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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반격…“호텔부지·왕산레저 매각” 누나 사업 지운다

중앙일보 2020.02.07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조원태(左), 조현아(右)

조원태(左), 조현아(右)

어머니(이명희 고문)와 여동생(조현민 전무)의 지지를 얻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대한항공 경영 쇄신안을 내놨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 등 ‘반 조원태 연합군’을 향한 반격의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오는 7일에는 한진칼 이사회를 열고 경영 개선 방안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격화하는 한진가 남매 대결
비수익 자산·비주력 사업 정리 명분
조 회장, 대한항공 경영쇄신안 내놔

‘조현아 경영 복귀 원천차단’ 의미
KCGI “현 경영진 신뢰 못해” 견제

6일 오전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 사업인 왕산마리나 매각을 포함한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이 무산된 종로구 송현동 부지(토지 3만 6642㎥, 건물 605㎥) 매각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한진그룹이 7성급 호텔을 지으려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한진그룹이 7성급 호텔을 지으려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경영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 달성을 위해 발표한 ‘비전 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나 학교 옆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년간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휴 부지로 남아있는 곳이다.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의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고 했다.
 
재계에선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의결된 매각안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있던 사업이었던 만큼 조 전 부사장의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조 회장이 호텔과 레저 사업 등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방침이 조 전 부사장과의 갈등을 촉발한 결정적 원인이었던 만큼, 개선안이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봉쇄하겠단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 측이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발표하기 전인 이날 오전 반 조원태 연합의 일원인 사모펀드 KCGI는“주주를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의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조 회장 측을 먼저 견제하고 나섰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3자 연대는 오는 14일 전까지 주주제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중구에 있는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 전경. [연합뉴스]

인천시 중구에 있는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 전경. [연합뉴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도 의결했다.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 의결했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결권 자문기관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 위원회 설치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 조 회장은 직접 참석 대신 화상회의 방식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달 우한 특별전세기에 탑승한 후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일 직원 복지 단체인 대한항공 사우회는 “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을 끌고 들어와 경영권을 흔들 경우 고용 안정성이 나빠지고 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면서 조 회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한항공 직원 단체는 3.8%(추정)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 12조 3000억원, 영업이익 290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불매 운동 등 대내외 악재에 따라 전년 대비 각각 2.8%·56.4% 감소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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