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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간 뒤에 숨어 팔짱 낀 정부, 더욱 선명한 대응 필요하다

중앙일보 2020.02.10 00:22 종합 30면 지면보기
조만간 중국인 유학생 7만여 명이 대거 입국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대학 자율로 개강 연기와 외출 자제를 권고한다”는 게 전부다. 그 때문에 대학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숙사 수용 인원이 많은 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못한 대학은 유학생을 한데 모아 놓을 공간이 없다. 특히 유학생 비중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들은 대체 장소를 찾지 못해 난리다.
 

입국 유학생 7만 명, 정부 구체적 대응책 없어
중국 76개 도시 사실상 봉쇄, 4억 명 이동 제한

중국인 유학생을 14일간 등교 금지시키라는 정부 지침도 속이 탄다.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서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자율’이라며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며 방관하고 있다. 대학들로부터 “민간 뒤에 숨어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선명하지 못한 정부 대응은 현장의 혼란만 키운다.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6시간 진단 키트’도 마찬가지다. 당초 50개 민간 병원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발표된 명단엔 38곳만 나와 있었다. 민간 병원 진단 첫날인 7일엔 실제 검사가 가능한 곳이 17곳뿐이었다.
 
의심 가면 누구든 전국 보건소 124곳에서 검사 가능하다는 정부 지침도 안 지켜졌다. 일선 보건소에선 “진단 키트가 없다” “중국에 다녀오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만 가능하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는 “보건소는 무료, 민간 병원은 유료”라는 틀린 설명을 했다.
 
정부의 불분명한 대응은 불안과 혼란을 키운다. 정부가 확진자 정보 공개에 어정쩡한 사이 시민들은 직접 ‘코로나 맵’을 만들어 자구책을 찾았다. 확진자 또는 접촉자가 인근에 거주하거나 다녀간 학교·학원 등은 제때 실명이 공개되지 않아 학부모들 스스로 탐정이 돼야 했다. 반면에 보건 당국은 확진자(7번) 발생 사실을 15시간 만에 공개하거나, 국민보다 당·정·청에 먼저 보고했다(17·18번)는 의혹을 샀다.
 
불안과 공포는 미지(未知)에서 온다.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명확한 대응 지침만 있으면 사회적 아노미 상태로 흐르진 않는다. 당장 입국 제한 지역 확대 문제도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지난 2일 후베이성 입국 제한 조치 때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참 늦었고, 두 시간 만에 브리핑 내용을 번복하는 등 정부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
 
7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12개 성(省) 76개 도시에 봉쇄 수준의 조치가 내려졌다. 터미널과 기차역 등을 폐쇄해 전체 인구의 30%가 이동 제한을 받는다. 이미 국내에서도 광둥성을 다녀온 이로부터 감염된 사례(25번 환자)가 발생했다. 중국 내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감염자가 40%나 되는 상황에서 후베이성만 입국을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정부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한 선제 조치”를 보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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