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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전문가 “코로나 확진자 배에서 내렸으면 일본 확진자”

중앙일보 2020.02.10 05:00
2월 10시 0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현황. 화면 왼쪽 지역별 확진자 발생 현황에서 중국 아래 'Others 64'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확진자 64명을 가리킨다. 일본 26명은 크루즈 확진자를 제외한 숫자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2월 10시 0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현황. 화면 왼쪽 지역별 확진자 발생 현황에서 중국 아래 'Others 64'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확진자 64명을 가리킨다. 일본 26명은 크루즈 확진자를 제외한 숫자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10일 현재 22일째다. 3600여 명이 아직도 배에서 못 내리고 있다. 배에 탄 날짜는 지난달 20일. 원래는 지난 3일 배에서 내려야 했다. 예정된 날짜도 1주일이 지났다. 배에 갇힌 승객의 공포는 짐작도 안 된다. 배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도 불안하기만 하다. 크루즈 전문가에게 현 상황을 물었다. 김의근(52) 전 아시아크루즈리더스네트워크 사무총장이자 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가 전대미문의 이 사태를 진단했다. 김 대표는 “크루즈 확진자가 일본 확진자가 아니라는 일본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의 설명은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한 내용이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미국 카니발 크루즈 그룹의 계열사 프린세스 크루즈의 크루즈다. [연합뉴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미국 카니발 크루즈 그룹의 계열사 프린세스 크루즈의 크루즈다. [연합뉴스]

개념부터 정리하자. 프린세스 크루즈는 무엇이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또 무엇인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배가 ‘프린세스 크루즈’라는 선사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라는 크루즈다. 프린세스 크루즈는 영국과 미국의 합작회사로 1965년 처음 출항했다. 한때는 세계 3대 크루즈 회사로 통했는데, 미국의 카니발 크루즈 그룹에 합병됐다. 카니발 그룹은 현재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와 함께 세계 크루즈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프린세스 크루즈는 역사가 깊은 선사다. 1977년 미국의 TV 프로그램 ‘사랑의 유람선(The Love Boat)’에 등장한 크루즈가 이 회사의 ‘퍼시픽 프린세스’다. 그때는 초호화 유람선이었지만, 지금은 그 배보다 세 배 이상 규모가 큰 배도 많다(※프린세스 크루즈는 현재 6개 대륙 330여 개 기항지를 방문하는 150여 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해외 선사의 크루즈 상품을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해외 선사의 한국 사무소나 크루즈 상품을 대신 판매하는 국내 여행사에 예약하기. 이를테면 롯데관광이 코스타 크루즈의 상품을 판매한다. 롯데관광 크루즈는 알지만 코스타 크루즈는 모르는 사람이 있는 까닭이다).
 

김의근 대표 日 크루즈 사태 긴급 진단
70년대 ‘사랑의 유람선’ 그 크루즈 회사
“일본 불배운동 때문에 한국 뺀 것 아냐”
“코로나 염려해 중국 빼다 한국도 뺀 것”

다이아몬드 크루즈는 어떤 배인가.
프린세스 크루즈는 현재 17개 기종의 배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배는 14만3700t 규모의 ‘마제스틱 프린세스’이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11만5875t 규모로 회사에서 7번째 큰 배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쌍둥이 배(같은 규모의 배) 사파이어 프린세스와 함께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건조했다. 2004년 출항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승객 2644명, 승무원 1044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객 정원은 2670명이다. 높이는 2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62.48m이며, 길이는 축구장 3개 길이와 맞먹는 290m다. 요시코 츠쿠다. 이 배의 애칭이다. 미쓰비시 중공업 대표의 아내 이름에서 따 왔다).  
 
이번 크루즈 상품을 설명해달라.
프린세스 크루즈의 연중기획 상품 중 하나다. 프린세스 크루즈는 해마다 ‘아시아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의 보름 일정 상품을 판매했다. 주로 일본에서 출발해 중국을 들른 뒤 홍콩과 동남아 국가를 돌아보고 일본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매번은 아니지만, 제주도와 부산에 들어오기도 했다. 내 기억에는 아시아 그랜드 투어로 사파이어 프린세스가 여러 번 제주도에 들어왔었다(※2018년 4월 부산항에 초대형 크루즈가 입항했다고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때 들어온 배가 프린세스 크루즈의 최대 선박 마제스틱 프린세스다. 한중일 세 나라를 들르는 크루즈 상품은 프린세스 크루즈 말고도 여러 크루즈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롯데관광의 전세 크루즈 상품이 베스트 셀러다. 이번 상품에서 한국인 승객이 9명에 불과한 건, 여정에 한국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출발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크루즈 상품의 내국인 이용자는 연 3만∼4만 명이며, 지난해 크루즈로 입국한 외국인은 약 27만 명이다).
 
이번 여정에 한국이 빠진 이유가 한국인의 일본 불매 운동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누가 그러던가? 크루즈 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한 얘기 같다. 내부 사정은 회사가 밝히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크루즈 전문가로서 충분히 예상은 할 수 있다. 프린세스 크루즈의 아시아 그랜드 투어처럼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크루즈 상품이 꼭 넣는 나라가 있다. 일본과 중국이다. 두 나라의 크루즈 여행자가 많기도 하거니와 서양인이 두 나라를 선호한다. 두 나라는 고정으로 넣고 다른 여행지를 선별한다. 중국의 경우 대형 크루즈가 들어가는 항구가 정해져 있다. 상하이와 중국 남부의 샤먼이다. 이번 여정에 중국의 두 도시가 빠져 있다. 나는 아시아 그랜드 투어에서 중국이 빠진 여정을 처음 봤다. 무슨 뜻이겠는가? 크루즈 회사가 신종 코로나에 불안감을 느껴 중국 본토 상륙을 피한 것이다. 상하이를 안 가면 한국도 안 간다. 
 
상하이를 안 가면 한국도 안 간다고?
한국은, 상하이 가는 길에 하루 정도 기항지로 들르는 곳이다. 이 배가 상하이를 들렀는데도 한국을 뺐으면 한국의 반일 감정이 고려됐다고도 불 수 있으나 이 경우는 아니다. 상하이를 포기하기로 정했으면 한국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을 것이다. 크루즈 시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기항지가 못 된다. 아울러 14일 여정을 고려하면 정박지가 너무 적다. 배에서 보내는 날이 너무 많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코스를 바꿨다고밖에 볼 수 없다. 크루즈 여행 코스는 출발 직전에도 수정할 수 있다(※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에서 출발했다. 22일 가고시마에 정박했고, 25일 홍콩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문제의 홍콩 확진자가 내렸다. 27일엔 베트남 다낭을 들렀고, 31일 타이완 타이베이, 2월 1일 일본 오키나와의 나하를 거쳐 3일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인테리어 객실 내부. 창이 없는 객실이다. [사진 프린세스 크루즈 홈페이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인테리어 객실 내부. 창이 없는 객실이다. [사진 프린세스 크루즈 홈페이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에게 제공되는 식사. 끼니마다 객실에 식사가 배달된다. [로이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에게 제공되는 식사. 끼니마다 객실에 식사가 배달된다. [로이터]

현재 크루즈 내부 생활은 어떨까.
우선 분명히 할 게 있다. 홍콩 확진자가 배 안에서 신종 코로나를 전파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제일 유력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배에서 확산됐다면 승객 모두가 이용하는 식당이 제일 유력하다. 객실은 안전하다. 객실 문만 제대로 닫으면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객실에서 절제된 생활을 하면 확산 추세가 잦아들 것으로 믿는다(※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8개 종류의 객실이 있다. 제일 비싼 스위트 객실은 약 42.73㎡(약 13평)∼85.6㎡(약 26평) 크기로, 객실마다 발코니가 딸려 있다. ‘인테리어 캐빈’이라 불리는 가장 싼 객실은 발코니는커녕 창도 없다. 면적은 약 15㎡(약 4.5평)이다. 인테리어 캐빈에도 침대, 화장실, 냉장고, TV 등이 갖춰져 있다. 스위트 객실과 인테리어 객실은 네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현재 승객은 객실로 배달되는 음식을 먹으며, 제한된 산책을 제외하면 객실에서만 머문다고 한다).  
 
크루즈 확진자는 어느 나라에서 발생한 확진자인가. 일본 정부는 “일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루즈는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국제법에서도 그렇게 인정한다. WHO(국제보건기구)의 확진자 발생 기준도 그렇다고 알고 있다. 일본 정부가 WHO의 기준을 적용한 듯한데, 그건 배 안에서의 일이다. 보도를 보니 일본 정부가 확진자를 일본 본토에 상륙시켰다. 그럼 그 순간부터 일본의 확진자가 되는 것이다. 일본이 끝까지 책임을 안 지려면 욕을 먹어도 배에서 못 내리게 해야 했다. 확진자를 배에서 내리게 한 이상 당당히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미국 선박인 건 현재 상황과 전혀 관계 없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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