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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전쟁]신종 코로나 공포에 기댈 데라곤 ‘마스크 한 장’뿐 … 세계는 지금 ‘마스크 전쟁’

중앙일보 2020.02.07 05:00
지난 5일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홍콩 카오룽베이의 한 기업 앞에 줄을 서 있다. 사람들은 하루 전인 4일부터 몰려 줄을 선 사람의 수가 1만여 명에 달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홍콩 카오룽베이의 한 기업 앞에 줄을 서 있다. 사람들은 하루 전인 4일부터 몰려 줄을 선 사람의 수가 1만여 명에 달했다. [AP=연합뉴스]

 
#. 1. 지난 5일(현지시간) 오전 홍콩 카오룽베이의 한 기업 앞. 시민 1만여명이 끝이 안 보이는 긴 줄을 섰다. 상당수가 하루 전인 4일 오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밤을 지새웠다. 추위를 견디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애타게 기다린 건 바로 ‘마스크’다. 이 기업이 5~6일 이틀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이보다 하루 전인 4일 홍콩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 영향으로 불안감이 더욱 커진 탓일까. 원래 이 기업이 이틀간 나눠 판매하려던 마스크 55만개(1만1000박스)는 5일 하루 동안에 동이 났다. 구매 수량을 한 사람당 2박스로 제한했는데도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지난 5일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홍콩 카오룽베이의 한 기업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사려고 몰린 이들은 기다리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홍콩 카오룽베이의 한 기업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사려고 몰린 이들은 기다리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2. 1918년 12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전차를 타려던 한 시민이 전차 운전사로부터 탑승 거부를 당했다. 이유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적 감염병으로 번졌을 때다. 시애틀 등 미국의 도시에선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꼭 착용하도록 했다.
 
미국 매체 매셔블이 게재한 당시 사진을 보면 시민들은 길거리에서 거즈 등으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스페인 독감’에는 1918~20년 전 세계에서 약 5억명이 감염돼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많은 5000만~1억명(당시 전 세계 인구의 3~5%)이 숨졌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마스크가 거의 유일한 ‘보호막’이라고 굳게 믿었다.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 옆에 다른 여성은 부채로 입을 가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 옆에 다른 여성은 부채로 입을 가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5 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어린이가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있다. [EPA=연합뉴스]

5 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어린이가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있다. [EPA=연합뉴스]

 
‘마스크 한 장’. 100년이 넘는 시간 차이가 있지만, 바이러스 감염병을 피하려는 인류가 의존하는 사실상 유일한 존재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는 지금 또 한 번 ‘마스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선 마스크 매출이 폭증하면서 세계 여러 국가에서 극심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마스크 가격을 갑자기 올려 폭리를 취하거나, 이를 노리고 필요 이상의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각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거나 마스크값을 부당하게 올려 폭리를 취하는 이들을 엄벌하기도 한다. 또 마스크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한편 직접 제작한 핸드메이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 그리고 아무 데도 심지어 정부에도 기대지 못한다는 불신이 마스크에 대한 의존도를 나날이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국내 수요에 中 싹쓸이 쇼핑으로 가중    

수요 폭증으로 자국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진 중국인들은 세계 각지에서 마스크 구하기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주로 인접 국가인 한국과 홍콩에서 마스크를 ‘싹쓸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으로 방문해 마스크를 쓸어 담는가 하면, 업계 관계자들은 웃돈을 주고 몇천 박스씩 사가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재기한 마스크를 중국에서 높은 가격에 되판다. 마스크에 대한 국내 수요도 폭증했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심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박스째 구입해 카트에 싣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박스째 구입해 카트에 싣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5일 마스크를 택배 상자에 옮긴(박스갈이) 홍콩인 A씨를 적발했다. 현장에서 A씨가 옮겨 담고 있던 마스크는 1만여 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5일 마스크를 택배 상자에 옮긴(박스갈이) 홍콩인 A씨를 적발했다. 현장에서 A씨가 옮겨 담고 있던 마스크는 1만여 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미국·일본·러시아 등의 약국에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도 재고 부족인 가운데 정가의 15배 이상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심지어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이스라엘에서도 마스크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9일 공중 보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마스크 부족 탓에 정작 병원과 의료진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감염병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약국 매대 일부가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마스크 품귀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약국 매대 일부가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마스크 수출 금지령’ 국가 속속 생겨  

 
마스크에 대한 국내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서자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는 국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란 정부는 앞으로 3개월간 한시적으로 마스크 수출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란 내 마스크 공급 부족을 우려한 보건부가 이같이 요청해 통상부가 이를 승인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 TV가 3일 보도했다. 이란은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강력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필리핀 시민들이 지난달 31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의료용품 매장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EPA=연합뉴스]

필리핀 시민들이 지난달 31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의료용품 매장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인도와 대만 역시 마스크 수출을 막고 있다. 인도(약 13억8000만명)는 중국(14억3900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대만 정부는 지난 1일 우편을 이용해 대만에서 외국으로 밀수출하려던 마스크 8만6000여개를 몰수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전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마스크 공장 직원들이 새로 생산된 마스크를 보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전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마스크 공장 직원들이 새로 생산된 마스크를 보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러시아 역시 마스크 부족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자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러시아 비즈니스 투데이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마스크 매출은 1월 중순 이후 80% 급증했다. 일부 마스크 제조업체의 경우 마스크 도매가를 약 8배 올렸지만,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값 70배 올려받자 “약국 폐쇄, 약사 면허 박탈”

 
러시아의 한 유명 약국 체인점은 마스크를 이전보다 70배 이상 올린 가격에 팔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폭리를 취한 약국에 “약사 면허를 박탈하라”고 지시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 내각회의에서 “신종 코로나의 공포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했다. 마스크 가격을 불공정하게 인상한 약국을 폐쇄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약국이 발견된다면 약사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 그러면 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 약국에 폐쇄와 면허 박탈을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마스크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 약국에 폐쇄와 면허 박탈을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폭등하는 마스크 가격 잡기에 나선 국가는 또 있다. 태국 정부는 4일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권장 가격 이상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을 통과시켰다고 5일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마스크나 손 세정제를 사재기하거나 부당한 가격에 판매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14만 바트(약 53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마스크 제조업체 등이 한 달에 마스크 500장 이상을 수출할 경우 먼저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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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는 지난 2일 마스크로 폭리를 취하는 약국에 대해 영업 정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베트남의 일부 약국에선 마스크 가격을 이전보다 5~6배 정도 올려 받다 적발되기도 했다. 
    
곽금주 교수는 “감염증 확산으로 국민 불안감이 높을 때는 정부 차원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구매 수량 제한, ‘핸드메이드 마스크’ 등장도 

  
개인이 살 수 있는 마스크 개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마스크 수출을 금지하는 대만은 국내 구매도 1인당 3개로 제한하고 있다. 태국 역시 마스크 구매 수량을 1인당 15장으로 제한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지역별로 여러 방법을 동원해 마스크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지역 당국에 등록한 후 ‘구매 증명서’를 받은 후에야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다. 
 
한 남성이 자몽 껍질을 잘라 끈으로 연결해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한 남성이 자몽 껍질을 잘라 끈으로 연결해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한 남성이 크고 작은 페트병을 활용해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했다. [트위터 캡처]

한 남성이 크고 작은 페트병을 활용해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했다. [트위터 캡처]

 
이처럼 마스크 구매가 어려워지자, 손수 만든 ‘핸드메이드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트위터·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직접 제작한 다양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자몽·멜론·오렌지 등 과일의 껍질에 구멍을 뚫은 후 끈을 연결해 마스크 대신 쓰거나 여성 속옷, 페트병 등을 마스크로 활용하기도 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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