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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포기’ 트랜스젠더 위로한 박한희 변호사 “자신답게 살자"

중앙일보 2020.02.07 20:30
박한희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페이스북 캡처]

박한희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페이스북 캡처]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을 끝내 포기한 트랜스젠더 학생에게 박한희(35) 변호사가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트랜스젠더인 박 변호사는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했지만 끝내 포기한 트랜스젠더 A씨(22)가 롤모델로 꼽은 인물이다. A씨가 전공을 법학으로 결정한 이유도 박 변호사였다.  
 
박 변호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A씨의 등록 포기를 알리며 “A씨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들과 함께 어울리고 살아갈 거라는 점에서 당사자분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여러 사람에게 폭풍 같은 일주일이었을 듯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답게 살아가며 이를 드러내는 존재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희수 하사, A씨 모두 더는 자신을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각계각층의 지지도 이어졌다”며 “이 흐름은 다소의 부침은 있을지라도 결코 뒤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A씨의 입학을 반대한 숙명여대 내 ‘페미니즘’ 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여대 입학 조건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염색체는 단지 X와 Y 기호 외에 무슨 의미를 가질까?”라며 “세포 속의 23쌍 중 1쌍에 불과한 염색체가 진지한 정체성의 호소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일지 전 정말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박 변호사는 “상대방이 나와 같은 복잡한 생각과 삶의 여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줬으면 한다”며 “트랜스젠더들은 조롱과 모욕을 위한 가상의 캐릭터도 아니고 인터넷의 밈(meme·재미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상의 그림·사진·짧은 영상)도 아닌 현실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같이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일련의 사건들이 당사자만이 아니라 이를 지켜본 많은 성소수자 및 지지자들의 마음에도 큰 상처가 됐을 듯하다”면서도 “우리 사회도 변해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살아나가자”고 당부했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A씨가 최근 숙명여대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숙명여대 내부와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숙명·덕성·동덕·서울·성신·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의 23개 여성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A씨의 입학을 반대했다. 그러나 숙명여대 일부 동문은 ‘성전환자로 숙명여대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는 제목의 연서명을 온라인에 올리며 A씨의 입학을 찬성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입학을 둘러싼 숙대 재학생·졸업생들의 반대 여론에 부담감을 느끼고 입학을 포기했다. A씨는 7일 오후 트랜스젠더를 위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학 등록 포기를 알렸다. 
 
A씨는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며 “그렇게 나는 일상을 영위할 당연함마저 빼앗겼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또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며 “성숙한 사람에게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돼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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