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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고난도 점프 없이 피겨 메달 없다

중앙일보 2020.02.10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고난도 점프 없이 메달은 없다. 점프가 피겨 스케이팅의 승부를 가른다.

4대륙선수권 유영 은, 차준환 5위
유, 트리플 악셀 성공으로 메달권
차, 4회전 점프 탓 완성도에 문제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4대륙대회) 갈라쇼에서 여자싱글 2위를 차지한 한국의 유영이 갈라쇼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4대륙대회) 갈라쇼에서 여자싱글 2위를 차지한 한국의 유영이 갈라쇼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피겨 공주’ 유영(16·과천중)이 8일 서울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총점 223.23점으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가 4대륙 대회에서 입상한 건 2009년 김연아의 우승 이후 11년만이다. 유영이 은메달을 딸 수 있었던 건, 필살기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 덕분이다. 트리플 악셀은 기본 점수가 8.00점으로, 단독 트리플 점프 중 기본 점수가 가장 높다. 유영은 쇼트에서도 트리플 악셀을 뛰었지만, 착지가 불안해 수행점수 1.6점이 깎였다. 하지만 프리에서는 수행점수를 2.67점이나 추가했다.

 
금메달을 딴 기히라 리카(18·일본·232.34점)도 트리플 악셀이 장기다. 쇼트에서는 단독으로 이 점프를 뛰었던 기히라는, 프리에선 더블 토루프와 연결해서 뛰었다. 두 번 다 실수없이 뛰면서 수행점수를 2.13점 추가했다. 그 덕분에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최고 점수를 받았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여자 선수 대부분이 트리플 플립(기본점은 5.3점), 트리플 러츠(5.9점) 등 주요 3회점 점프를 완벽하게 뛴다. 다른 선수와 격차를 벌리려면 기본점이 높은  트리플 악셀이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뛰어야 한다. 이들 고난도 점프에 성공하면 단숨에 메달권에 진입한다. 유영은 “은메달을 획득해서 기쁘다. 무엇보다도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50% 정도였는데 잘 뛰어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유영은 모험에 나섰고 다행히 성공했다.

 
유영은 2016년 1월 제70회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최연소 우승(당시 만 11살 8개월)을 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유영은 이후 고난도 점프 훈련에 매진했다. 2016년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는 타노 기술을 넣은 점프를 뛰었다. 기본 점프에서 손을 들고 뛰면 가산점이 붙는다. 하지만 당시 거의 모든 점프에서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면서 연기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영에게는 “너무 점프에 집착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따랐다. 그래도 유영은 뜻을 굽히지 않고 트리플 악셀 점프 연마에 집중했다. 지난해 10월 캐나다 켈로나에서 열린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 여자선수 최초로 트리플 악셀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다. 유영은 이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지난달 2020 로잔 겨울유스올림픽에서 또 다시 트리플 악셀 점프를 뛰면서 겨울 유스올림픽 피겨 여자싱글에서 한국 선수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유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자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방상아 전 SBS 해설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여자 선수가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점프까지 뛰는 건 몸에 무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남녀 모두 고난도 점프를 뛰고 있다. 이런 점프를 뛰어야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4대륙대회) 갈라쇼에서 한국의 차준환이 연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4대륙대회) 갈라쇼에서 한국의 차준환이 연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난도 점프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19·고려대 입학 예정)이 그랬다. 차준환은 이번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쇼트 1개, 프리 2개였던 쿼드러플 점프를 쇼트 2개, 프리 3개로 늘리면서 연기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떨어졌다.

 
차준환은 최근 쿼드러플 점프를 다시 3개로 줄이고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번 4대륙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65.43점(쇼트 90.37점, 프리 175.06점)으로 5위에 올았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점수를 높이기 위해 쿼드러플 점프를 더 넣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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