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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하이닉스보다 더 벌었다…금융만 호황?

중앙일보 2020.02.07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左), 윤종규 KB금융 회장(右)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左), 윤종규 KB금융 회장(右)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자수익도 따라서 늘었기 때문이다. 저금리 속에 가계대출이 불어나면서 ‘버블(거품)’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 호황이 펼쳐진 셈이다.
 

금융그룹 작년 사상 최대 순이익
신한 3조4035억, KB 3조3118억
순익규모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아
최악 불황 속 가계대출 급증한 덕
보험·증권 등 비은행 수익도 한몫

KB금융지주는 지난해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6일 발표했다. 2018년(3조612억원)과 비교하면 2506억원(8.2%) 늘었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3조403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보다 2468억원(7.8%) 늘었다.  
 
신한금융은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KB금융을 제치고 금융그룹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만 놓고 보면 KB국민은행(2조4391억원)이 신한은행(2조3292억원)을 제치고 순이익 1위였다.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은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다. 국내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3조2648억원)나 SK하이닉스(2조164억원)를 앞선다.  
 
지난 4일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408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1751억원(7.8%) 증가한 규모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을 7일 발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 당기순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 당기순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에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대체로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NIM은 1.67%로 전년보다 0.04%포인트 낮아졌다. 예컨대 은행이 100억원을 빌려줬다면 자금조달 비용(예금이자 등)을 제외하고 1억6700만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NIM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대출총액이 증가하면 은행의 수익규모는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65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45조6000억원(7%) 증가했다. 연간 증가 폭은 2016년(55조8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지난해 대출금리는 낮아졌지만 부동산 열풍으로 은행의 대출 이익이 커지는 일종의 박리다매 현상이 생겼다”며 “이자가 적은 은행 예금 외에 다른 투자 상품을 찾아 돈이 움직이면서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도 크게 늘렸다. 금융당국이 주택 관련 대출의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자영업 대출을 대체 수익원으로 삼은 셈이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자영업 대출의 금리를 인하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경기불황으로 영업이 부진해지자 은행 빚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4조55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1% 증가했다.
 
보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도 대체로 좋아졌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인수 이후 보험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수익을 늘렸다. 투자은행(IB) 부문도 호조를 보이며 그룹 전체의 수수료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KB금융 계열인 KB증권도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2579억원을 기록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 이익 중 비은행 부문의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카드·보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과 인수합병(M&A)에 따른 이익이 금융지주사의 실적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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