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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马)씨는 큰 손? 금융계의 마윈들

중앙일보 2020.02.07 18:09
중국에 대표적인 부자로 마윈(马云), 마화텅(马化腾)이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대표하는 얼굴이다보니 중국을 잘 모르는 사람도 두 사람의 얼굴은 알 정도이다. 하지만 이 두 명의 부호 외에도 중국 부자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마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 바로 중국 핑안보험(平安保险)의 설립자 '마밍저(马明哲)'와 선저우인터내셔널의 수장 '마젠룽(马建荣)'이다.

핑안그룹(平安集团)의 '마밍저(马明哲)'

핑안그룹(平安集团)의 수장, 마밍저(马明哲) [사진 China.org.cn]

핑안그룹(平安集团)의 수장, 마밍저(马明哲) [사진 China.org.cn]

중국에서 ‘보이지 않는 최대 지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마밍저는 중국 최대 보험회사 핑안보험(平安保险)의 이사장이다. 마밍저는 단 12명으로 시작한 소규모 회사를 6조2천억위안(약 1047조원)의 대기업으로 키운 인사이다.
 
핑안그룹은 보험회사를 뛰어넘어 사업 다각화로 몸집을 키웠다. 주된 전략은 China Merchants Group (招商局集团), GEMDALE(金地), China Poly Group(保利), China Resources(华润), WHARF(九龙仓), Country Garden(碧桂园), Long for Properties(龙湖), 완커(万科)등 인지도 높은 부동산기업과의 전략 투자, 프로젝트 개발 및 판매 협력이다. 국영기업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에 합류한 마밍저의 비즈니스 수완 덕분이다. 뛰어난 비즈니스 전략가이기도 한 마밍저는 30년 넘게 핑안그룹이라는 거대 선박의 조타기를 책임져 왔다.
[사진 Nikkei Asian Review]

[사진 Nikkei Asian Review]

마밍저의 삶은 일반적인 대기업 자제와 같은 금수저의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 남부의 항구도시인 광둥(广东)성 잔장(湛江)에서 태어난 마밍저는 1983년 선전(深圳)시로 건너와 선전시 훙커우(虹口) 공업구(工业区)에 취업했다. 노동인사처(劳动人事处)에서 일하던 마밍저는 운전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당시 훙커우 공업구를 설계하고 총관리 한 위안겅(袁庚)의 전용 운전사도 겸임했다. 위안겅의 곁에 머물며 비즈니스 관계에 대한 기술을 배웠다. 이 때 어깨 넘어 배운 인간관계술이 훗날 사업 성공의 토대가 된 셈이다.
 
1988년부터 마밍저는 사업 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독특한 사업비전을 가진 마밍저는 손해보험사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고, 그를 신뢰한 위안겅은 보험사 설립에 마밍저를 앞세워 전격 지원한다. 이 회사가 바로 중국 최대 민간기업인 핑안그룹(平安)의 전신이다.

중국 '최초' 주식제 지방 보험사 설립

마밍저의 진두지휘 하에 중국 최초 주식제이자 지방 보험회사인 ‘핑안보험(平安保险)’이 공식적으로 설립되었다. 회사의 대표이사는 당시 겨우 32살에 불과한 마밍저이다. 회사가 자리한 경제특구의 이점을 이용하여 보험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 중국에서 생명 및 건강보험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마침 중산층의 번영시기와 맞물려 핑안은 퍼스트무버로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
 
사업 수완이 좋은 마밍저는 핑안보험이 더욱 빨리 발전할 수 있도록 해외자본을 끌어오는데 힘썼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해외자본 유입을 꺼리는 중국 내 압박에 저항하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자도입에 성공했다. 2004년 홍콩 주식 상장에 성공한 핑안보험 덕분에 초기 투자자였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지분매각으로 쏠쏠한 차익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핑안 굿닥터 CEO 왕타오(왼쪽)과 핑안 그룹 CEO 마밍저(오른쪽)가 핑안 굿닥터의 홍콩 상장 축하 세레머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Caixin Global]

핑안 굿닥터 CEO 왕타오(왼쪽)과 핑안 그룹 CEO 마밍저(오른쪽)가 핑안 굿닥터의 홍콩 상장 축하 세레머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Caixin Global]

수년간의 보험 서비스 및 기술 개발로 핑안은 종합 금융 서비스 그룹으로 성장했다. 보험, 은행, 투자 등 금융 분야뿐 아니라 부동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부동산 분야로 확장할 때에도 마밍저의 뛰어난 투자 안목이 발휘되었다. 컨트리가든(Country Garden; 碧桂园)이 홍콩 상장 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마밍저는 약 63억홍콩달러에 컨트리가든의 주식을 매입하여 2대 주주가 되었다. 현재 컨트리가든은 중국 최대 주택 개발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숨은 부동산 큰 손

왼쪽부터 마밍저(马明哲) [사진 Mingtiandi] / 오른쪽 사진의 쑨훙빈(孙宏斌) (사진의 중앙) [사진 FT]

왼쪽부터 마밍저(马明哲) [사진 Mingtiandi] / 오른쪽 사진의 쑨훙빈(孙宏斌) (사진의 중앙) [사진 FT]

핑안과 공생하며 성공한 부동산 그룹도 있다. 바로 최근 중국 부동산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수낙(Sunac China Holdings; 融创)이다. 중국 부동산 업계 M&A의 큰 손인 수낙의 쑨훙빈(孙宏斌) 회장의 뒤에는 핑안그룹의 마밍저가 있다. 2017년 부동산에 주력하던 수낙이 문화 예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집중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쑨훙빈 회장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던 러스왕(乐视网)의 회장으로 취임하고 완다그룹의 문화 사업 부문을 일부 인수하기도 했다. 발 빠른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는 핑안은행의 자금덕분이다.
 
핑안그룹의 현재 시가 총액 약 250조원으로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润)연구소가 선정한 500대 민간기업 중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섬유산업계의 마윈 '마젠룽(马建龙)'

마젠룽(马建荣) [사진 China Daily]

마젠룽(马建荣) [사진 China Daily]

마밍저에 비해 마젠룽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아버지 마바오싱(马宝兴)은 닝보(宁波) 선저우(申州) 직조유한공사(织造有限公司) 부사장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공부에는 재능이 없어 13세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부사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따라다니며 방직 기술을 익힌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각종 방직 공정을 곧바로 습득하며 섬유 연구를 한 마젠룽은 사업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버지 곁을 지키며 공장업무를 수행한 마젠룽은 공장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공장 인수 당시 부채가 컸을뿐 아니라, 산업 전반이 침체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파산 직전에 놓인 공장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마젠룽의 선견지명이다.
Shenzhou International [사진 SERA/iFuun]

Shenzhou International [사진 SERA/iFuun]

일본 시장 조사로 유아복이 인기 있는 것을 발견했고, 마젠룽의 추진력 덕분에 선저우 제조공장은 경쟁업체보다 한 발 먼저 일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유아용품붐으로 제조난에 시달렸던 일본 구매사들은 하나, 둘 마젠룽의 공장과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선저우 제조공장에 유아제품 주문이 밀려들어왔고, 외부 부채를 상환하기에 이른다. 마젠룽의 비즈니스 능력에 감복한 부친은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기업의 명성이 높아지자 마젠룽은 유명 의류기업 유니클로와 계약하게 된다.
 
당시 35만 개의 주문 건을 20일 내에 처리하기 위해 마젠룽과 공장 직원들은 초과근무를 자처했다. 유니클로의 요구에 부합하는 성과를 이룬 마젠룽 덕분에 두 기업은 장기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유니클로와의 협력 이후 큰 수익을 얻은 마젠룽은 이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생산라인에 투자했다. 다른 공장보다 선진화된 기술력을 갖춘 덕분에 선저우 제조공장은 선저우 인터내셔널로 몸집을 부풀렸다. 마젠룽의 선저우 인터내셔널은 2005년 성공적으로 홍콩 상장했다.

상장 후에도 수익 50%를 생산라인에 투자

[사진 선저우인터내셔널 공식홈페이지]

[사진 선저우인터내셔널 공식홈페이지]

마젠룽은 주식 상장 후에도 생산라인 업그레이드를 멈추지 않는다. 무려 수익의 50%를 장비의 유지 보수 및 개발에 투자한다. 마젠룽의 뚝심 덕분에 선저우 인터내셔널은 장비 기술 방면에 2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선저우 인터내셔널이 시장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기술과 장비 덕분이다. 섬유산업이 침체할 때에도 기술력 하나로 의류 OEM 분야의 거인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마젠룽은 성공 후에도 직원의 복지에도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 복지 개선에 힘쓴 ‘노동자’ 출신

우한 페렴 사건으로 뒤숭숭한 요즘, 중국의 위생 문제는 식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앞서 마젠룽은 직원들이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돌고 현대식 직원식당을 짓기 위해 1억 위안을 투자한다. 식비를 적게 내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게 식당 설립의 목적이다.
 
설 연휴에는 지방에 사는 직원들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275대의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귀성 티켓을 구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직원전용 서비스는 9년째 지속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제조 기업의 이직률은 일반적으로 높은 편이나, 선저우 인터내셔널의 이직률은 낮다. 모두 직원 복지에 앞장서서 지원하는 마젠룽 회장 덕분이다.
[사진 Busienss Insider/ytsports]

[사진 Busienss Insider/ytsports]

선저우 인터내셔널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기업의 OEM(주문자 생산방식)을 담당하고 있다. 마젠룽은 후룬연구소에서 발표한 ‘2019 중국 부호 리스트 2000명’에도 속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다른 마(马)씨 성을 가진 기업가들만큼 유명하진 않다. 유명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윈과 마화텅과 함께 부호 리스트에 나란히 자리한 두 기업가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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