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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에 적힌 백원우의 말 "울산 수사, 경찰이 밍기적"

중앙일보 2020.02.07 16:49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 국가는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
 
이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의 첫머리에 적힌 문장들이다. 그러나 7일 한 언론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국정상황실 외에도 공약을 지원한 사회정책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 당내 경쟁자 회유에 관여한 정무수석비서관과 인사비서관까지 대통령비서실 직제 조직 7곳이 동원된 것으로 적시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청와대가 경찰 등과 합심해 지난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선거캠프와 ‘한몸’처럼 움직였다고 결론지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울산시장 선거가 1992년부터 선거에서 8번이나 고배를 마신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당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경찰 등과 합심해 벌인 ‘부정선거’로 본 것이다. 
 

출발은 '경쟁 후보 하명 수사'

검찰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윗줄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검찰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윗줄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2017년 9월 20일 울산 남구 식당에서 송 시장은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나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대화를 건네며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청탁했다.  
 
청탁은 청와대로도 이어졌다.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은 비슷한 시기 경찰 등을 담당하는 문모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측 비위 첩보를 제공했다. 문 행정관은 이를 토대로 범죄첩보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이 건넨 ‘진정서’란 제목의 파일은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제목으로 수정됐다고 파악했다. 또 문서 안에 적힌 이름이나 직함 등 수사 방법, 관련 진정이나 고발사건의 진행 상황 등도 확인해 상세히 덧붙였다. 이는 문 행정관이 스마트폰 SNS 메시지를 통해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비위 첩보를 단순히 요약·편집했다는 청와대의 해명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백원우(왼)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광철(오른쪽)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연합뉴스·뉴시스]

백원우(왼)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광철(오른쪽)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연합뉴스·뉴시스]

해당 첩보는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순차적으로 보고됐다. 심지어 백 전 비서관은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이를 건네면서 “경찰이 밍기적 거리는 것 같은데 엄정하게 수사받게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를 건네받은 박 전 비서관은 범죄첩보서가 심각한 위법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2018년 2월 8일 수사상황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6월 13일 선거 전까지 약 4개월 동안 총 18차례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지었다. 보고 내용에는 압수수색 대상지와 집행 날짜, 피조사자의 구체적인 진술 요지 등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고 공소장에 적혔다. 청와대는 선거 후에도 3차례 더 보고를 받아 총 21회에 걸쳐 수사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청와대가 공식 해명했던 경찰청 보고 횟수(9회)보다 2배 이상 많은 횟수다.
 

선거 20일 前 “김기현 공약 탈락”

김기현(左), 송철호(右) [중앙포토]

김기현(左), 송철호(右) [중앙포토]

검찰은 청와대가 송 시장의 공약 수립을 돕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약 관련 정보를 예민한 시점에 공개한 정황이 있다고 공소장에 썼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지방 선거를 불과 20일 앞둔 2018년 5월 24일 김 전 시장의 공약인 '산재모(母)병원'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기재부가 이 같은 결론을 공개한 배경에 청와대 측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 시장 측은 2017년 10월 11일 서울 종로구에서 장환석 전 균형발전 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을 만나 산재모병원 예타 발표를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할 때까지 늦춰 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송 시장 측에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던 장 전 행정관은 예타 발표 연기를 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에게 출마 선언 전 전화를 걸어 공기업 사장 등의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또 청와대 인사수석비서실 소속 선임행정관에게는 임 전 최고위원이 어떤 공직을 원하는지 파악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검찰 공소 내용이다.
 

황운하 “공소장 읽다 헛웃음 참았다”

하지만 기소 대상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황운하 전 청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헛웃음을 참아가면서 (공소장을) 끝까지 읽었다”며 “공소사실이 청탁 수사건 하명수사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결론적으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며 “두 달 넘게 개인의 삶을 파괴하듯 난리법석 수사를 벌여놓고 조사 한번 안 해놓고 허위사실을 토대로 덜렁 기소하는 비상식적인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7일 페이스북 캡처 [SNS캡처]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7일 페이스북 캡처 [SNS캡처]

송철호 시장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황 전 청장이 울산 부임 후 인사차 두 차례 식사했을 뿐이며 ▶선거 이용 목적으로 (예타) 발표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두 번째 소환조사를 요구해 놓고 같은 날 경우 없이 기소를 발표했다”며 “결론을 내려놓고 무리하게 짜 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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