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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초 폭로 의사 리원량의 비극···"아내는 둘째 임신중"

중앙일보 2020.02.07 10:39
 6일 자정 현재 636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중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사실을 최초로 폭로했던 중국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7일 새벽 2시 58분 34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그 자신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로 알린 리원량 의사가 7일 새벽 폭로 40일 만에 그 자신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34세의 나이로 숨졌다. [중국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로 알린 리원량 의사가 7일 새벽 폭로 40일 만에 그 자신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34세의 나이로 숨졌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중앙병원의 안과 과장인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 신종 코로나 발생을 알렸다가 우한 공안(公安, 경찰)으로부터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훈계서를 받기도 했다.  

12월 30일 신종 코로나 발병 처음 알린
중국 우한 중앙병원의 안과의사 리원량
英가디언 "한 아이의 아버지인 리, 현재 아내가 둘째 임신중"
유언비어 퍼뜨린 혐의로 경찰 조사 받고
환자 진료하다 1월 10일 자신도 감염돼
폭로 40일 만인 7일 34세 나이로 사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로 알린 리원량 의사가 받은 훈계서 [중국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로 알린 리원량 의사가 받은 훈계서 [중국 웨이보 캡처]

이후 중국 사회에선 우한 공안이 리원량에 대한 입막음만 하지 않았어도 오늘과 같은 비극이 있었겠느냐는 탄식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 비통한 말마저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게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다.  
 
그는 차이신과의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억울한 누명을 벗는 것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서 "정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을 남겼다. 
 
리원량의 사망 소식에 세계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여기에 그의 가족에 대한 정보도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7일 "리원량은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현재 그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리원량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등 공식 SNS에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로 알린 리원량 의사 [중국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최초로 알린 리원량 의사 [중국 웨이보 캡처]

30대 한창나이에 생을 마감한 리원량에게 지난 40일 동안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나. 중국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알려진 리원량의 신종 코로나 첫 발견과 폭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40일을 따라가 본다.
 

2019년 12월 8일

우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첫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30일

리원량이 대학 친구들에게 “화난(華南)수산물시장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 7명 발생”이라는 문자를 보냄. 잠시 뒤 리원량은 다시 친구들에게 “현재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나 절대로 외부에 알리지 말라. 가족과 친지에게 몸조심하라”고 강조하는 문자를 다시 보냄.

2020년 1월 1일

우한 경찰은 통지를 통해 일부 네티즌이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헛소문을 퍼뜨려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위법 행위를 저지른 8명을 소환해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힘.

1월 3일

리원량이 경찰로부터 훈계서를 받음. 리원량은 인터뷰에서 “이전에 경찰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어 당시 매우 걱정했다”며 “(훈계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서 사인했다”고 토로.

1월 8일

리원량은 나이 지긋한 안질 환자를 진료함

1월 9일

리원량이 진료한 안질 환자가 열이 나기 시작하며 폐렴 증상을 보임. 당시 리원량은 이 환자가 신종 폐렴에 걸린 것으로 크게 의심. 그러나 당시 병원은 리원량 등에게 특별한 방호 조치를 하라고 요구하지 않음

1월 10일

리원량도 기침을 하기 시작함

1월 12일

리원량 의사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CT 촬영 결과 양쪽 폐 모두 감염 사실 확인

1월 14일

리원량은 호흡기과 격리 병동으로 이송됐으나 병세 악화로 중환자실로 다시 이송됨. 리원량과 같은 안과의 동료들에게서도 계속 감염 현상이 나타남.

1월 15일

리원량 부모도 감염돼 병원에 입원.

1월 28일

신종 코로나 감염자 5974명으로 사스 때 추월

1월 30일

리원량,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헛소문을 퍼뜨리지 않았으며 그저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고 밝힘. “만일 그때 모두가 이 사실을 중시했다면 아마도 오늘의 전염병 폭발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함.
리원량은 또 다른 중국 언론과의 문자 인터뷰에서 “현재 전염병이 확산 중인데 나는 도망가는 병사가 되지 않겠다. 회복되면 일선에서 싸울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

1월 31일

리원량이 문자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사건 경위를 밝힘. “12월 30일 한 환자의 검사 보고를 봤는데 사스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게 많다는 내용이었다…감염된 한 환자를 진료한 뒤 10일 기침이 나고 11일엔 열이 생겼으며 12일 입원하게 됐다. 당시 어떻게 사람 간 전염이 없고 의료진 감염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생각했다. 이후 입원해 몇 차례 검사했는데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호흡이 곤란해 활동할 수 없다. 치료를 잘 받아 조속히 퇴원하겠다”

2월 1일

리원량은 웨이보(微博) 문자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힘

2월 6일  

중국 언론 중심으로 리원량 사망 소식이 퍼지기 시작함

2월 7일  

새벽 2시 58분 리원량 공식 사망이 발표됨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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