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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전 의혹 731부대 새 日문서 발굴···"암호로 적힌 부분도"

중앙일보 2020.02.10 05:00
일본 육군 관동군 방역급수부, 이른바 731부대 연구진이 사용한 뼈를 자르는 톱. 생체실험 당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일본 육군 관동군 방역급수부, 이른바 731부대 연구진이 사용한 뼈를 자르는 톱. 생체실험 당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만주를 무대로 세균전을 준비했던 일본 관동군 예하 731부대와 관련한 새로운 자료가 일본에서 공개됐다. 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950년 9월 당시 후생성 복원국(군 관련 담당)이 작성했던 ‘자료통보 (B) 제50호 관동군 방역급수부’라는 제목의 자료다. 방역급수부는 731부대의 정식 명칭이다. 
 

1950년 9월 후생성 복원국이 작성
대형 도면에 부대구성·후퇴경로 등 기록
"암호 사용돼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있어"
"731부대 산실, 교토대서 자료 발굴해야"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관동군 방역급수부 경과 개황도’라는 대형 도면(가로 60㎝, 세로 90㎝)이 포함돼 있는데 여기엔 하얼빈의 부대 본부와 지부의 부대구성, 소련의 대일참전 이후 일본으로의 부대 후퇴 경로 등이 자세히 담겼다. 또 군의 52명, 기사 49명 등 부대원의 종전 당시 이름도 적혀 있다고 교토신문은 전했다.     
 
소련의 대일 참전 이후 731부대의 후퇴 경로가 담긴 문서. 전후 일본 옛 후생성이 1950년 9월에 작성했다. [사진 니시야마 가쓰오 교수]

소련의 대일 참전 이후 731부대의 후퇴 경로가 담긴 문서. 전후 일본 옛 후생성이 1950년 9월에 작성했다. [사진 니시야마 가쓰오 교수]

731부대의 세균생산 내용 등이 담긴 문서. 전후 일본 옛 후생성이 1950년 9월에 작성했다. [사진 니시야마 가쓰오 교수]

731부대의 세균생산 내용 등이 담긴 문서. 전후 일본 옛 후생성이 1950년 9월에 작성했다. [사진 니시야마 가쓰오 교수]

731부대는 패색이 짙어지자 하얼빈 본부의 시설 대부분을 폭파하는 등 자료 은폐를 시도했다.  
 
마찬가지로 패전 이후 일본 정부는 줄곧 731부대의 세균전 연구를 부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자료에서 보듯 일본 정부는 전후에도 731부대의 기록 관리만큼은 상당히 신경을 써 왔다. 
 
이 자료는 일본 국립공문서관이 지난해 11월 처음 개시한 것으로 니시야마 가쓰오(西山勝夫) 시가의대 명예교수가 발굴해 지난 8일 교토대 심포지엄에서 그 내용을 발표했다.  
 
니시야마 교수는 이날 “자료를 더 자세히 분석해 봐야겠지만, 암호가 사용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부대 실태를 보다 분명히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학계나 대학이 731부대의 연구에 관여했으면서도 왜 전후 731부대를 검증하거나 자성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까. 파묻힌 자료가 아직 있다”며 “교토대에서도 찾는다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토대 의대의 전신인 교토제국대 의학부는 731부대의 산실이다. 이곳 출신인 이시이 시로(石井四郞ㆍ1959년 사망) 중장이 부대장을 맡아 속칭 ‘이시이 부대’로도 악명을 떨쳤다.  
 
일본 육군 관동군 방역급수부, 이른바 731부대 연구진이 사용한 방독면. [중앙포토]

일본 육군 관동군 방역급수부, 이른바 731부대 연구진이 사용한 방독면. [중앙포토]

이시이 외에도 20여명의 교토대 출신들이 731부대에서 세균전 연구를 진행했다. 그중 한 명은 〈개벼룩의 페스트 매개 능력〉이란 논문을 써서 교토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논문에선 페스트균을 원숭이에 투여해 얻은 데이터로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니시야마 교수 등은 “실제로는 원숭이가 아닌 사람(마루타)을 실험대상으로 썼다”며 교토대가 검증해 학위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교토대는 이 논문이 인체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조사를 중단했다. “731부대의 역사적인 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교토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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