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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 Wide] GM·테슬라 심장 쥐었다…주가 32% 뛴 진격의 LG화학

중앙일보 2020.02.10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GM 글로벌테크센터에서 배터리 생산시설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GM 글로벌테크센터에서 배터리 생산시설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테크센터. GM 제국의 일인자 메리 바라 GM 회장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긴 악수를 했다.

전기차 배터리 대형 고객 잇단 확보
영업익 -60%에도 두달째 상승랠리

구광모 “배터리 세계 1등 키울 것”
신학철 “수익 못내는 혁신 무의미”

전기차 협력사냐 배터리 메이저냐
올해 성적이 ‘LG 새엔진’ 갈림길

 
“회장이 협력사 대표와 손잡고 합작사 설립 계약서에 사인까지 직접 한 건 근래에 처음으로 보는 풍경이다.”
 
계약서 사인을 지켜보던 GM의 한 임원이 옆에 있던 LG화학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 가볍게 건넨 말이었지만 말 속에 뼈가 있었다. 2018년 자동차 838만대를 팔아치운 GM은 세계 자동차 업계 3위다. 반면 LG화학은 글로벌 화학사 순위 톱 10(2018년 기준)에 턱걸이했다. 수치로 보면 체급 차이는 명확하다. 2017년 기준 GM의 매출은 2142억 달러. 우리 돈으로 251조원이다. 반면 LG화학의 2019년 매출은 28조6250억원이다. 매출만 놓고 봐도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GM이 '헤비급'이라면 LG화학은 '웰터급' 수준이다.
 
LG화학 전지사업부 실적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LG화학 전지사업부 실적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GM 입장에서 보자면 이날 계약서 작성엔 부사장급이 등판해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메리 바라 회장이 직접 나선 건 전기차 회사로 전환을 선언한 GM에게 이날 계약이 특별해서다. 양사는 2조7000억원을 들여 미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GM 공장 바로 옆에 연간 30GWH(기가와트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50만대(1회 충전 380㎞ 주행 기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로즈타운 공장은 지난 2018년 구조조정을 통해 문을 닫은 미국 내 공장 중 하나인데 이번 계약을 기반으로 전기차 조립 공장으로 새롭게 탄생할 예정이다.
 
GM은 고품질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LG화학은 미국 1위 자동차 기업인 GM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어 LG화학은 올해 1월엔 테슬라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 달 사이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및 전기차 생산 기업과 손을 잡은 것이다.
 
LG화학 연구원이 리튬 이온 배터리팩을 들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 연구원이 리튬 이온 배터리팩을 들고 있다. [사진 LG화학]

주가는 치솟고 있다. 31만4000원(1월 2일 종가)을 찍은 주가는 이달 5일 38만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선 “테슬라 전기차에 LG화학이 올라탄 효과”란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무섭게 상승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식은 주당 887.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20달러 수준이던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2배 이상 올랐다. 
 
lg화학주가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lg화학주가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통형 전지 시장 둔화 우려에도 LG화학은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비중 확대 등으로 올해 전년 대비 매출액이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 주가가 원래 잘 나갔던 건 아니다. 지난해 3월 4일 40만원을 찍었다가 7달 만에 최저가(28만6500원·10월 4일)를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물론 테슬라 마법을 누린 건 LG화학이 유일한 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도 올해 들어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23만2000원(1월 2일 종가)을 찍은 삼성SDI의 주가는 31만4000원(2월 5일 종가)을 기록해 한 달 새 30만원을 넘어섰다.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원인을 배터리로 꼽은 정부 발표 이후 두 기업의 운명은 갈렸다. 정부 발표 다음 날인 7일 LG화학의 주가는 전날 대비 상승했지만, 삼성SDI의 주가는 하락했다.
 
하지만 LG화학은 치솟은 주가를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된 실적에서 지난해 LG화학의 매출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연 매출은 28조62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8956억원으로 전년보다 60.1% 감소했다. 2007년 진입한 영업익 1조 클럽도 11년 만에 반납해야 했다. ESS 화재로 쌓아야만 했던 충당금(3000억원)이 아니었다면 1조 클럽 달성도 무난했다. 
 
영업이익 하락은 사실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 적자 탓이 컸다. 배터리 부문은 지난해 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래 시장을 생각하고 투자를 쏟아 넣다 보니 생긴 일이다. 여기에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던 석유화학 부문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1조4178억원으로 전년보다 30.2% 줄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 불황에 발목이 잡혔다. 그런데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건 시장에서 LG화학의 미래 사업 드라이브를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창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학 업종 부진 등에도 LG화학의 기업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건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LG화학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협력사로 남거나 다시 한번 메리 바라 회장을 링으로 불러낼 수 있는 거대 배터리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느냐다. 해외 경쟁자는 CATL(중국)과 파나소닉(일본) 둘 뿐이지만 시장 점유율에서 2배 이상 앞서 있다. 국내 1위 기업이지만 경쟁사도 고개를 쳐들고 있다. 반도체에 필적할 만한 먹거리가 전기차 배터리란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어서다. 당장 올해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를 내야만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LG화학의 핵심 전략은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다. 자회사로 떼어내 자생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엔 LG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분리해 세계 1등으로 키우겠다는 구광모 ㈜LG 대표의 경영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지(배터리) 사업부 분사는 직원 대부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사내에선 ‘LG배터리’란 사명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배터리가 화학에 이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할 거란 기대감이다. 
 
LG화학이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 신학철 부회장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까지 화학 사업 의존도를 30%로 낮추고 자동차용 전지사업을 매출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구광모 회장의 1호 영업 인사로 미국 3M 수석부회장 출신이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에 배터리 사업 확대와 함께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여수산단 PVC(폴리염화비닐) 공장을 폐쇄한 게 대표적이다. 대기오염 측정 성적서를 조작이 드러난 게 발단이 됐다. 적발된 다른 기업들은 사과문 발표와 지역사회 공헌 선에서 마무리했지만 신 부회장은 공장문을 과감히 닫았다. 신 부회장은 사내 회의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기업으로서 책임감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 부회장은 올해 수익 창출에 집중할 예정이다. “좋은 기술로 혁신을 이뤘더라도 상용화를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사업 철학이다. 
 
일단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기점은 조만간 미국에서 나올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의 결과가 이르면 올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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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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