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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퍼스펙티브] 치료제 아직 없는 신종코로나, 병원체 밝히면 이길 수 있다

중앙일보 2020.02.10 00:37 종합 24면 지면보기

인간과 감염병의 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며 사회 전반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후난성 창사 기차역에서 보호복을 입은 방역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며 사회 전반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후난성 창사 기차역에서 보호복을 입은 방역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질병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질병이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약 500만년으로 본다면,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박테리아)의 역사는 더욱 장구하다.
 

인간이 처음 접하는 변형 바이러스
예방법·치료법 당연히 알 수 없어
감염 막되 지나친 불안은 없어야
바이러스전쟁선 인간이 항상 승리

세균이 지구 위에 자리 잡은 것은 약 3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호주와 미국에서 발견된 화석에는 초기 박테리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간은 물론 식물이나 동물이 나타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초기 박테리아 등의 생명체가 발달하여 오늘날 식물이나 동물이 되었다고 본다.
 
그렇게 보면 지구 최초의 주인은 이러한 박테리아들이고, 동물이나 인간은 그 후에 등장한 생명체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박테리아 등 미생물들은 ‘굴러들어온 돌이 주인 노릇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질병은 끊임없이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로 생겨
 
질병은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구분된다. 감염성 질병은 세균(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같은 병원체가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병을 일으킨다. 반면 비감염성 질병은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이 병원체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질병은 현대 의학의 발달로 거의 인간의 관리 범위 내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변형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신종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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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유전자 복사에서 생기는 오류를 돌연변이라 부른다. 인간도 생식세포를 만들 때 돌연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균일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이러스도 유전자를 복제할 때 돌연변이가 나타나서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변형 바이러스는 우리 인간이 처음 만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당연히 예방법이나 치료법을 알지 못한다. 최근에 나타났던 에볼라(Ebola), 사스(SARS), 메르스(MERS) 등이 모두 이런 것들이다. 처음에는 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하여 지식이 없기 때문에 당황하여 큰 혼란이 일어난다.
 
필자가 인간과 감염병의 전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새로운 질병이 나타날 때마다 인간은 치료제를 개발하여 인간·질병 사이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살아오고 있다. 그러면 다양한 질병을 맞이하여 인간은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어쩌다 아주 독한 바이러스가 나타나서 인간이 손을 쓸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에서 인간이 패배하는 순간은 올 수 있을 것인가. 온다면 어떤 조건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모의실험을 했다. 인간과 감염병의 특성을 파악하고 컴퓨터상에서 모의 전쟁을 시켜봤다. 인간과 감염병의 전쟁은 크게 다음 세 가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감염률, 잠복기, 치사율이다.  
 
감염률은 감염자 한 사람이 몇 명에게 감염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질병의 특성과 사회구조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전파력을 가진 병원체라 하더라고 밀집된 사회에서는 접촉 빈도가 높기 때문에 감염률이 올라간다. 잠복기는 감염 후에 발병까지의 시간을 말한다(또는 발병 후에 치료 기간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것은 회복 이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전염시키느냐를 결정한다. 치사율은 거꾸로 말하면 회복률을 나타낸다. 어떤 사람이 감염되면 사망하든지 또는 회복하든지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감염병 사이에 모의 전쟁을 시키기 위하여 병원체의 전염 경로를 네트워크로 표현했다. 네트워크상에서 노드(node)는 인간을 나타내고, 연결선(edge)은 접촉경로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하루에 평균 5명과 접촉한다고 하면 하나의 노드는 5개의 인접 노드를 가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상에서 최초에 감염병이 발생했다고 하면 어떠한 양상으로 전파될 것인가 알아보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회복자들이 바이러스 네트워크 깨뜨려
 
모의전쟁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 위하여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진 병원체를 참여시켰다. 메르스같이 감염률 1인과 잠복기 14일, 치사율 34.5%인 경우와, 사스처럼 감염률 2~4인과 잠복기 14일, 치사율 9.6%인 경우도 고려했다. 또 사회구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인접 노드의 개수를 2에서 20까지 변화시키면서 병원체가 전파되는 양상을 관찰했다.
 
모의 전쟁은 하나의 노드가 병원체에 감염된 상태에서 시작한다. 네트워크의 감염은 병원체의 특성(감염률, 잠복기, 치사율)에 따라서 서서히 전체로 퍼져간다. 네트워크 위에는 감염자, 미감염자, 사망자(또는 회복자)가 존재한다. 병원체는 네트워크상의 인접 노드를 감염률에 따라서 감염시킨다. 감염자들은 사망하든지 또는 회복한다. 회복자들은 면역력을 가지기 때문에 더는 전염시키지 않는다. 네트워크상에서 회복자 노드는 전염 경로를 차단한다. 이런 식으로 전쟁이 진행되면 점차 회복자가 늘어나면서 전염 네트워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결국 네트워크가 깨지고 더는 병원체는 전파되지 못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즉, 가만두어도 감염병의 기세가 꺾이는 시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전쟁은 인간의 승리로 끝났는데, 치사율이 100% 미만인 경우에는 결국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감염병의 특성을 넣으면, 언제 꺾일지 예측할 수도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다음의 질문을 생각해봤다. 만약에 치사율 100%의 감염병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인간은 지구 위에서 종말을 고하고 500만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단 말인가? 네트워크상에 치사율 100%인 병원체를 투입해봤다. 처음에는 병원체가 네트워크를 점령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전파력을 잃고 꺾여버렸다. 감염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감염 경로가 차단되어 더는 전파가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치사율 100%이면서 에볼라처럼 잠복기가 21일인 병원체를 투입해 봤다. 조금 더 전파를 시켰지만, 인간을 이기지는 못했다.
  
치사율 100% 감염병에도 인간은 생존
 
그러면 어떤 경우에 인간이 패배하게 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체가 지구 위의 모든 사람을 감염시키고 치사율 100%를 적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감염시키는 방법은 감염률이 매우 높고 잠복기가 매우 길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치사율이 100%이고 잠복기와 감염률이 매우 높으면 병원체가 인간을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지혜의 동물이다.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나면 그에 대응하는 예방약과 치료제를 개발한다. 예방약은 병원체의 감염률을 변화시키고 치료제는 치사율을 떨어뜨린다. 또 격리 조처를 하여 네트워크의 연결 노드를 인위적으로 차단하기도 한다. 마스크를 사용하고 사람 사이의 접촉을 줄여서 감염률을 낮춘다. 인간의 이러한 대응에 병원체는 전파 경로가 차단되어 속수무책이 된다. 치사율 100%의 병원체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인간은 안전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우리는 아직 신종 코로나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제와 예방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이 병원체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고, 정체를 알게 되면 대응책이 나올 것이다. 감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주의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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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에볼라

에볼라(Ebola)
1979년 아프리카 콩고의 에볼라 강 유역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래 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차례 유행했다. 발생 시 매우 높은 치사율을 보여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관에서 주의 깊게 관리하는 병원체이다. 2014년 서아프리카 등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 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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