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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1년 지기 경찰 죽인 승무원···그날밤 화 부른 '주짓수'

중앙일보 2020.02.10 05:00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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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개월 만에 마신 술로 인해 11년 우정이 결국 살인으로 막을 내렸다. 항공사 승무원 A씨(32)가 결혼식 사회를 봐줄 정도로 친했던 친구 경찰관 B씨(32)를 살해한 사건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중앙일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오신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A씨의 공소장에는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의 배경과 상황이 담겨 있다. 
 

사건 발생 24일 전

승무원이었던 A씨는 성범죄로 고소를 당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공소장에 A씨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자세한 기록된 내용은 삭제돼 있었다. 결론적으로 무혐의로 판명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성범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당연히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A씨는 평소 즐겨 마시던 술도 3개월 동안 끊었다고 한다. 
 
이런 A씨를 위로해 준게 친구이자 경찰인 B씨였다. B씨는 A씨를 위해 수시로 전화를 걸어 현직 경찰로서 조언을, 친구로서 위로를 해줬다. B씨 덕분인지 결국 A씨는 지난해 11월20일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이날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전하고,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약속했다. A씨가 '한 턱 내기로' 한 자리였다. 
 

사건 발생 24시간 전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pixabay]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pixabay]

그렇게 지난해 12월13일 저녁 A씨와 B씨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점에서 만났다. 그동안 A씨를 괴롭혔던 사건이 끝나자 홀가분한 마음에 A씨는 3개월만에 술을 마셨다. 오후 7시20분에 시작된 술자리는 3차까지 진행됐다. A씨와 B씨는 소주 6병과 맥주 1병, 위스키 반 병을 마셨다. A씨에 따르면 자기 자신도, 그리고 B씨도 많이 취했다. 
 
다음날 오전 1시20분 술자리가 종료된 후 A씨는 취해 잠든 B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려 택시를 잡았다. 이미 B씨의 아내에게도 '허락'을 구한 상태였다. 하지만 취한 B씨는 A씨의 집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 자신을 취한 사람 취급하며 택시를 태우려는 A씨와 B씨 사이의 실랑이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기어코 A씨는 B씨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갔다. 집으로 데려가는 과정에서부터 A씨는 B씨에 대한 화가 쌓이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26분 전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pixabay]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pixabay]

결국 A씨의 집에 두 친구는 도착했지만, B씨는 잠들지 않았다. 계속 집에 가려고 했다. 3개월 만에 마신 술에 취하고 지쳤던 A씨는 이전에 배웠던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B씨를 제압하기로 마음 먹었다. A씨는 저항하는 B씨의 몸통 위에 올라타 오른팔로 피해자의 목과 쇄골 부위를 눌렀다. B씨도 이에 맞서 A씨의 목 부위를 밀어내며 강하게 저항했다. 
 
실랑이는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집으로 B씨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쌓였던 A씨의 분노, 그동안 성 범죄로 인해 경찰 수사를 받으며 누적된 스트레스, 내면에 숨겨왔던 폭력적 성향이 순간적으로 폭팔했다. 결국 A씨는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힘껏 내려치고, 이미 저항할 수 없게 된 피해자의 머리를 붙잡아 얼굴을 방바닥에 수차례 내리 찍었다. B씨의 머리에서 흐른 혈액이 A씨의 온 몸과 안방 벽면에 다 튈 정도로 A씨는 계속 B씨를 가격했다. 
 

사건 발생 그 이후 

살해된 경찰관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살해된 경찰관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이후 A씨는 자신의 몸만 닦아내고 피해자를 방치한 후 집 밖으로 나왔다.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사건 직후 곧바로 근처에 사는 자신의 여자친구 오피스텔로 가서 잠을 잤다. 이후 아침에 일어난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한 후 119에 신고를 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B씨의 사인은 ‘머리덮개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및 얼굴손상에 따른 기도막힘 질식’으로 나왔다. 검찰은 "명백한 살인의 의도가 있었다"며 살인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그는 오는 11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B씨의 아내는 지난해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주취감경을 없애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B씨의 아내는 “아직도 남편이 웃으며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며“음주로 인해 감형되는 일이 발생해 피해자와 유가족이 두 번 살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연·박건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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