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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주도성장’에 빨간불…씀씀이는 큰데 세금은 덜 걷혔다

중앙일보 2020.02.10 11:52
정부의 총 세입이 당초 계획보다 2조1000억원 모자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세입을 좌우하는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1조3000억 덜 걷히는 '세수 펑크'가 나타난 영향이 컸다. 세수 결손이 나타난 건 201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씀씀이는 커졌는데 세입이 줄며 나라 곳간 사정도 나빠졌다. 나랏돈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세금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10일 지난해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이 이날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19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행사’에서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과 함께 총세입·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가 10일 지난해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이 이날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19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행사’에서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과 함께 총세입·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는 10일 '2019년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은 402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85조원) 대비 17조원 늘었지만, 당초 정부가 세운 총세입 예산(404조1000억원)보다는 적게 걷혔다.
 
정부 총세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은 293조5000억원으로 전년(293조6000억원)보다 1000억원 줄었다. 국세가 1년 전보다 덜 걷힌 건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예산(293조5000억원)보다도 1조3000억원 적다. 국세 수입은 2012~2014년에 예산보다 적은 결손을 기록했다가 2014년 이후 증가세를 나타냈는데 지난해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소득세(4%)와 부가가치세(3%)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법인세(-8.9%)는 예산보다 덜 걷혔다. 투기 근절을 위해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높이면서 종부세는 전년보다 42.6% 더 걷혔지만, 예산보다는 6.3% 덜 걷히며 세수 구멍을 메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율·소득세율·종부세율이 모두 올랐는데도 세수 구멍을 막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기획재정부는 "재정 분권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지방에 추가로 이양한 제도적 요인과 함께 경기적 요인이 더해지며 국세 수입이 최근 3년의 높은 증가세에서 정체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총세출은 예산액에 전년도 이월액 등을 더한 407조8000억원 중 39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32조8000억원 증가한 액수다. 지난해 총세출 집행률은 지난해 97.4%를 기록하며 전년(96.8%)보다 높아졌다.
 
적게 벌고 많이 쓰니 나라 곳간 사정은 나빠졌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월호’를 보면 정부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7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통합재정수지는 2015년 이후 4년 만에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나랏빚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채무는 704조5000억원으로 700조원대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세입)과 쓰고 남은 예산(세출불용액)을 합한 세계잉여금의 흑자 폭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2조1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흑자다. 그러나 흑자 폭은 2018년(13조2000억원)보다 11조1000억원 줄었다. 
 

예산만큼 세금이 걷히지 않은 가운데 나랏돈을 대거 풀면서 지난해 성장률 2%를 사수했지만, 민간 투자와 소비 등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덮쳤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이 제기될만큼 돈 쓸 곳은 널렸는데 재정은 악화했다는 얘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소비와 투자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 사업의 지출이 커지며 정부의 재정 적자는 예견된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 악재까지 겹친 올해 경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정부가 재정 집행의 원칙을 제대로 세워 쓸 곳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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