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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낙인' 악몽···물리치료도 못받는 21세기병원 환자들

중앙일보 2020.02.10 05:00

병원폐쇄 전 퇴원했는데…감염 ‘낙인’

지난 6일 오후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에서 3층에 격리된 환자와 보호자가 필요한 생필품을 종이에 적어 창문 너머로 보이고 있다. 왼쪽은 한 환자가 요구사항이 적힌 쪽지를 창문 밖으로 던지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에서 3층에 격리된 환자와 보호자가 필요한 생필품을 종이에 적어 창문 너머로 보이고 있다. 왼쪽은 한 환자가 요구사항이 적힌 쪽지를 창문 밖으로 던지는 모습. [연합뉴스]

환자 부실 격리조치로 몸살을 앓았던 광주 21세기병원이 이번에는 입원 환자로 인한 감염 포비아(Phobia·공포증) 논란에 휩싸였다. 이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환자들이 일선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세기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18번째 확진자가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4일 임시폐쇄됐다.
 

[이슈추적]
퇴원환자들, 다른 병원 치료거부에 발동동
격리환자도 소독·투약만…재활치료 못받아
21세기병원은 생필품 지원…환경 '안정'

9일 광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21세기병원이 폐쇄되기 직전 퇴원한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후속 치료나 입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선 병원이 “21세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물리치료 등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급 병원은 내원 환자들이 과거 진료를 받은 병원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A씨는 “병원 폐쇄 3~4일 전에 퇴원했는데도 병원마다 물리치료나 입원을 허가해주지 않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와 관련이 없는데도 감염 위험자로 낙인찍혀 재활조차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16번째 확진자인 B씨(42·여)와 딸 C씨(21·여·18번째 확진자)가 입원했던 3층 입원자가 아니어서 신종 코로나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5일 오후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에서 3층에 격리된 환자와 보호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5일 오후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에서 3층에 격리된 환자와 보호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병원 격리 후 재활·물리치료 중단 

이런 상황은 21세기병원과 광주소방학교에 격리된 환자들도 비슷하다. 상당수 환자가 당초 21세기병원에서 수술 등 치료를 받아 재활과 물리치료가 필요한 데도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 D씨는 “매일 의료진에게 재활치료를 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실제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술을 받은 지 2주가 넘어가면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병실에 누워만 있다”고 했다.
 
현재 21세기병원에는 지난 4일 B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잠정폐쇄된 병원에 환자 20명과 보호자 5명 등 25명이 격리돼 있다. 광주소방학교에는 당초 21세기병원 환자 중 34명이 머물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재 폐쇄된 21세기병원과 소방학교 내에서는 소독과 붕대 갈이 등 간단한 처치만 이뤄지고 있다. 병원폐쇄 이후 해당 병원 의료진이 출근은 하고 있지만, 격리병동에는 접근을 못 하기 때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21세기병원과 소방학교에 격리 중인 환자의 조속한 재활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저지하고자 주민이 꾸린 방역단이 9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저지하고자 주민이 꾸린 방역단이 9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퇴원 후에도 치료 못 받나" 발 동동

21세기병원에는 지난 7일부터 군의관 2명과 의료진이 투입됐지만, 재활·물리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격리환자들 사이에선 “(21세기) 병원에서 퇴원하더라도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들 입원환자는 격리해제 시점인 오는 18일 0시까지 해당 병원에서만 격리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편, 21세기 병원은 논란이 된 환자 부실 격리조치와 생필품 부족 현상은 상당히 개선됐다. 광주시와 광주 광산구는 해당 병원에 군의관 2명과 간호사 등 의료진을 투입해 환자들을 돌보도록 했다. 또 지난 6일부터는 생수와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을 지원하고, 청소 요원을 투입해 청결한 환경을 유지토록 했다.
광주광역시와 광산구청은 광주 21세기병원에 격리된 환자들의 생필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생필품과 생수 지원에 나섰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청에 쌓인 긴급 재해구호 물품.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와 광산구청은 광주 21세기병원에 격리된 환자들의 생필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생필품과 생수 지원에 나섰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청에 쌓인 긴급 재해구호 물품. 프리랜서 장정필

 

지자체, 발 빠른 대응…주민 자체 방역도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21세기병원을 찾아 입원상태와 애로사항 등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초기 대응을 맡았던 질병관리본부가 7일 철수한 후 광주시 재난 안전대책본부가 직접 대응을 하고 있다”며 “21세기병원과 광주소방학교의 상황을 실시간 점검해 필요한 것들을 즉각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도 21세기병원에서 봉사활동에 나섰다. 병원이 있는 운남동 주민이 스스로 방역단을 꾸려 신종코로나 확산 저지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20여 명의 주민 방역단은 전날 21세기병원 주변 소독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 위기가 끝날 때까지 방역작업을 한다.
 
앞서 보건당국은 지난 4일 오전 21세기병원 격리조치를 발표한 이후 30시간 만에야 ‘1인 1실’ 격리를 완료해 비난을 샀다. 당시 보건당국은 “생필품이 부족합니다”라는 한 환자의 손글씨 내용이 지난 5일 외부에 알려지자 부랴부랴 생필품을 지원한 뒤 1인 격리를 마쳤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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