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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임종석 호남 차출론'에···당내선 "삐끗하면 욕먹는다"

중앙일보 2020.02.06 05:00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5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최측근 인사의 말이다. 그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쏟아져 나온 임종석 역할론에 대해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임 전 실장 측의 “정계 은퇴 번복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기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거가 어떤 의미인지 안다”

 
민주당의 임 전 실장 설득 작업은 진행형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임 전 실장을 만나 총선 출마를 권한 이후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23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24일) 등 민주당의 주요 인사가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아직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단계지만 끝까지 설득해 반드시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지도부의 뜻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임종석 카드를 접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총선의 중간평가적 성격과 검찰 수사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30일 임 전 실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이자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임 전 실장을 기소한다는 건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라며 “본인이 중간 평가의 장에 직접 나와 정치적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는 게 지도부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당의 현실적 필요다. 민주당은 현직 장관 불출마 지역 등 15개 지역구를 당 대표가 후보를 단수 공천하는 전략 지역으로 분류했지만, 막상 확실한 필승 카드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 초선 의원은 “막상 오세훈을 누가 꺾을 것이냐고 물으면 딱히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인식에선 임 전 실장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 전 실장 측근 인사는 “우리도 이번 총선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는 문제에서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고, 오래전부터 이번 선거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임 전 실장 입장에선)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 정강정책 연설 [YTN 캡처]

임종석 정강정책 연설 [YTN 캡처]

 

"호남서 삐끗하면 욕만 듣지 않겠나"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임종석 활용법’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다시 불을 댕긴 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다. 지난 3일 양 원장은 임 전 실장이 호남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따로 요청했다”고 답했다. 
 
총선기획단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낙연 총리가 전국을 커버하는 상황이어서 호남 선거를 전체적으로 이끌 적임자가 마땅찮은 상황”이라며 “(양 원장이)권역별 선대위원장 체제의 마지막 퍼즐로 임 전 실장을 생각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 역시 “민주당의 호남 대표 주자가 이 총리로 조기에 굳어져 가는 상황이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해서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임종석 호남 차출론에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양 원장이 실제로 그런 제안을 했다면 실수일 것”이라며 “임 전 실장의 상징성을 활용하겠다면 서울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맞상대를 벌이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원외 인사도 “임 전 실장 입장에서 호남 선대위원장은 큰 무리가 따르는 일”이라며 “잘돼도 임종석 때문이라고 할 사람이 없고 조금만 삐끗하면 모든 욕을 다 뒤집어써야 하는데 왜 호남을 맡겨야 하느냐”고 말했다. 
 
임 전 실장측도 부정적이었다. 측근 인사는 “내 개인 의견”이라며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정치를 해 온 사람이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거철이 돼서 호남에 나서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상호 의원은 "판을 다 짜 놓고 임종석이 아니면 안 되는 지역과 역할을 놓고 마지막 설득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월30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북콘서트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깜짝 등장했다. [연합뉴스]

2018년 1월30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북콘서트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깜짝 등장했다. [연합뉴스]

 
임장혁ㆍ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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