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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경수, 킹크랩 본 건 증명된다"던 재판장 교체된다

중앙일보 2020.02.10 13:07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변론 재개를 선언했던 서울고법 형사2부의 차문호(52·연수원 23기) 부장판사가 교체되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고등법원은 이날 오전 사무분담위원회를 열고 13일자로 예정된 고법 부장판사 내부 인사를 결정했다. 
 

재판부, 우리법 김민기 빼고 모두 교체될 듯

김경수 재판부, 주심 빼고 모두 교체 

김 지사 재판부는 주심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김민기 부장판사(49·연수원 26기)를 제외하곤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와 좌배석 판사인 최항석 판사 모두 형사재판 2년을 채워 교체될 전망이다. 고등법원 인사는 본인이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하지 않는 한 2년을 주기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특검 측에선 "선고를 앞두고 이뤄진 재판부의 교체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 재판부의 교체로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는 일러도 7월쯤에나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부터 김 지사의 재판을 맡아왔던 차 부장판사는 김 지사에 대한 선고를 두 차례(12월 24일, 1월 21일)나 미루며 고심을 거듭해왔다. 법원 내부에선 재판부간에 유무죄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추측이 나왔다. 두 번의 선고를 미룬 차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변론 재개를 선언하며 이례적으로 김 지사에 대한 심증을 드러낸 바 있다.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8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60일 간의 수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8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60일 간의 수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선고 두번 연기한 차문호  

차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A4용지 7장 분량의 서류를 김 지사와 특검 측 앞에서 읽으며 "김 지사가 2016 9월 11일 드루킹으로부터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은 객관적 증거로 증명이 된다"고 김 지사측 변호인의 주장 대부분을 배척했다. 하지만 차 부장판사는 "시연회 참석 여부에 변론이 집중돼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의 공모 관계에 대한 충분한 심리를 하지 못했다"며 2월 21일까지 특검과 김 지사측 변호인에 의견서를 요청했다. 당시 배석 판사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한숨을 내쉬며 언론의 관심에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사실과 김 지사가 드루킹에 정보보고를 받은 사실 관계를 인정할지라도, 그로인해 김 지사가 드루킹과 댓글조작의 공범이 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10개월간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 관계만 다퉈왔다. 법조계에선 "김경수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유죄심증 드러냈나 

하지만 차 부장판사가 13일자 인사로 교체되며, 김 지사측과 특검측에 제출할 의견서는 다른 재판장이 받아보게 됐다.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도 4월 총선 전엔 어렵게 됐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바뀌면 판사들이 다시 기록을 읽고, 합의를 하고 양측의 변론을 들어야 한다"며 "선고는 일러야 7월에나 가능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김 지사와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난해 5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 지사와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난해 5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선고가 실제 하반기로 미뤄진다면 김 지사는 항소심의 유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도지사 임기 절반을 채우게 된다. 대법원 선고까지 기다린다면 4년 임기 대부분을 채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공직선거법의 '선거범 재판기간 강행규정'에 따르면 "선거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처리해야 하며 1심은 공소제기 6월 이내에, 2·3심은 판결 선고 뒤 3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심에서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성창호(48·연수원 25기) 부장판사도 이런 이유를 들며 자신의 인사 한달을 앞두고 김 지사의 재판을 마무리 지었다. 
 

"무책임하다 vs 최선 다했다" 

법조계에선 차 부장판사가 심증을 드러낸 후 다른 재판부로 옮기는 것은 김 지사의 다음 재판부에 부담을 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특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심증을 드러내놓고 결정을 미루는 것은 민감한 사건에 책임을 지기 싫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4월 총선 전 선고가 어려워져 법원이 선거를 의식한다는 비판이나 판결 공정성 시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차 부장판사는 이런 어려운 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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