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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마사회 또 거리충돌···72일째 장례 못치른 문중원 기수

중앙일보 2020.02.09 16:3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8일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렛츠런파크)에서 집회를 열고 마방(경마장 마구간) 운영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11차례 협상 끝에 다시 거리 집회
관련자 처벌·유족 보상서 견해차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앞에서 열린 '문중원열사 진상규명ㆍ책임자 처벌 및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전국노동자 대회'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정문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앞에서 열린 '문중원열사 진상규명ㆍ책임자 처벌 및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전국노동자 대회'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정문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정부는 마사회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문 기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정부가 마사회를 방치한다면 4월 총선에서 정부를 심판할 것"이라고 외쳤다. 민주노총은 렛츠런파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일부는 경마장에 '마사회 해체', '책임자 처벌' 등의 내용을 담은 유인물 1만 장을 뿌렸다.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 기수는 '조교사(경마의 감독 역할)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났다. 지시를 거절하면 말도 안 태워준다'고 유서에 썼다. 문 기수는 2015년 조교사 자격증을 땄지만 마방 배정 심사에서 잇따라 떨어졌다. 마방 배정심사에 비리도 있다는 게 문 기수가 유서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에 마사회는 "조교사는 개인사업자로서 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 마방 배정은 심사위원회를 통해 정량평가(80점)와 정성평가(20점)를 통해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해명했다. 마사회는 문 기수가 사망한 다음 날 부산강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마사회는 "잘못이 밝혀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문 기수의 유족과 민주노총은 마사회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유족 보상 등을 요구했다. 마사회와 민주노총은 지난달 13일부터 협상했다. 이 가운데 재발방지대책 마련에는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다. 마사회는 승자독식의 상금구조를 개편해 중하위권 경주마 조교사와 기수에게도 상금이 돌아가게 했다. 상위 기수에게 쏠리는 기승 기회도 분산하도록 했다.
 
지난해 부산경남경마공원 소득 자료에 따르면, 연 소득 4000만원 이하의 기수는 한 명도 없었다. 4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 전체 기수의 34%, 1억원 이상 2억원 이하가 50%, 2억원 이상이 16%를 기록했다. 평균 소득은 1억 2000만원이다. 올해 상금 구조가 개편하면서 소득 격차는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관련자 처벌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마사회는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입장이고, 민주노총은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즉각 징계를 요구했다. 유족 보상은 양측의 의견이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측은 지난달 30일 11번째 만남을 끝으로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민주노총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조사 보고 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마사회가 사회공헌사업에 총 매출의 0.2%, 도박중독예방사업에 0.006%만 지출한다. 또한 기수 재해율이 72.7%에 이른다'고 고발했다.
 
마사회는 7일 입장 자료를 내고 '마사회 매출의 73%는 고객환급금이고, 16%는 세금으로 납부한다. 마사회 사업비는 총 매출의 8% 수준이다. 2019년 사업예산 대비 사회공헌사업비로 2.3%, 세전이익 대비로는 7.8%를 집행했다. 도박중독예방비용은 사업예산의 0.8% 수준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도박중독예방분담금의 22%(42억원)를 납부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어 마사회는 '기수 재해율이 72.7%라는 건 산업재해 승인 건수가 아닌 기수 개인의 보험청구 건수를 재해율로 곡해한 것이다. 기수 1인당 연 0.72건을 보험 처리한다는 수치'라며 '기수의 보험청구 건수가 2013년 대비 148건에서 77건으로 줄었다'고 해명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에 실패한 민주노총과 마사회는 자료로 공방을 벌인 데 이어, 다시 거리에서 충돌했다. 이러는 동안 고 문 기수는 72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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