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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방산 큰손' 인도의 속사정 “22조 예산 90% 빚갚는데 쓸판”

중앙일보 2020.02.10 05:00
한국 방산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른 인도가 실제론 재정 사정으로 새 무기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3조 원짜리 대공 무기 등 대규모 수출 계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선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난 셈이다.
 
9일 미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와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인도는 2020~2021년 국방예산 중 무기 구매에 할당된 비용 대부분을 기존 계약을 이행하는 데 사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미 사들이기로 한 무기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새 무기를 도입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해당 매체는 인도 고위 군 당국자를 인용해 “과거 무기 계약으로 생겨난 부채에 예산의 90%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며 “새 무기 도입에 여지를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도가 2020~2021년 무기 구매에 할당한 예산은 185억2000만 달러(약 22조1000억원)다.
 
한국이 인도 수출을 추진중인 대공무기 비호복합. [사진 한화디펜스]

한국이 인도 수출을 추진중인 대공무기 비호복합. [사진 한화디펜스]

 
이 때문에 인도 군 내부에선 빠듯한 자금 계획에 불만을 품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한다. 당장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26억 달러(약 3조1000억원) 상당의 MQ-9 리퍼 무인기 22대를 비롯해 P-8I 대잠초계기 6대, 정보 수집 용도의 걸프스트림 550(G50) 정찰기 2대, 미국 대공 미사일 체계(NASAMS) II 1기 도입에 각각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씩 총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인도를 방산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꼽은 한국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산업계에선 인도 진출에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게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방산업계는 전 세계 무기 수입국 순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인 인도 시장 개척을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한화디펜스가 2017년 K-9 자주포 100문 수출을 성사시킨 것을 빼면 아직 뚜렷한 실적이 없다.
 
대표적 사례가 한국산 대공무기 비호복합이다. 한화디펜스의 ‘비호’ 자주대공포와 LIG의 지대공미사일 ‘신궁’을 장착한 비호복합은 2018년 10월 인도 대공 방어체계 사업의 가격협상 대상 장비에 단수 후보로 선정됐지만 이후 소식이 끊겼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종 계약을 거쳐 올해 무기 인도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수출 경쟁국인 러시아 측의 강한 반발 때문에 인도가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걸로 보였다”며 “다시 보니 재정 난맥상도 계약 지연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호 복합 104대, 탄약운반차량 97대, 지휘용 차량 39대, 미사일과 탄환 각 4928발과 17만2260발 등으로 구성된 이 사업은 총 사업 규모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로 추산된다. 이밖에 인도는 최근 70억 달러(약 8조3500억원)에 달하는 잠수함 6척 건조 계획을 밝혀 대우조선해양 등이 경쟁에 나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라즈나트 싱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라즈나트 싱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일단 한국 방산업계에 대한 물밑 지원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한국 방산업계가 내수에서 수출 중심 구조로 방향 전환을 하기로 한 이상 인도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지난 3일 인도를 방문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라즈 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서울안보대화(SDD)를 준비하면서 참가국 중 유일한 장관 인사로 싱 장관을 초청한 뒤 정 장관과의 단독 회담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의 재정 수급 문제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며 “장관급 회담 등에서 인도가 우리와 큰 틀의 방산 협력을 꾸준히 약속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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