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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태권 청년 “동정 아닌 동경 대상 될 것”

중앙일보 2020.02.07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 주정훈은 8월 도쿄 패럴림픽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태권도는 이번에 정식 종목이 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 주정훈은 8월 도쿄 패럴림픽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태권도는 이번에 정식 종목이 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태권도 국가대표 주정훈 메달 꿈
2세 때 절단사고로 오른손 잃어
장애 모습 보이는 게 싫어 포기도
7년 만에 복귀, 국제대회 은메달

2020년은 도쿄 올림픽의 해다. 올림픽이 끝나면 장애인 선수들의 축제, 도쿄 패럴림픽(8월25일~9월6일)이 열린다. 패럴림픽까지는 이제 199일(7일 기준) 남았다. 한국 패럴림픽 사상 첫 태권도 메달리스트의 꿈을 키우는 국가대표 주정훈(26·경남장애인체육회)을 이천 장애인훈련원에서 만났다.
 
태권도는 효자 종목이다.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한국은 많은 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장애인 태권도는 이번에 처음 정식 종목이 됐다. 청각과 상지(절단이나 마비로 상반신을 쓰지 못하는 선수) 장애인이 나서고, 품새 및 겨루기 종목이 있다.  이번 패럴림픽에선 겨루기만 열린다. 얼굴 공격을 못 하고 채점법이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인 경기 방식은 똑같다. 다만 종주국 한국의 위상이 비장애인과는 천지 차이다. 선수층이 얇은 데다 세계적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한국 장애인 태권도에 등장한 신예가 주정훈이다.
 
주정훈은 지난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태평양선수권에서 75㎏급(K44) 은메달을 따냈다. 이 대회 결승에 오른 한국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장애인태권도는 대륙별 대회에 타 대륙 출신 선수도 출전할 수 있어 사실상 세계선수권 수준이다. 이번 대회도 러시아, 폴란드, 세르비아 등에서 출전했다.
 
주정훈은 26명이 출전한 이 체급에서 패럴림픽 메달 후보인 세계 3, 4위를 물리쳤다. 결승에서 세계 1위 마흐디 포라흐나마(이란)에 졌다. 그는 “실감이 안 났다. 패럴림픽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현수 감독은 “4월 올림픽 쿼터 대회를 통과해 본선에 가면,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정훈은 2세 때 사고로 장애가 생겼다. 자신을 돌보던 할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정훈은 “철이 들 무렵 사고에 대해 들었다. 어렸을 땐 친구들도 잘 대해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한 주정훈은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고교까지 진학했다. 하지만 사춘기 들어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했고 방황했다. 주정훈은 “두 번 정도 태권도를 그만뒀다. 밸런스가 안 맞으니까 발차기를 한 뒤 잘 넘어졌다. 게다가 남에게 내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부모님 식당 일을 거들었다.
 
떠난 뒤 7년, 주정훈은 태권도가 한 번도 그립지 않았다. 그런데 태권도가 2020년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주변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이루지 못한 올림픽 꿈을 대신해 패럴림픽에 나가보라는 것이었다. 2017년 겨울의 일이다.
 
그만뒀던 운동을 다시 하는 건 쉽지 않았다. 85㎏까지 불어난 체중을 줄이며 구슬땀을 흘렸다. 조금씩 예전 기량이 돌아왔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은 7개월 뒤로 다가온 패럴림픽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주정훈은 “연애할 시간도 없다. 도쿄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모자라다”고 웃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게 싫어 태권도를 그만뒀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주정훈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바뀌면 좋겠다.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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