 (영종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2.5 see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역사회의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판단이 엇갈렸다. 차 교수는 "이미 '확산 우려' 수준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퍼진 상태"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 교수는 “아직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유입이 늘어나면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의 데이터에 기반한 대응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기자와 통화한 고려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방역에는 ‘안이함’이 가장 문제인데, 너무 안이하고 보수적인 대책으로 일관하다 결국 다 퍼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데이터 의존 말고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김 교수는 중국이 지난달 10일 ‘사람간 감염 없다, 의료진 감염도 없다’고 발표한 이후 열흘만에 번복하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 데이터를 믿지 말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보고 빨리 전략을 세우고 차단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전쟁은 정보전쟁"이라며 "지난해 12월 중순 SNS에서 ‘중국 병원 상황’이라며 돌던 이미지들이 신호였던 셈인데 이번 전쟁에선 뒤늦게, 잘못된 무기를 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사망한 중국 의사 리원량의 생전 모습.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경고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사망한 중국 의사 리원량의 생전 모습.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경고했다. [연합뉴스]

선제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 먼저 어디까지 막을지부터 결정하고, 위험이 줄어들면 수정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선제적 대응엔 리더십과 책임이 필요한데 이번 사태엔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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