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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캐나다 한국인 교수 “바이러스 찔러 죽이는 마스크 개발”

중앙일보 2020.02.10 05: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번져 마스크가 필수적인 보호 장비로 떠오른 가운데 주목할만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앨버타대 최효직 교수,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
마스크 필터에 코팅된 소금의 결정이 바이러스 찔러
캐나다 언론, “게임 체인저” 평가하며 잇따라 소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파괴될 것, 조만간 실험”
상용화 최소 1년 걸릴 듯, 재사용도 가능한 마스크

지난 5일 캐나다 최대 방송사인 CTV 뉴스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마스크”를 소개했다. 캐나다의 유명 방송 진행자인 벤 멀로니는 이 마스크를 두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상황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는 사건·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이 마스크의 연구 개발자를 화상 인터뷰했다. 한국인 최효직(47) 캐나다 앨버타대 화학재료공학과 교수다. 
 
코팅된 소금의 결정이 바이러스를 찔러 죽이는 마스크를 개발한 최효직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왼쪽). 그가 연구팀 제자 일라리아 루비노와 함께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소금 코팅 마스크는 필터 등 핵심 기술 개발은 완료됐지만, 아직 완성된 형태의 제품으로 나오진 않았다. 두 사람이 손에 든 마스크는 기존의 일반 마스크다. [사진 캐나다 앨버타대]

코팅된 소금의 결정이 바이러스를 찔러 죽이는 마스크를 개발한 최효직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왼쪽). 그가 연구팀 제자 일라리아 루비노와 함께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소금 코팅 마스크는 필터 등 핵심 기술 개발은 완료됐지만, 아직 완성된 형태의 제품으로 나오진 않았다. 두 사람이 손에 든 마스크는 기존의 일반 마스크다. [사진 캐나다 앨버타대]

 
최효직 교수는 9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 마스크 필터에 코팅된 소금 결정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바이러스를 찔러 죽인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원리는 이렇다. 마스크의 필터에는 소금이 입혀져 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물방울(침방울, 공기 중에 떠 있는 액체 방울인 에어로졸 등)이 소금이 코팅된 마스크 표면에 접촉하면 소금이 녹고 동시에 물방울은 증발한다. 소금과 물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소금 결정(結晶)이 자라는데, 이 결정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바이러스를 파괴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3가지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바이러스는 5분 만에 99% 이상 비활성화됐고, 30분 안에 완전히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사멸되기 때문에 이 마스크는 재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소금 코팅 마스크’ 연구를 2015년부터 시작했다. 일차적인 실험 결과가 담긴 논문은 2017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와 셀(Cell)지가 발행하는 리뷰 저널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로지 (Trends in Biotechnology)’에 실렸다.   
 
최효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소금이 코팅된 마스크의 필터(왼쪽). 이 필터 3장을 겹친 후 끈을 연결하면 마스크가 된다. 오른쪽은 소금 코팅된 필터를 현미경으로 확대했다. [최효직 교수 제공]

최효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소금이 코팅된 마스크의 필터(왼쪽). 이 필터 3장을 겹친 후 끈을 연결하면 마스크가 된다. 오른쪽은 소금 코팅된 필터를 현미경으로 확대했다. [최효직 교수 제공]

 
최 교수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소금 코팅 마스크’ 성능 실험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공동 연구 실험을 논의 중이다. 어느 곳과 할지 등을 몇 주 안에 결정해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소금 코팅이 신종 코로나도 파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바이러스 사멸 원리가 소금 결정에 의한 바이러스의 ‘물리적인 파괴’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얇은 보호막이 있는 바이러스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효직 교수(오른쪽)와 그의 연구실 제자 일라리아 루비노가 연구실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캐나다 앨버타대]

최효직 교수(오른쪽)와 그의 연구실 제자 일라리아 루비노가 연구실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캐나다 앨버타대]

 
최 교수는 연세대에서 세라믹 공학으로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와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생명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앨버타대에선 2015년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 
 
왜 백신이 아니라 마스크에 주목했나.  
우리 연구팀은 판데믹(pandemic: 세계 전반으로 확산한 전염병), 에피데믹(epidemic:국지적 전염병)에 대한 방어 기술을 개발한다. 알약 형태의 백신 역시 개발한다. 그런데 백신 개발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백신으로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간은 신종 감염병이 발견된 후 2개월인데, 이 기회를 잃는 것이다. 마스크 등 호흡기 보호 장비는 현재까지 백신이 없는 기간에 인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 수단이다.  
 
‘소금 코팅 마스크’는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나.    
이 마스크의 핵심은 소금이 코팅된 필터인데, 이 연구 개발이 끝났다. 이 필터를 세겹 정도 겹치면 마스크가 되는 것이다. 호흡 적합성, 환경 안정성 등 마스크 성능에 대한 다양한 실험도 마쳤다. 현재 제품화를 위해 정부 기관·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다. 1년에서 1년 6개월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마스크는 침방울 등에 섞인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도 파괴할 수 있다.  
 
어떻게 ‘소금’으로 코팅할 생각을 했나.  
소금은 종류가 다양하고, 물에 녹았다가 재결정화할 때 결정 모양도 다양하다. 따라서 소금 종류와 결정 모양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바이러스, 심지어 변이 바이러스까지 사멸시킬 수 있다. 또 녹았다가 재결정화를 반복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를 재사용할 수 있다. 더욱이 소금은 코팅해도 안전하고, 저렴하다. 간혹 마스크를 소금물에 담갔다 사용하면 같은 효과가 있는지 묻는 분들이 계신데, 이렇게 한다고 소금이 코팅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일반 마스크가 오염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반 마스크와 소금 코팅된 마스크에 각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묻히자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최효직 교수 제공]

일반 마스크와 소금 코팅된 마스크에 각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묻히자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최효직 교수 제공]

 
일반 마스크는 바이러스가 뚫고 침투할 수 있나.  
일반 보건용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함유한 큰 물방울은 막겠지만, 공기 중 전염을 일으키는 작은 물방울의 침투는 막기 어렵다. WHO는 작은 물방울을 막기 위해 N95를 착용하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N95 마스크는 0.3㎛(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크기의 입자를 95% 이상 걸러 내는데, 실제 바이러스의 일반적인 크기는 0.1㎛이고, 때론 이보다 작기도 하다. 더욱이 마스크 표면에 달라붙은 바이러스는 환경 등에 따라 짧게는 몇 시간에서 몇 주까지 생존할 수 있다. 사람은 보통 얼굴을 4분마다 한 번씩 만진다는 기존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에 마스크 표면을 손으로 만진 후에 다른 걸 손으로 만지면 오염될 수 있다. 또 마스크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가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돼 주변을 오염시키거나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있다. 일회용 마스크를 써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금 코팅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파괴해 이같은 접촉과 교차 감염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것도 목표로 했다.  
  
개발에 5년이란 기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완전히 새로운 실험이다 보니 모든 실험 조건과 방법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처음엔 나와 제자 한 명 이렇게 두 명이 연구하다가, 실험 규모가 너무 방대해져 2017년 이후 연구원 10여명과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다른 대학교 교수 4명이 함께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개발을 더 빨리 진행하기 위해 2017년 몇몇 기업들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지만, 당시엔 판데믹 방어 기술 개발을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취급했다. 특히 한국의 한 유명 기업에선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에서만 실험을 진행하다 보니 오래 걸렸다. 다행히 연구비는 자연과학공학연구협회(NSERC, 캐나다 정부의 과학 연구비 지원 기관), 미택스(Mitacs, 캐나다 정부 산하 과학기술 지원기관), 앨버타대 공과대가 지원해줬다.    
 
최 교수는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질병과 인류의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류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마스크 박사’ 최효직 교수가 알려주는 마스크 잘 쓰는 팁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하고, 재사용하지 않는다.  
-쓰기 전과 벗기 전, 벗고 난 후 손을 씻거나 손에 살균제를 뿌린다.
-코 주변을 꾹 누르고, 전체적으로 잘 펴서 빈틈없이 잘 맞게 쓴다.  
-쓰고 있거나 벗을 때 표면을 만지지 않는다.  
-마스크를 벗을 땐 반드시 끈만 만져서 벗는다.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었다가 재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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