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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쇼크' 코로나 크루즈선…한국인 9명 아닌 14명 탔다

중앙일보 2020.02.07 22:42
7일 크루즈선의 한 승객이 "의약품 부족"이라고 쓴 일장기를 발코니에 내걸고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 크루즈선의 한 승객이 "의약품 부족"이라고 쓴 일장기를 발코니에 내걸고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대형 크루즈선에 발 묶인 한국인 탑승객이 기존 발표 9명보다 더 많은 14명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14명 모두 확진자는 아닌 것으로 7일 밤 현재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이 선박에 탑승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숫자를 61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선박은 3일부터 도쿄(東京) 인근 요코하마(横浜) 항에 정박하며 격리돼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날 오후 10시께 "방금 일본 외무성에서 연락이 왔다"며 "한국인 탑승객은 승무원 5명과 승객 9명으로 확인이 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대사관 측에 "담당 부서가 국토교통성과 후생노동성이어서 외무성의 답변이 늦어지다 보니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라는 이름의 이 크루즈선의 탑승자는 모두 3711명이다. 이들은 적어도 19일까지 격리되며 일본에 입항이 거부된다. 이 중 감염 의심자는 273명으로, 일본 검역 당국은 수일 간에 걸쳐 이들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다.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장관은 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크루즈선 내 확진자 수가 6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일본 내 확진자 수는 총 86명으로 중국에 이어 감염자 수가 2위가 된다.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오자 일본 검역당국이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확진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과 승조원 3711명이 탄 이 배에서 총 61명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교도=연합뉴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과 승조원 3711명이 탄 이 배에서 총 61명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교도=연합뉴스]

 
이를 의식해 가토 후생노동성 장관은 "크루즈선 확진자는 일본 내 감염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들은 일본에 상륙하기 전에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에 일본 내 확진자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가토는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한 결과, WHO는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기타(others)로 별도 기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내 발생은 여전히 (2월 6일 현재) 20명 이고,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감염자는) 국내 감염자와 합산하지 않기로 WHO는 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직접 나섰다. 6일 직접 나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각료회의를 소집했고, 일본으로 입항 예정이었던 또 다른 크루즈선 ‘웰스테르담’호의 입항을 거부했다. 이 배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승객이 약 30명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베 총리는 "승선 외국인에 대해선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국을 거부한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사안이 발생하면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크루즈선엔 일본인 승객도 있으나 외국인 승객과 마찬가지로 입국이 불허됐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안으로 지난 6일 생활물자가 운반되고 있다. 승객과 승조원 3711명이 탄 이 배에서 총 61명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지지통신=연합뉴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안으로 지난 6일 생활물자가 운반되고 있다. 승객과 승조원 3711명이 탄 이 배에서 총 61명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지지통신=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국력을 총집중하고 있는 도쿄 여름올림픽 개막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올림픽 예선전에 참가하는 중국선수단의 입국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번 크루즈 사태를 심각하게 다루면서도 “일본은 안전하다.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방역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는 등 사태가 크게 확산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7일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크루즈선 발코니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크루즈선 발코니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소 19일까지 격리될 예정인 탑승객 3700여명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꿈의 크루즈 여행’이 순식간에 ‘악몽의 창살 없는 감옥’이 된 셈이다.  
  
미국인 신혼부부 밀레나 바소-게타노 세룰로 부부는 CNN에 “언제까지 배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바소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감염된 크루즈 안이 아니라 위생적으로 안전한 곳에 격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우리를 구하라”면서 “정부 비행기를 보내 우리를 배에서 나오게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크루즈선에 오른 미국인 켄트 프레이쥬어는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설마 우리 여행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영국인 승객은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아직 배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선내 격리가) 2주 만에 끝나기는 할까”라며 불안을 호소했다.
 
서울=전수진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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