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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2억하던 지평막걸리, 10년뒤 상전벽해···작년 전통주 1위

중앙일보 2020.02.07 05:01
전통주 전문 소개 플랫폼 ‘대동여주도(酒)’가 전국의 ‘전통주 전문점 협의회’ 소속 40여 개 전통주점의 판매 순위를 취합해 공개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막걸리, 약주, 증류주 3개 부문의 순위다. 매출액 기준으로 각각 꼽아 1위 5점, 2위 4점, 3위 3점으로 점수를 매겨 합친 숫자로 7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최근 1년 사이 다양한 전통주가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주를 취급하는 업장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 전통주 전문점의 판매 순위를 통해 요즘은 어떤 우리술이 인기인지, 새롭게 차트에 오른 신상술은 어떤 게 있는지 살펴봤다.  

전국 40여 개 전통주점 판매 기준 '전통주' 순위

각각의 술에 대한 설명과 부문별 순위 분석은 ‘대동여주도(酒)’와 주류 전문 영상 채널 ‘니술냉 가이드(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민 대표와 ‘전통주 전문점 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가 도움말을 주었다.  
 

막걸리 편 순위

2019 전국 전통주점 우리술 판매순위

2019 전국 전통주점 우리술 판매순위

1위 지평생막걸리/ 경기 양평/ 지평주조
2위 해창막걸리/ 전남 해남/ 해창주조
3위 느린마을막걸리/ 경기 포천/ 배상면주가
4위 송명섭 막걸리/ 전북 정읍시/ 태인합동주조
5위 복순도가/ 울산광역시 울주군/ 복순도가
6위 나루생막걸리/ 서울시 성동구/ 한강주조
7위 호랑이배꼽막걸리/ 경기 평택/ 밝은세상영농조합
 
작년에 2위를 차지했던 지평막걸리가 결국 1위에 올랐다. 알코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춘 후 ‘숙취 없는 막걸리’ ‘순하고 부드러운 막걸리’로 손꼽히며 판매량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직원 3명에 연 매출 2억원에 불과했던 곳이 올해는 연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는 양조장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감미료 제품 선호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작년과 동일하게 올해도 순위권에 든 막걸리 중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가 5종이나 된다. 인위적인 단맛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맛,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술을 찾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단맛에 대한 선호도가 준 것도 주요한 현상인데, 대표적으로 알밤막걸리가 작년보다 각 주점 별 판매 순위에서 많이 떨어졌다.  
2019년은 제품의 다양성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신제품 출시가 줄을 이었고,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 같은 신생 양조장의 막걸리가 6위를 차지한 것은 신선하다.  
기존에는 막걸리가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1만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을 주로 찾았다면, 이제는 1만원 이상이라도 프리미엄 컨셉트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우선 기존 프리미엄 제품군은 가양주 스타일의 고전적인 제품, 고문헌 속 레시피를 재현한 복원주가 많았다. 알코올 도수는 10도~12도 사이, 유리병을 썼고, 곡류의 진득한 단맛 혹은 바디감이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라 많이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현대 음주 문화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재료와 컨셉트, 다양한 형태의 병과 도수를 적용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전통 양조 기법으로 빚고, 가격은 1만원대 이상, 무감미료 제품인 프리미엄급을 표방하지만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유리병을 고집하지 않으며,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한 레이블 등 젊은 감각의 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약·청주 순위 

2019 전국 전통주점 우리술 판매순위

2019 전국 전통주점 우리술 판매순위

1위 풍정사계 춘/ 충북 청주/ 화양양조장  
2위 니모메/ 제주 애월/ 제주샘주  
3위 감자술/ 강원 평창/ 오대서주양조장
4위 황진이/ 전북 남원/ 농업회사법인(유)술소리
5위 오메기맑은술/ 제주 서귀포/ 제주 고소리술 익는집
6위 풍정사계 하/ 충북 청주/ 화양양조장  
7위 솔송주/ 경남 함양/ ㈜솔송주
 
지난해와 동일하게 ‘풍정사계 춘’이 약·청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만찬주로 선정됐던 이슈가 꾸준히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위에 든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약·청주 부문은 정부의 전통주 장려 정책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솔송주·감자술은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 오메기맑은술은 한국·칠레 정상회담 만찬주로 선정됐다. 황진이는 2016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 니모메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제주샘주의 제품이다.  
순위에 오른 제품들은 대외적인 이슈 외에도 재료, 맛, 가성비, 스토리 등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 우선 재료 측면에서 풍정사계 ‘춘’과 ‘하’는 향온곡이라는 녹두 누룩을 써서 맛의 차별화를 가져왔고, 감자술은 감자를 부재료로 쓴 국내 유일의 술로 꼽힌다. 니모메는 제주 감귤 껍질, 황진이는 오미자와 산수유, 오메기맑은술은 좁쌀, 솔송주는 솔잎과 송순 등을 사용했다.
약·청주 중 프리미엄 계열의 술들은 대부분 밀 누룩과 쌀, 물을 재료로 하는데 현 순위에서는 위와 같이 다양한 재료를 써서 개성을 살린 술들이 순위에 올랐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술의 개성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술이 전통주점에선 판매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맛, 가성비, 스토리 측면도 살펴보면 니모메나 황진이는 젊은 층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맛과 가성비를 갖췄다. 제주도 방언으로 ‘너의 마음에’ 라는 뜻의 니모메는 재미요소도 있어서 젊은 층에 쉽게 다가간다. 오메기맑은술은 단맛이 적고, 산미와 청량감, 밸런스를 두루 잘 갖춘 술로 공급이 달릴 정도로 인기다. 젊은 소비자들은 단맛이 적은 술을 많이 찾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술이라 할 수 있겠다.  
 

증류주 편 순위 

2019 전국 전통주점 우리술 판매순위

2019 전국 전통주점 우리술 판매순위

1위 서울의 밤 25도/ 서울 은평구/ 더한주류
2위 이강주 25도/ 전북 전주/ 전주 이강주
3위 황금보리소주 17도/ 전북 김제/ 모악산새순영농조합
4위 명인안동소주 22도/ 경북 안동/ 명인 안동소주
5위 화요 25도/ 경기 여주/ 화요
6위 문배술 23도/ 경기 김포/ 문배주양조원
7위 문경바람오크 40도/ 경북 문경/ 농업회사법인 ㈜제이엘
 
저도주, 저용량 추세는 증류주 부문에서도 두드러진다. 올해도 부담이 덜한 알코올 도수 17도~25도 사이 증류식 소주가 1위부터 6위까지 나란히 순위를 차지했다. 도수에 대한 부담은 용량에도 적용된다. 순위에 든 제품들을 보면 375ml를 넘는 제품이 없다. 대용량 병은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 해서 주점에서도 대부분 취급하지 않는다.  
순위에 오른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분석해보면, 12개 주점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서울의 밤이 압도적인 점수 차로 증류식 소주 부문 1위에 올랐다. 2018년 출시되어 작년에 4위에 오르더니 1년 만에 증류주 시장 강자로 우뚝 섰다.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한국형 진(Gin)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매실 증류주이지만 노간주나무 열매를 넣어 서양의 증류주를 한국식으로 풀어내 대중성을 더했다. 깔끔한 맛이 연상되는 세련된 디자인의 레이블과 유리병으로 제품의 호감도를 크게 높였다. 가격 경쟁력도 좋다. 명인주나 타 제품보다 출고가가 낮아 주점 판매 가격이 1만원대로 형성되니 업장에서 판매하기 좋다. ‘전통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소비자들에게 예쁘고 가격 부담이 적은 ‘요즘 술’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밤 외에도 럼·보드카 등 서양 양조 방식을 활용하되 전통 재료를 활용한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 1, 2위를 차지했던 이강주와 황금보리소주는 순위가 한 칸씩 내려갔지만 여전히 많은 주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강주는 19도 버전도 있지만 25도가 대표 제품으로 배·생강·울금·계피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주점에서 판매하는 음식과의 궁합도 좋다. 황금보리소주는 보리라는 재료에 대한 친근함과 함께 마시기에도 편하고 가격 부담이 적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 문경바람 오크의 경우만 40도로 도수와 가격이 높지만 마니아층을 잡은 술로 칵테일 또는 하이볼로 많이 판매되며 순위에 올랐다.
 

전통주점 대표들의 말, 말, 말  

 

“2019년에는 양조장 2세·3세, 혹은 젊은 양조인들의 가세로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으려는 시도들이 도드라졌다. 특히 병과 라벨의 디자인, 네이밍에 세련미를 더해 소비자들이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요소들이 많아졌다.” 담은(서울 서초구 잠원동)

 

“우리술의 모든 주종에서 품질과 다양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 특히 2030 젊은층과 전문직, 여성들이 우리술을 힙한 술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맛뿐 아니라 스토리, 패키지 등에 관심을 갖는 손님도 늘고 있다.” 별주막(경기 과천시 별양동)

 

“건강하고 맛있는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와인에서도 내추럴 와인이 인기였던 것처럼 전통주, 특히 막걸리에서는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술이 인기다.” 낯선한식븟다(서울 동작구 사당동)

 

“전통주를 취급하는 업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의 전통주 전문점이 주요 상권 위주로 자리를 잡았다면 이제는 외곽 상권, 지방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1인 오너셰프가 직접 음식을 만들며 전통주를 취급하는 소형 업장들이 개성 있는 전통주를 취급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동시에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에서 막걸리바를 오픈한 것처럼 메이저 외식 산업체들의 진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0년은 이러한 활동들이 어우러져 전통주의 대중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곰막걸리(서울 강남구 신사동)

 

“1인당 GDP가 2만 달러가 넘어가면 자가양조가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술의 저변이 넓어지려면 술을 직접 빚는 인구도 늘어나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술 빚기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2020년은 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씨막걸리(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지역권 전통주점을 운영하면서 점차 전통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2020년에는 프리미엄급 증류주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꽃필녘(강원 춘천시 죽림동)

 
▶참여 주점  
백곰막걸리 신사본점/명동점, 산울림1992, 얼쑤, 담은, 성북동막걸리, 콩두 미금점, 정작가의막걸리집, 가제트술집 합정본점, 별주막, 도봉산팔뚝집, 안씨막걸리, 작, 솟대막걸리양조장, 박경자식당, 셰막, 종로도담, 술이송송, 애류헌, 달빛보쌈, 정담은보쌈, 막걸리이야기 사당본점/서초점, 미주가, 낯선한식븟다, 이박사의 신동막걸리, 부부0325, 부부펍, 부부카야, 모이세, 수제막걸리 펍 주로, 화반, 도전, 모퉁이, 꽃술래, 꽃필녘, 효진도가&명륜미술관, 왕탁 봉덕 본점/삼덕점, 술곳간 수영점/연산점, 부농배켱, 술토리, 와이즈
 
정리=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mg.co.kr 그래픽=대동여주도 
 
▶수정 사항 알려드립니다. 
본문 '막걸리 편 순위' 의 4위 송명섭 막걸리/전북 전주시/ 태인합동주조 에서, 전북 전주시 ⇒ 전북 정읍시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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