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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신종코로나가 해냈다" 직장인 웃픈 생존법

중앙일보 2020.02.10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66만6163개. 국내에 있는 기업체 수(2017년 기준)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인 셈입니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기 전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중앙일보가 새 디지털 시리즈인 [기업 딥톡(Deep Talk)]을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기업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꿈ㆍ희망ㆍ생활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기업딥톡] ⑤ 신종 코로나가 바꾼 직장 풍경

롯데면세점 서울 본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이 회사는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매일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서울 본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이 회사는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매일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 [사진 롯데면세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기업도 비상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기본이고, 수시로 직원의 체온을 잰다. 야전병원 못지않다. 
 
20번째 확진자가 나온 GS홈쇼핑은 3일간 직장 폐쇄란 '초강수'를 뒀다. 대한민국 기업 문화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바꾸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무기한 재택근무" 선언한 다국적 제약사 

무기한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한 회사도 있다. 주로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코로나 확산을 막고 직원 안전을 위해서다. 지난달 30일 암젠코리아를 시작으로, 한국화이자제약, 한국엠에스디가 전 직원에게 출근 대신 재택근무령을 내렸다. 
 
재택근무 해제 시점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급여도 100% 지급한다. 따로 근태를 관리하지도 않는다. 오프라인 미팅도 전화로 대신한다. 암젠코리아는 아예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을 제한한다. 오프라인 미팅은 전화로 대체한다. 암젠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본사 지침이 아닌 한국 지사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직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막내 직원이 '학생주임' 노릇도

CJ 제일제당 직원이 팀원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체온을 측정해 엑셀 파일에 기록한다. [사진 CJ제일제당]

CJ 제일제당 직원이 팀원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체온을 측정해 엑셀 파일에 기록한다. [사진 CJ제일제당]

 
서울 을지로 CJ제일제당 사무실은 매일 오전 10시, 오후 4시 무렵 진풍경이 벌어진다. 팀마다 직원 한 명을 정해 체온계로 전원의 체온을 잰다. ‘체온 담당’은 팀의 막내가 맡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의 체온은 통일된 형식의 엑셀로 정리돼 열이 있으면 즉시 핫라인으로 보고되는데 이상 시 즉시 귀가 조처하고 있다. 대표이사도 예외는 없다. 제일제당은 이를 위해 공장을 제외하고 사무직을 대상으로만 약 70개의 비접촉 체온계를 사들였다. 
 
IT 기업 카카오는 본사가 있는 제주와 판교 간 출장은 화상 미팅으로 대체하고 있다. 휴교령이 내린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임직원은 해당 기간 재택근무나 자녀 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임산부의 경우 조직 내 업무 상황을 고려해 재택근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직원식당엔 면역력 강화 메뉴, 1일 1마스크 보급 

마스크는 직장인 필수 아이템이 됐다. 면역력에 좋다는 음식이 직원 식당에 대거 등장하기도 한다. 롯데면세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전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열 감지 카메라와 전 직원을 상대로 체온을 재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대부분이 이용하는 직원식당 메뉴도 최근 바꿨다. 면역력 증진에 좋다는 현미밥과 생강차를 매일 제공한다. 해외 관광객 접촉이 많은 면세점 직원의 마스크 착용은 이제 의무가 됐다. 
 

중소기업·중국 기업들은 방역에 더 적극적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경우 바이러스 방역망을 정부 권고안보다 높였다. 중국계 IT 기업 화웨이는 매일 오전 한 차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출장을 다녀온 직원의 경우 2주간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중국 직원이 많아 정부 가이드라인에 더해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술을 동원해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기업도 있다.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 인터퍼블릭그룹은 재택근무자 업무 지원을 위해 VPN(가상 네트워크 서비스) 라이선스를 늘렸다고 지난 4일 사내에 공지했다. VPN을 활용하면 자택에서도 해외에 있는 본사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필립스코리아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했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출퇴근 직장인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오전 10시 출근과 저녁 7시 퇴근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지역에 출장을 다녀온 직원은 의무적으로 인사팀에 알려야 한다.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는 직원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회식 '적폐' 사라질 것 기대감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거치며 ‘회식 2차=노래방’ 이란 공식이 사라진 것처럼 신종 코로나가 직장 문화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란 전망도 들린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악수로도 감염될 수 있어 회사 내 대규모 행사는 되도록 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해 국내 기업 대부분은 지난달 말부터 사내 행사 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 지주사에 일하고 있는 한 과장급 직원은 “2월 말까지 잡혀 있던 회식이 대부분 코로나 덕분에 취소됐다”며 “바이러스는 무섭지만, 직장 내 ‘회식’ 적폐가 사라질 것 같아 기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5대 그룹의 한 부장급 직원은 “지난 대선 후보자 대부분이 ‘저녁이 있는 삶’을 외쳤지만, 현실이 되지 못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강기헌·이소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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