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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피곤하다고 누워서 쉴 때도 염증은 혈관·뇌 공격

중앙일보 2020.02.10 00:02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만성 염증은 만병의 싹 만성 염증은 만병의 씨앗이다. 극미량의 염증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서서히 전신 건강을 갉아먹는다. 만성 염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뇌에 염증이 쌓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일으키고 혈관에 생긴 염증은 혈관을 좁아지게 만든다. 정상 세포를 자극해 암·노화 유전자의 반응을 촉진하기도 한다. 매일 조금씩 내 몸을 공격하는 만성 염증의 위험성과 대응법에 대해 알아봤다. 
 

체내 높은 염증 수치 오래가면
심근경색·치매·암 발생 위험↑
뱃살 빼고 구강 위생 관리해야

염증은 가장 기본적인 신체 면역 반응이다. 불이 났을 때 119구급대가 긴급 출동하듯 몸속 응급 상황에 일차적으로 대응한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면역 체계를 이루는 다양한 염증 세포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를 보내 세균·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으면서 몸에 생긴 상처가 잘 아물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만성 염증이다. 화재 알람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면 안전에 둔감해져 제 기능을 못 한다. 몸도 마찬가지다. 체내 염증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면역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켜 건강관리에 취약해진다.
 
 

사전 경고 없이 면역 체계 망가뜨려

 
만성 염증은 조용한 살인자다.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통증이 없다. 쉬어도 피곤하고 기력이 없을 뿐이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만성 염증으로 동일한 부위가 반복적으로 천천히 망가지면서 병적인 상태로 변한다”고 말했다.
 
 만성적 염증은 그 자체로 병이다. 아토피·건선·천식·크론병과 류머티즘 질환이 대표적이다. 고장 난 면역 시스템이 관절·피부·폐·장 등에 비정상적 염증 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염증성 질환을 유발한다. 파괴적인 만성 염증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작은 혈관이다. 염증 물질이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다양한 신체 기관을 공격해 조금씩 망가뜨린다. 강동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한규록 교수는 “만성 염증으로 혈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내피세포에 상처가 생기면 그 부위를 중심으로 혈전(피떡)이 잘 쌓인다”고 말했다. 혈관의 만성 염증으로 심장·뇌와 연결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동맥경화·심근경색·뇌졸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치매의 유력한 용의자도 만성 염증이다. 체내 염증 수치가 높으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위축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 미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평균 53세 성인 1500여 명의 혈액 속 염증 수치를 측정한 다음 24년 후 이들의 뇌 부피 변화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체내 염증 수치가 높은 그룹은 만성 염증이 없는 그룹에 비해 치매와 관련된 뇌 부위의 부피가 5%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력 테스트의 점수도 더 낮았다.
 
 만성 염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해진다. 만성화된 염증은 암 발생에도 관여한다.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 간암을 일으키는 B형간염 바이러스 등 몸속에 잠복한 세균·바이러스가 지속해서 염증을 일으켜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형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만성 염증은 암세포가 더 빨리 증식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고감도 혈액검사로 만성 염증 진단

 
체내 만성 염증은 내 몸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아픈데 건강검진을 받아도 이상이 없다면 ‘고감도 CRP(C-reactive protein)’ 혈액검사로 체내 염증 수치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CRP는 염증이 있을 때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체내 염증이 심할수록 혈중 CRP 수치가 높다. 일반적으로 혈중 CRP 수치가 1㎎/L 미만이면 만성 염증이 없다고 본다. 1~3㎎/L이면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보유 시 해당 질환이 악화하거나 합병증 위험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3㎎/L 이상이면 만성 염증이 심각한 상태다. 만성 염증으로 혈중 CRP 수치가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에 비해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위험도가 세 배가량 높다는 연구도 있다.
 
 현재 만성 염증을 직접 제거하는 치료법은 없다. 선제적으로 만성 염증 발생·노출을 줄이는 생활습관 교정이 필수다. 첫째, 출렁이는 뱃살을 뺀다. 복부에 집중된 내장 지방은 만성 염증 저장고다. 운동·식이요법 등으로 체중을 줄였더니 혈중 CRP 수치가 낮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둘째, ‘초딩 입맛’을 개선한다. 치킨·피자·소시지·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은 열량·당·트랜스지방 함량이 높다. 먹을수록 만성 염증이 많이 만들어진다. 셋째, 양치질을 철저히 하고 매년 치아 스케일링을 받는다.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입속 세균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다. 입속 세균은 잇몸 안쪽 손상된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넷째, 고혈압·당뇨병·비염 등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을 치료한다. 지병이 악화하는 것을 차단해 만성 염증이 심해지는 것을 억제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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