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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타다 금지돼도 ‘타다’ 같은 서비스는 이어진다

중앙일보 2020.02.06 00:22 종합 23면 지면보기
서울 도심에서 운행 중인 택시(아래)와 ‘타다’ 차량. 정부는 택시운전자격 보유자들에 한해 타다 등 승차공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뉴시스]

서울 도심에서 운행 중인 택시(아래)와 ‘타다’ 차량. 정부는 택시운전자격 보유자들에 한해 타다 등 승차공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뉴시스]

요즘 택시를 타면 간혹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느끼곤 한다. 택시 기사가 별로 말을 걸지 않는다. 골치 아픈 정치 얘기부터 심지어는 집안 넋두리까지 들어야 했던 난처함이 많이 사라졌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줄었다. 이런 변화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18년 등장한 ‘타다’의 영향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타다금지법’ 국회 법사위 계류 중
스타트업 위한 업종 신설 조항 담겨
타다 같은 서비스 여럿 제공 가능
택시·승차공유 분리 아닌 상생 필요

일반택시보다 넓고 깨끗한 승합차에 친절하고 조용한 기사, 게다가 승차 거부도 없는 타다 시스템은 기존 택시에 불만이 많았던 이용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등록고객이 100만명을 넘었고, 운행 대수도 1500대 가까이 된다.
 
이러한 타다가 존폐 기로의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발의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관광 목적이며, 한 번에 6시간 이상을 빌리거나 대여 또는 반납장소가 공항·항만인 때에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했다.  
 
승합차는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이 가능토록 한 현재 법 규정을 근거로 하는 타다로선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을 더는 할 수 없게 된다.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타다는 물론 경제계 일부에서도 “정부가 스마트모빌리티 산업을 고사시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타다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타다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법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 역시 주지하다시피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사실 승차공유서비스와 택시 간의 충돌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승차공유의 원조 격인 ‘우버(Uber)’는 유럽과 중남미 등 곳곳에서 택시업계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택시와 다를 바 없는 영업행태로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에선 택시면허가 없는 운전자가 일반 차량으로 승객을 태우고 돈을 받는 ‘우버 팝’ 서비스를 아예 금지했다. 우버 영업에 불리한 각국 법원의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부와 정치권, 관련 업계가 어렵게 도출한 방안이 ‘타다 금지법’이다. 타다는 자신들이 기존 택시와는 차별화된 승차공유서비스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타다금지법이 정말로 스마트모빌리티 산업을 고사시키는 내용일까. 개정안을 꼼꼼히 살펴보면 타다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 개정안 반대 측에선 거의 언급하지 않는 새롭고도 중요한 조항이 들어 있다.
 
바로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이라는 업종의 신설이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안’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 업종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가 여객자동차플랫폼운송사업이다. 자체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해서 운영하는 형태다. 둘째는 프랜차이즈 운송사업이다. 마카롱택시처럼 하나의 플랫폼에 여러 업체가 참여해 동일 브랜드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셋째는 기존 카카오티처럼 승객의 호출을 택시에 연결해주는 플랫폼운송중개사업이다.
 
독일 베를린의 택시 유리창에 우버 퇴출을 요구하는 푯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의 택시 유리창에 우버 퇴출을 요구하는 푯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 관계자는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스타트업들이 운송 사업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법 근거가 없어서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타다처럼 수시로 불법·편법 논란에 휩싸이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플랫폼사업에 대해서는 요금 규제를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지역별로 고정된 운송요금을 받는 대신 승객이 많은 시간대와 아닌 시간대를 나눠서 각기 다른 요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용객·수입 증대에 유리한 조건이다. 차량 역시 일반 승용차 대신 승합차를 활용할 수도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타다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여럿 더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개정안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우선 플랫폼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선 일정한 기여금을 내고 면허를 사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외국 사례를 참조했다. 미국에서 우버나 리프트를 운행하려면 별도로 ‘TLC(택시리무진협회)’ 면허를 받아야 한다. 또 호주와 미국 일부 주 등에선 기존 택시업계 지원을 위해 승차공유업계에 기여금을 부과한다.
 
정부가 플랫폼운송사업 규모를 택시 총량제(전국의 택시 수를 일정 규모로 제한하는 제도) 내에서 정하겠다는 것 역시 문제는 있다. 플랫폼업계가 내는 기여금 등을 활용해 택시를 감차하고, 그 규모 이내에서 플랫폼운송 면허를 내주겠다는 게 정부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제때 필요한 수준의 면허확보가 어려워서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다가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택시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전국의 택시 25만여대 가운데 6~7만대가 공급과잉으로 추산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에 플랫폼사업의 차량 대수를 대폭 늘려준다고 하면 택시업계의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국 사례에서 보듯이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서비스를 분리해서 각기 활성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부족한 부분은 지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 나가면 된다. 지금 이대론 혼란뿐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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