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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안되다’와 ‘안 되다’ 구분하기

중앙일보 2020.02.10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됩니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맥락상 경고로 받아들이겠지만 문구 그대로 판단하면 그 장소에선 물건 판매가 잘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친절한 안내문이 아니라 주의의 의미를 담고 싶다면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로 표기해야 바르다. 띄어쓰기 하나로 혼잡한 통로에서 허가 없이 물건을 팔지 말라는 경고문이 된다.
 
동사 ‘안되다’는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이다. ‘잘되다’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요즘 장사가 안되네요”는 장사가 썩 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상고온현상과 잦은 가뭄 탓에 마늘 농사가 잘 안돼 걱정입니다”도 날씨의 영향으로 작황이 나빠진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사람이 훌륭하게 되지 못하다,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다고 할 때도 ‘안되다’를 사용한다. 형용사 ‘안되다’도 있다. 섭섭하거나 가엾어 마음이 언짢다, 근심이나 병으로 얼굴이 많이 상하다는 의미다. “그 사람 참 안됐어” “안색이 안돼 보이는구나”처럼 쓰인다.
 
‘안 되다’는 ‘되다’의 부정형으로 이해하면 쉽다.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화가 안 돼”라고 하면 소화가 어느 정도 되거나 잘되는 게 아니라 아예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도 마찬가지다. 그의 언행을 전혀 납득할 수 없음을 이른다. “포장을 뜯으면 환불이 되지 않는다”와 같은 뜻의 문장을 만들려면 “포장을 뜯으면 환불이 안 된다”로 띄어 써야 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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