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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걸린 시험인데”…신종코로나에 수험생들 좌불안석

중앙일보 2020.02.07 06:00
지난달 5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 주경기장에서 2020학년도 정시모집 미술 실기고사가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 주경기장에서 2020학년도 정시모집 미술 실기고사가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 시간 준비해온 시험인데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 중인 박세영(25)씨는 오는 23일 치를 1차 필기시험을 앞두고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자칫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리고 수년 동안 준비해온 CPA 시험에서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확진자로 판정되면 아예 시험장에 갈 수 없다. 병원에 격리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금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데 마른기침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단순한 감기인지 신종코로나인지 구분이 안 돼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시험 당일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할 텐데 답답한 느낌 때문에 집중력이 분산될까 걱정하는 수험생도 상당하다.
 

CPA 수험생 “시험 못 치면 1년 기다려야”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여 시험을 보는 탓에 시험장에서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위험도 있다. 시험이 취소돼도 문제다. CPA 시험은 1년에 1번뿐이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CPA 수험생들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시험 주관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6일 오전 현재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긴다. 시험을 신청받는 홈페이지에는 시험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시험 당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 신종코로나 관련 안내를 찾아볼 수 없다.
 
어학 자격증 수험생도 비슷한 처지다. 어학 자격증 HSK(중국한어수평고시)의 경우 중국 현지의 성적표 발급 업무가 지연되고 있어 당장 HSK 자격증을 활용하려는 수험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4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도서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학생수가 비교적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2.4/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4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도서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학생수가 비교적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2.4/뉴스1

 

“불안해 HSK 시험 연기, 취업 지장 걱정” 

HSK 한국사무국이 오는 8일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다음 달 시험으로 연기할 수 있다”고 안내 중이지만, 혼란은 남는다. 이달 시험을 연기했다는 이선주(25)씨는 “취업을 원하는 회사의 원서 접수 기간이 4월쯤인데, 이때 HSK 자격증 성적을 첨부하려면 이번 시험을 봤어야 했다”며 “HSK 시험을 못 봐 취업에 지장을 받을까 두렵다”고 했다.
 
TOEIC(토익)의 경우 “신종코로나 확진자와 의심 환자, 격리대상자 및 그 직계가족에 대해서는 시험 연기 혹은 응시료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모든 수험자는 시험 당일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고사장 입구에 마련된 손 소독제로 소독 후 입실해야 한다.
 
이달 8일 진행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온라인 취업준비생 카페에서는 “신종코로나가 점점 확산하는 추세인데 선뜻 시험 보러 가기가 겁난다”며 “그래도 인생이 걸려 있는데 마스크라도 쓰고 가야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시험 기회가 1년에 5번밖에 되지 않아 시험을 포기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공무원 수험생도 비슷한 처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엔 “동생이 오는 22일 9급 법무직 공무원 시험 2차를 본다고 하는데 아무런 안내가 없어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간 기업 취업 준비생들도 혼란에 빠져 있다. 농협은행 오는 9일로 예정했던 신규직원 채용 필기시험을 2주 뒤(23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사진 한국토익위원회]

[사진 한국토익위원회]

 

“국가자격증 등 시험 연기·취소해야” 국민청원 

수험생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일각에선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자격증 등 시험 취소를 요청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신종코로나로 인해 공공장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가 자격증 상시 시험을 전염병이 끝나는 날까지 연기하거나 시험 취소를 신청하면 환불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현주·석경민·김민중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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